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청룡시네마 리뷰] 성장과 희망의 상징-초록색

임정식 기자

기사입력 2011-06-16 14:28



[이경기의 필름3.0/그린 랜턴-반지의 선택] "초록 나뭇잎의 탄생과 죽음에는 빠른 소용돌이가 있으며 한층 큰 원은 조용히 별 사이를 돌고 있다"-인도 시인 타고르의 시 『길 잃은 새』 중에서.

마블 코믹스와 함께 세계 만화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곳이 DC 코믹스(DC Comics).

1934년 내셔널 얼라이드 퍼블리케이션스(National Allied Publications)로 출범한 뒤 현재는 워너 브러더스 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인 DC 엔터테인먼트 출판사로 운영되고 있다.

시리즈 『디텍티브 코믹스 Detective Comics』를 통해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 등을 탄생시킨다.

2011년 6월 극장가에 '100년의 기다림, 위대한 영웅의 탄생!'이라는 선전 문구로 공개되고 있는 <그린 랜턴: 반지의 선택>은 DC 코믹스의 인기 캐릭터 중 하나다.

작가 빌 핑거(Bill Finger)와 아티스트 마틴 노델(Martin Nodell)이 창조한 <그린 랜턴>은 1940년 7월 발간된 『올-아메리칸 코믹스 16편 All-American Comics #16』을 통해 첫선을 보인다.

머나먼 은하계.

무한 파워를 발산하는 반지 파워링을 무기로 해서 지구를 포함한 총 3600개 섹터로 구분된 행성들을 수호하는 그린랜턴 군단.


<프로포즈>로 낯익은 라이언 레이놀즈가 <그린 랜턴>에서는 지구 전사(戰士)로 이미지 변신을 시도해 호평을 얻고 있다.


이들은 우주의 빛이 사라지고 강력해진 악의 기운으로 위기가 다가오자 그린랜턴 수장이 지구로 찾아와 인간 할 조던(라이언 레이놀즈)에게 파워링을 부여해 세상을 구할 지구 전사의 임무를 부여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시선을 자극하는 초록색 반지와 랜턴 불빛은 <그린 랜턴>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설정.

피터 잭슨의 <반지의 제왕>에서도 입증했듯이 '반지'는 '무소불위의 능력' '통치자의 상징'으로 대접 받고 있는 상징물.

어리숙한 할 조던이 '초록색 반지'를 얻은 뒤 세상이 있는 생명체들을 파괴하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는 악의 존재들을 소탕한다는 설정은 '초록색'이 품고 있는 '낙천적인 희망' '선도자'라는 의미를 입증 시켜 주는 설정이라고 할 수 있다.

할 조던이 바닷가 절벽 주변에서 악의 무리들을 소탕하는 장면도 '생명수'와 '초록빛'이 불가분의 유기적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다.

<그린 랜턴> 공개를 계기로 서구인들이 초록 색상에 대해 갖고 있는 여러 일화를 정리해 본다.

'초록색은 바라보는 우리들의 시각을 상쾌하게 만들어 주면서 만족감을 선사한다. 알록달록 얼룩진 동물들도 숲과 들에서 쾌적한 생기를 불어 넣는다"-독일 작가 괴테의 초록빛 예찬론 중에서.

무성하게 피어 있는 여름철 잔디는 일상 생활의 번잡함에서 벗어날 수 있는 평온함을 안겨준다.

화가 칸틴스키는 초록색에 대해 '한계를 두고 있는 부르주아 색이며 되새김질 능력 밖에는 없는 채 바보처럼 둔감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누워 있는 소처럼 수동적인 성질을 갖고 있다'고 풀이해 주고 있다.

'대지의 눈동자'라는 애칭을 듣고 있는 장소가 호수다.

푸른 초록빛을 띠고 있는 이곳에는 동일한 색상을 갖고 있는 물귀신과 요정들이 거주하며, 무섭고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공간으로 알려졌다.

'한 줄기 초록'이라는 말이 있듯이 한 점으로 시작돼서 어느 순간 저돌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5월의 초록은 '청춘' '싱싱함' '공격적' 생기발랄' '곡식과 포도주가 넘치는 풍요로움의 기약' 등을 뜻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종교계와 예술-철학인들이 정의한 초록색 찬가는 부지기수다.


