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파이 명월' 한예슬이 돌아온 촬영장은 여느 때와 다름 없는 분주한 움직임 속에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마침내 촬영장에 복귀한 한예슬은 가벼운 웃음과 함께 스태프들에게 "죄송하다"고 인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곤 '갈 길이 바쁜' 탓에 숨 돌릴 틈도 없이 리허설을 시작했다. 첫 촬영신은 공교롭게도 에릭과의 달콤한 데이트 장면이었다. 두 사람은 빨간색 체크무늬 커플티까지 맞춰 입고 있었다.
카페 테이블에 한예슬과 에릭이 마주 앉자 황인혁 PD도 정신 없이 바빠졌다. 대본을 보며 대사를 맞춰보는 한예슬과 에릭에게 촬영 장면을 설명하며 여러 디렉션을 내렸다. 한예슬은 다소 수척한 얼굴에 긴장감과 부담 탓인 듯 약간 굳은 표정이었지만, 힘든 상황 속에서도 연기에 집중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애초 한예슬은 현장에서 스태프들에게 사과의 인사를 전하기로 했다. 하지만 취재진과 주변을 오가는 사람들의 관심, 빠듯한 촬영 일정 때문에 전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모이는 점심 식사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사과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현장의 관계자들은 전반적으로 크게 안도하는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어제 한예슬이 제작사 대표와 함께 KBS에서 진심어린 사과와 촬영 복귀 의지를 밝혔으니 믿고 함께 가야 하지 않겠냐"면서 "드라마를 끝까지 책임감 있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한예슬은 그간 갈등을 빚어온 연출자에 대한 교체를 요구하며 '스파이 명월' 촬영을 거부한 뒤, 15일 돌연 미국 LA로 출국해 결방과 제작파행 사태를 빚었다. 16일 촬영장 복귀 의사를 밝힌 뒤 17일 오후 5시 인천공항을 통해 한국으로 돌아왔고, 곧바로 KBS 드라마국 관계자들을 만나 진심어린 사과를 했다.
표면적으로는 양측의 갈등이 봉합되고 차질 없이 촬영이 진행됐다. 하지만 평온한 풍경 속에 순간순간 비치는 미묘한 긴장감만은 감출 수 없었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