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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최종병기 활' 박해일 "신궁과 명궁의 대결, 누가 이길까요?"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1-08-05 15:15 | 최종수정 2011-08-24 16:39


박해일이 조선의 신궁이 되어 '최종병기 활'로 돌아왔다. 시원한 속도감과 역동적인 액션이 스크린을 뚫고 거칠게 박동한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무려 2164만 명. 박해일의 여러 작품 중 '괴물' '살인의 추억' '이끼' 딱 세 편의 관객수를 더한 값이다. '인복'이 어마어마하다. 그리고 이번 여름에도 어김없이 또 하나의 블록버스터를 책임지고 있다. '최종병기 활'이다. 앞서 개봉한 '퀵' '7광구' 등과 경쟁하면서 이 숫자에 얼마를 더 보탤 수 있겠느냐고 물으니 박해일은 "맛있는 식당에서 준비한 다양한 메뉴를 사람들이 골고루 먹었으면 좋겠다"며 담백하게 웃었다. 그런데 '최종병기 활'은 개봉 12일 만에 벌써 관객 300만을 넘겼다. 흥행세가 심상치 않다. 인터뷰 전 휴식시간에 비 내리는 카페의 창가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했다는 의외의 낭만파, 박해일과의 우중산책을 공개한다.


영화 '최종병기 활'의 박해일은 비 내리는 카페에서 기타를 연주하던 낭만파였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역동적인 '활'과 궁합이 좋았죠

'최종병기 활'은 조선의 신궁 남이가 병자호란 중 청나라 군사들에게 포로로 끌려간 여동생을 구하기 위해 오로지 활 하나에 의지해 청군과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를 그린다. 때문에 조선시대판 '아저씨'로 비유되기도 한다. "활이라는 소재가 굉장히 매력적이었어요. 칼과 달리 활은 사정거리가 필요해요. 카메라 앵글도 일반 액션과 다를 수밖에 없고 훨씬 속도감이 있죠. 저랑 꽤 궁합이 잘 맞았던 것 같아요." 매서운 겨울 눈보라 속에 낙마사고까지 당하며 활쏘기 훈련을 했던 '고생'이 영화에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영화 속 박해일의 눈빛은 적을 향해 겨눈 화살끝보다 더 차갑고 날카롭다. "우리나라는 기마사법이 기본이라 말도 잘 타고 활도 쏴야 해요. 고구려 고분벽화에 나오는 것처럼요. 신궁이란 설정은 부담됐지만 그만큼 보람있었습니다."


조선의 신궁 박해일과 청나라 명궁 류승룡의 카리스마 대결은 스크린을 긴장감으로 가득 채운다.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신궁과 명궁의 대결, 누가 이길까요?

'신궁' 박해일은 청나라 '명궁' 류승룡과 맞붙는다. 두 사람 사이의 긴장감은 힘껏 당긴 활시위처럼 숨 막히도록 팽팽하다. 자그마한 숨소리에도 이내 화살이 날아와 심장을 뚫을 것만 같다. 류승룡은 실제로 변발을 하고 만주어를 쓰면서 북방 대륙인으로 변신했다. 박해일은 먼저 류승룡 이야기를 꺼내며 그를 한껏 치켜세웠다. "청군들이 무리지어 오는 모습이 얼마나 멋있는 줄 아세요? 한번은 읍성에서 촬영했는데 청군들 때문에 잔디가 다 밟혀 죽었다니까요. 류승룡 선배가 갑옷을 입고 육량시 같은 강궁을 들고 있으면 기가 죽어요. 대신 제 화살은 작고 여성적이지만 예측할 수 없는 방향과 엄청난 속도가 강점이죠." 빠른 활과 강한 활의 대결은 스크린을 두드리고, 관객의 맥박도 덩달아 빨라진다. 박해일이 이 영화를 자신하는 이유다.


언제나 청년 같은 박해일. 하지만 그도 한살배기 아들의 아빠다. 일상의 물리적 경험들도 영화적 자산이 된다는 '골수' 배우 박해일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일상도 영화적 자산이 됩니다

박해일은 앞서 거론한 흥행작을 비롯해 '극락도 살인사건' '심장이 뛴다' '10억'처럼 스릴러 성격이 강한 작품에 많이 출연했다. 이 영화들을 밤에 불 끄고 혼자 봤더니 더 무섭더라고 감상을 전하니 "다음엔 불 켜고 봐도 재미난 영화를 해야겠다"며 껄껄 웃는다. "그 시기엔 제 배우적 기질이 그 장르와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시간이 흐르고 경험이 쌓이면 제 안의 또다른 성질들이 발현되겠죠." 박해일이 말한 '경험' 중에 하나는 가족이다. 그는 얼마 전 소박하게 아들의 돌잔치를 가졌다. "이젠 나이값을 해야 할 것 같다"며 진지한 표정을 짓는데 이 역시 영화 이야기로 이어진다. "사람 사는 이야기를 푸는 게 영화라면, 일상의 자산들을 작품에 투영하고 싶어요. 제 나이대만이 가질 수 있는 것들 말이에요. 경험이 먼저니까 작품은 한 템포 늦겠죠. 그래도 저만의 속도를 따라갈 생각입니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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