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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땐 굴뚝에 연기는 나지 않고, 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 '11월 괴담'은 이미 대중 사이에 모르는 사람이 없는 말이다. 이 말이 생겨난 데는 분명히 이유가 있다.
역대 11월 괴담 리스트에는 이센스와 비슷한 마약 사건이 꽤 올라 있다. 배우 황수정의 마약 투약 사건(2001년), 가수 싸이의 대마초 파문(2001년), 배우 김부선의 대마초 파문(2005년) 등이다.
하필 11월쯤 이러한 사건이 검찰 발표로 알려지는 것도 이유가 있다. 11월부터 연말까지가 검-경의 성과 평가와 인사고과가 이뤄지는 기간이라는 것이다. 실적을 올려야 하는 검찰과 경찰이 이 시기에 내놓는 것이 없으면 곤란한 만큼, 더 일찍 터뜨릴 수 있는 것도 11월쯤 알려지도록 한다는 이야기도 공공연히 나온다. 이는 '11월 괴담'이 실재하도록 만드는 주된 이유 중 하나다.
11월이면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한 해를 마감하는 분위기가 조성된다. 대중의 사랑에 가장 민감한 연예인들은 이 시기쯤 되면 '올해 내가 대체 무엇을 했나' '더 많은 것을 이뤘어야 했는데'라는 자괴감에 빠지기 쉽다. 특히 1년 내내 고생을 했음에도 인기를 얻지 못한 무명 연예인이거나, 1년 동안 자신의 성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에는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은 아니더라도 '삐딱선'을 탈 수 있는 여지가 크다. 새 출발을 준비하게 되는 12월보다도 1년 중 마음이 가장 약해질 수 있는 시기다.
11월 괴담 리스트 중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음주운전이나 불법 카지노 도박 등은 잘못 빠지기 쉬운 '삐딱선'의 일환이다. 또한 11월이면 조금 일찍 연말연시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술자리나 파티가 많아진다는 점도 음주운전 사고의 가능성을 부추길 수 있다. 젝스키스 이재진의 경우도 이런 분위기에 휩쓸려 음주운전이라는 잘못된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이유로 11월에는 유독 많은 사건이 발생했고, 여기에 우연히 이 시기에 일어난 불행한 사망사고나 스캔들 등이 합쳐지면서 '11월 괴담'이라는 말이 탄생했다고 생각된다.
연예가 11월 괴담은 원혼이나 유령의 저주가 아니다. 이 시대의 사회와 그 구성원들에게 분명히 이유가 있고, 실체가 있는 문제다. '저주'가 아닌 만큼 연예가 사람들도 오히려 '11월 괴담'이 있다고 인정하고 대비하는 편이 더 낫다. 켕기는 게 있든, 없든 '11월쯤 되면 좀더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행동거지를 바르게 하는 것이 맞는 대처라고 보인다.
이예은 기자 yeeune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