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WHY]여배우들의 레드카펫 과다 노출, 왜 끊이지 않나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1-10-07 11:19 | 최종수정 2011-10-07 17:48


이처럼 수위가 높은 '파격 노출'은 지금껏 없었다. 뜨거운 '노출 논란'의 주인공은 바로 신인배우 오인혜. 6일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레드카펫에 그녀가 등장하자 사람들은 충격으로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겨우 가슴의 일부만을 아슬아슬하게 가렸을 뿐, 상반신의 대부분은 훤하게 드러냈다. 곧바로 그녀의 이름 앞에는 '노출 종결자' '노출 폭격'이라는 단어가 붙었고, 인터넷과 SNS는 관련 내용으로 도배됐다. 전세계인의 애도 물결 속에 하루종일 검색어 1위였던 스티브 잡스도 이번만큼은 자리를 내줄 수밖에 없었다.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이 6일 부산 영화의전당에서 열렸다. 개막식에 앞서 거행된 레드카펫 행사에서 배우 오인혜가 등장하고 있다.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조선명탐정 : 각시투구꽃의 비밀' 제작발표회에 나선 한지민. 스포츠조선DB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을 찾은 민효린. 스포츠조선DB

지난 해 열린 골든디스크 시상식을 찾은 남규리. 스포츠조선DB
여배우들의 파격 노출, 끊이지 않는 이유는?

오인혜가 부산의 레드카펫을 휩쓸고 간 후, 개막식 자리에 참석했던 한 중견감독은 이런 말을 했다. "무명일수록 노출이 심하더라." 여배우들이 레드카펫 노출을 선택하는 이유가 이 말 속에 들어 있다. 화제와 논란을 일으키며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것.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인지도가 올라가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무명에 가까웠던 오인혜도 강렬한 첫 등장과 함께 사람들 머리에 그녀의 이름을 깊숙이 새겼다. 신인들에게 레드카펫 노출은 자신을 PR하는 가장 효과적인 전략인 셈이다.

반면에 신인이 아닌 배우들은 이미지 변신과 연기 활동을 위해 과감한 노출을 선택한다. 한지민과 민효린, 남규리는 공식석상에서 선보인 섹시한 드레스로 '첫사랑 소녀' 같은 이미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반전 몸매' '베이글녀'라는 수식어와 함께 여성스럽고 고혹적인 매력이 보태졌고, 남성들은 물론 여성들에게도 호감도가 상승했다. 작품 선택의 폭이 넓어졌음은 물론이다.


2008년 청룡영화상 시상식의 김혜수. 스포츠조선DB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이 6일 부산 영화의전당에서 열렸다. 개막식에 앞서 거행된 레드카펫 행사에서 배우 송선미가 등장하고 있다.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07년 대종상 시상식에 참석한 김수미. 스포츠조선DB
노출의 고수들은 뭐가 다른가?

레드카펫을 노리는 여배우들의 '워너비'는 단연 김혜수다. 관록과 여유, 고급스러움이 느껴지는 김혜수의 레드카펫 드레스는 여배우들에게 교과서나 다름 없다. '김혜수' 하면 자연스럽게 파격적인 드레스가 떠오를 만큼 노출에 능하지만, 과감한 드레스를 입고 움츠러들거나 옷을 추스리느라 바쁜 여느 여배우들과 달리, 김혜수는 고개 숙여 인사할 때도 좀처럼 손으로 가슴을 가리지 않는다. 그 당당함과 자신감이 김혜수를 지난 10년간 '레드카펫의 여왕'으로 만들었다. 매번 베스트드레서로 뽑혀도 드레스 자체보다 김혜수가 더 빛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송선미도 지적인 이미지에 맞는 '지능적인' 노출로 눈길을 끌었다. 가슴 부위가 세로로 깊게 파인 블랙 홀터넥 드레스로 우아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파격 노출에 성공했다. 세련된 포즈와 여유로운 표정도 단연 압도적이었다.

중견배우 김수미도 공식석상에서 노출을 즐겨온 대표적인 여배우다. 김수미는 글래머러스한 몸매를 강조한 과감한 드레스를 종종 선보였다. 그리고 근래에는 드라마에서 호피무늬 비키니까지 소화했다. 올해 제천국제음악영화제를 찾은 김부선도 상반신과 하반신이 분리된 독특한 드레스로 화제의 중심에 올랐다. 다소 난해한 컨셉트였지만, 사람들을 의식하지 않고 축제의 열기와 팬들의 환호를 마음껏 즐기는 그녀의 모습은 당당하고 아름다웠다. 나이를 무색하게 만드는 두 사람의 노출은 여배우의 자존심이 무엇인지를 몸으로 증명했다.

때론 노출이 발목을 잡기도

'노출'에는 반드시 치밀한 전략과 계산이 필요하다. 자칫 무리수를 둘 경우, 배우 생활에 치명타를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인혜가 등장하기 전까지 파격 노출의 대명사처럼 인식됐던 한 배우는 그 덕분에 인지도는 올라갔지만 작품 활동에 있어서 보이지 않는 제약이 생겼다. 매번 비슷한 역할만 제안이 들어오고, 노출에 가려져 상대적으로 연기력까지 저평가 받고 있다. 털털하고 액티브한 이미지로 호감도가 높았던 한 배우 또한 레드카펫에서 선보인 파격 드레스가 화제가 되면서 오히려 원래의 건강한 이미지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신인일 경우, 이같은 노출은 더욱 조심해야 한다. 이미지가 생명과도 같은 연예계에서 '노출 전문'이라는 꼬리표가 평생 따라다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영화 관계자는 "레드카펫은 여배우들을 위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여배우의 아름다움과 숨겨진 매력을 최고치로 보여줄 수 있는 자리다. 그만큼 사람들의 시선도 더 강하게 끌어당기고 이미지를 선명하게 새길 수 있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며 "노출로 논란을 일으킨 배우의 경우, 그 이미지가 워낙 강해서 전혀 새로운 역할에 캐스팅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조언했다.
부산=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