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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여름은 여러모로 걱정이 많이 되는 계절이다. 특히 8월에 폭염과 열대야가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소식은, 우중충한 장마에 지친 사람들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만들뿐이다. 하지만 한 가지 기쁜 소식이 있다. 올 여름 피서는 극장에서도 충분히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퀵'은 결론적으로 문자 그대로 '스피드 액션 블록버스터'이다. 꽉 막힌 서울 도심을 시속 300km로 질주하고, 사람들로 북적이는 명동 한복판에서 경찰과 기수, 아롬 커플이 벌이는 한바탕 소란은 그야말로 입을 쩍 벌어지게 만든다. 영화를 보는 내내 어떻게 저 장면을 촬영 했을까 하는 의문이 떠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홍보문구대로라면 오토바이 액션이 관객들에게 짜릿한 쾌감을 선사해야 하지만, 실제로 영화를 보고나면 짜릿한 쾌감은 둘째치더라도 경악을 금치 못할 장면들을 보여주는 것은 사실이다.
또한 캐릭터의 특성이 뚜렷하게 살아있다는 것은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영화 '해운대'(2009)에 이어서 또 한 번 호흡을 맞춘 이민기, 강예원, 김인권의 찰떡궁합은 말할 것도 없고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이 어느 한 명 빠짐없이 자신에게 맞는 개성을 여과 없이 뽐낸다. 영화 곳곳에 숨겨져 있는 웃음요소도 액션과 적당히 잘 버무려진다. 때문에 러닝타임 내내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영화 '퀵'의 초반부 내용을 보면 사실상 황당하기 짝이 없다. 기수와 아롬에게 명령을 내리는 수화기 너머의 기계 목소리는 자칫 잘못하면 한없이 유치해질 수밖에 없는 설정이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 조범구 감독은, 단순한 액션 영화로만 그치지 않도록 하는 여러 가지 시도들을 멋지게 해내고 있다. 이런 점에서 '퀵'은 흥행여부와 상관없이 한국 화의 수준이 큰 발전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에 충분한 영화이다. 홍예지 청룡시네마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