<그린 랜턴>에서 할 조던을 포장하고 있는 초록색은 '낙천적인 희망' '선도자'라는 의미를 입증시켜 주는 설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구약성서』에는 '우주 생성에서 절대적 신(神)은 빛을 어둠에서 분리해 내고 창공과 대지를 창조한 뒤 3번째 창조의 날 대지를 푸른 풀들로 푸르게 만들라고 명령했다. 이어 맑은 초록 주변에 하늘과 땅이 창조되고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이 창조되었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꽃봉우리, 잎새, 과일 등 모든 식물에서 색의 시작은 초록이다. 이처럼 땅에서 자라나는 모든 것에는 초록색이 가장 먼저 주변을 장식하는 것이다'고 역설했다.

언어적 측면에서 초록은 '성장' '희망'이다. 독일어로 초록(Grun)은 '잎사귀와 풀의 살아 있는 색상을 지칭하고 있다. 독일어 어원 'ghro'는 '자라다' '성장하다'이며 이것이 영어 '성장하다 to grow'의 뿌리가 됐다고 한다.

'나의 가슴은 초록색을 원하네요!'라는 팝송 노랫말도 있듯이 '초록'은 '봄철마다 새로운 시작을 하고 미래를 향해 활을 쏘아 보내는 생명체이다'는 찬가를 보내고 있다.

BC 4,000년경 이집트인들이 나일 강을 찬양했다는 시구 중에는 '모든 물가를 초록으로 장식하고 인간들이 가축들로 연명하게 만들고 가축들을 푸른 초원에 살게 하신 만물의 지배자를 경건한 마음으로 찬양하라, 오! 나일 강이여 당신은 푸르게 합니다'는 구절을 찾아 볼 수 있다.

이처럼 건강함과 생명 유지를 드러내는 초록빛 물이 없이는 세상의 모든 식물이나 동물은 생존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초록과 물은 유기적인 연관을 맺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열정적 사랑을 뜻하는 색상으로 '빨강' '붉은 색'을 떠올리지만 서구 예술인들은 '세상에는 붉은 색으로만 규정된 단 하나의 사랑만 있는 것은 아니다'고 반박하면서 '강렬한 초록으로도 사랑을 묘사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단정하고 있다.

독일 작가 아스트트 폰 호노레드 드르프(Astree Von Honore d'Urfe)는 '사랑이 푸른 화환을 쓰면 내 모든 감각은 초록색이 된다. 가슴 속에서 사랑을 갈망하는 자는 언제나 초록색을 지닐 만하다. 그러므로 사랑의 기가 꺽인 자는 절대로 초록색을 걸쳐서는 안 된다'는 연애시를 발표한 바 있다.

학창 시절 한번쯤 열람했던 1863년 인상파 화가 모네의 '풀밭 위의 점심'은 당시 파리 사교계 중년 부인들이 벌이는 스캔들을 초록색 잔디를 통해 노출시켜준 대표적 그림으로 인정받고 있다.

12세기 활동한 기독교 연구가 힐데가르드 빙엔은 '초록은 사랑으로 감싸 있으며 천국의 의미심장한 힘과 포옹을 하고 있네, 오!, 가장 고귀한 짙은 초록이여'라는 찬가(讚歌)를 발표해 '초록'이 '순수한 사랑' '악마가 제시하는 쾌락' '천국에 도달하려는 노력' 등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 시켜 준다.

'초록'은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해 주는 호신(護身)의 색상이다.

존 부어맨 감독의 <에메랄드 포레스트 The Emerald Forest>(1985).


아마존 정글 파괴를 고발하고 있는 존 부어맨 감독의 <에메랄드 포레스트>.


브라질 아마존 개발에 참여한 댐 건설 기사의 아들 토미가 인디오인 환상의 종족이 납치해 간다.

'환상의 종족'은 '성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풍겨오는 초록색 돌'에 둘러 싸여 평화롭게 살고 있었다.

