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는 21살 된 아들을 둔 주부다. 그녀의 남편은 몇 번 가게를 차렸지만 하는 족족 말아먹었다. 아들이 부모 몰래 학교를 그만두고, 껄렁한 친구들과 어울리던 중 겨우 열 다섯 살 된 여자애를 임신시켰을 때, 처음 아들의 돌상을 준비하며 '서울대 출신의 판사'로 키우겠다던 J의 야심찬 꿈은 깨어졌다. J는 종종 술을 마셨고 직장에서도 일 안 하고 뺀질하게 구는 말년차가 되었다.
그 이후로 J는 술만 먹으면 술친구와 섹스를 나누는 것이 버릇이 되었다. 때로 그녀와 자고 싶은 남자들이 일부러 술을 마시자고 꼬드기기도 했다. 사내놈들은 실컷 재미를 보고 나서는 술김에 아무 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모른척하기 일쑤였다. 상관 없었다. 가끔 남편에게 들켜 눈두덩이 시퍼렇게 될 정도로 두들겨 맞았지만 한번 맛본 인생의 재미를 어찌 그만두겠는가. 그녀의 남편은 직업이 없어 성질대로 이혼도 못한다.
비슷한 또래의 K도 최근 애인이 생겼다. K의 남편은 한글조차 쓸 줄 모르는 육체노동자다. 그래서 결혼할 때부터 집안 반대가 심한 걸, K가 억지로 우겨서 결혼했다. 남편은 정말 성적으로는 끝내주는 남자였다. 체격도 좋고 온몸이 근육질이다.
K는 식당에서 설거지를 하며 애들 교육비와 생활비를 댔다. 그러는 동안 한때 미인이었던 K는 미모도 잃고, 몹시 야위어 해골같은 몰골이 되고 말았다. 그러던 어느 날 식당에 밥을 먹으러 온 한 남자와 인연이 됐다. 절에서 하산하고 속세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스님이었다. K는 그에게 끌렸다. K는 인생 한풀이를 할 겸 스님을 몰래 만났고, 이 스님도 해탈에 실패한 남자라 결국 어느 날은 사고를 치고 말았다.
주부에게 정조란 남편뿐만 아니라 가족을 위해 지키는 것이다. 가족들이 주부의 기대를 채워주지 않을 때 주부도 더 이상 자신의 소임을 다하지 않으려고 할지 모른다. 뒤늦게 애인이 생긴다고 해서 진짜 사랑을 하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그저 그 순간에만 느껴지는 위로와 즐거움일 뿐이다. 그런 식으로 자신의 몸을 망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