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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으면 밤에 잠이 잘 안 와요. 유선으로 낮이고 밤이고 오로지 '1박 2일'만 봐요." "나는 강호동씨가 제일 좋아요! 꼭 돼지 멱 따는 것처럼 꽥꽥 고함을 지르지만 그게 강호동씨 매력이에요."
'1박 2일' 마니아라고 밝힌 80대 대표 할머니는 강호동의 열혈 팬이었다. 전화기 넘어 들리는 목소리에서도 할머니는 강호동을 진정으로 좋아한다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런데 이날 방송, 왜 이리 불편했을까. 바로 '국민 MC' 강호동을 있게 해준 할머니 시청자의 '해바라기 사랑'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1박 2일' 시청자투어에 참여하게 됐다는 소식에 뛸 듯이 기뻐하며 환호하는 이들에게 멤버들은 감격에 겨워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란 말을 연신 내뱉었다. 이 순간 불쾌감이 묻어나는 묘한 아이러니와 진한 감동이 밀려왔다는 시청자 소감은 무엇을 말해줄까.
'1박 2일'은 소위 소수 취향의 컬트적인 프로그램으로 미디어의 칭송을 통해 화제를 낳지 않았다. 촌스러우면서도 투박한 매력이 전 연령대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소시민적 정서를 잘 파고들어 말 그대로 '국민 예능'으로 거듭났다.
수많은 소녀팬들을 거느린 이승기도 '땡칠이 아빠'로 통하는 이 보편적 사랑이 이제 '일방적 구애'로 전략하고 말았다.
죽기 전에 잊지 못할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고자 80~90세의 노구를 이끌고 '1박 2일'과 함께 여행을 떠나려는 이들의 마음을 이제 누가 어루만져 줄 수 있을까. '1박 2일'은 왜, 시청자들의 마음을 훔쳐서 이렇게 가슴 아픈 사랑을 하게 만들었을까.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걷게 됐지만 '1박 2일'에 대한 국민들의 지독한 사랑은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다. 이처럼 대중적인 예능 프로그램은 두번 다시 나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명은 기자 dram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