초록색 돌(에메랄드)이 발견되는 폭포 옆에 기거하고 있는 인디오들은 돌로 만든 초록색 물감을 몸에 칠하면 감쪽 같이 사라진다. 이들은 신비한 효능을 자랑하는 물감을 통해 짐승이나 낯선 종족의 공격을 피해왔던 것이다.

10년 뒤 발견한 토미는 인디언의 전사가 되어 있었다.

인디오 부족의 딸과 결혼해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아버지는 아들을 숲에 두고 홀로 떠난다.

이때 불도저가 거대한 나무를 자르면서 갈색의 흙이 드러나는 장면을 목격한 아들 토미는 '피부를 벗기고 있다'며 절규한다.

인디오에게 초록은 피부이며 개발로 그것을 무너트리는 것은 생명을 빼앗는 행위가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해 주고 있다.

<에메랄드 포레스트>에서는 시종일관 '초록색 숲'은 '태양, 공기, 물 등이 조화를 이루어 인간과 동식물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곳이라는 가치를 깨우쳐 주고 있다.

한편 아랍권에서 '알 카디르'는 '초록빛 남자'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황야에서 방황하던 유목 민족들을 물가로 인도해 생명을 유지 시켜준다. 깨달음의 여행을 떠난 알 카디르는 마침내 생명의 산 위의 구름 위로 올라가 생명의 물을 마시자 그의 옷은 초록색으로 바뀌었고 영생(永生)을 얻게 된다.

알 카디드는 이슬람 성자로 숭배 받는 동시에 예언자로 대접받는다.

아랍권에서 '초록'은 가장 성스러운 색상이며 예언자의 깃발로 활용되고 있다.

초록색을 '생명의 중심이자 인간들이 생활하는 대지의 근원색'으로 여겼던 대표적 민족이 BC 1,500년 전 중남미 과테말라와 태평양 연안에 걸쳐 세력을 형성했던 마야족으로 기록되고 있다.

녹색을 국기 색상으로 쓰고 있는 유일한 국가는 중동의 리비아다.


어리석은 질투심의 비극을 담아 공감을 얻어냈던 <오셀로>. 사진은 1995년 올리버 파커 감독이 로렌스 피시번, 케네스 브래너, 이레느 야곱 등 1급 연기자를 기용해 선보인 작품.


'질투' '시샘'을 뜻하는 영어 단어는 'green-eyed monster'이다. 질투를 의미하는 단어에 'green'이 언급된 것은 셰익스피어의 비극 <오델로 Othello>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15세기 말 키프러스 섬. 당시 지중해 주변은 이슬람(오스만투르크)의 침공을 받아 유럽, 아랍, 무어인들이 어울려 살고 있었다.

유럽인들은 북아프리카 무슬림에 대해 무어인으로 호칭했다.

오셀로는 '베네치아의 사자'라는 애칭을 들을 정도로 무공을 자랑하는 장군이었다.

그는 무어인 출신으로 피부가 검다는 것이 열등감을 갖고 있었지만 지중해 연안에 주민들에게서 발견되는 '녹색 눈'을 갖고 있었다.

오셀로는 악한 이아고의 계략에 휘말려 아내가 부정을 저질렀다고 믿어 그녀를 살해하는 만행을 자행한다.

아내가 누명을 쓰고 죽음을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 오셀로는 자책감에 자살을 선택한다.

이런 일화를 통해 오셀로의 눈동자에서 유래된 'green-eyed monster'는 '근거 없는 질투심'을 뜻하는 단어가 됐다고 한다. <이경기, www.dailyost.com 발행인>



* 에피소드로 엮은 녹색 단어 유래 사전

새싹을 상징하는 것이 녹색이기 때문에 '영원불사' '탄생의 기쁨' '청춘' '사회 초년생' 등의 뜻을 갖고 있다. 북유럽에서는 '질병' '공포' '질투' 등 부정적인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Green Ass(Green Horn): 풋내기, 미성년자.

-Green Card: 피터 웨어 감독의 <그린 카드> 등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미국 등지에 거주할 수 있는 영주권. 미국 국경을 넘을 수 있는 통과증.

-Greenhide: 가공하지 않은 가죽.

-Green Meat: 막 잡은 고기.

-Green Men: 우주인.

-Green Old Age: 젊은이 못지 않은 체력을 과시하고 있는 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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