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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간소화 시험 첫날 풍경, "불합격이 더 어렵겠다"

남정석 기자

기사입력 2011-06-10 13:41 | 최종수정 2011-06-10 22:44


기능시험 항목이 대폭 줄어드는 등 운전면허시험 간소화 첫날인 10일, 합격률이 부쩍 늘면서 기대와 걱정이 교차했다.

기능시험 가운데 복잡한 코스를 통과하는 까다로운 항목이 없어지면서 짧은 시간에 운전면허를 딸 수 있게돼 반기는 분위기도 있었지만, 미숙한 운전자를 양산하면서 사고 위험이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함께 흘러나왔다.

이날 오전 8시30분부터 1시간동안 서울 강남운전면허시험장에는 17명이 시험을 치러 15명이 합격, 합격률이 무려 88%에 이르렀다. 굴절-곡선 코스와 평행주차 등 11가지 항목으로 구성된 기존 기능시험을 면허시험장에서 치렀을 때의 합격률 42.1%에 비해 무려 2배 이상 높아졌다.

이 시험장의 손영희 시험관은 "19세에서 80세까지 차량 안에서 나오는 방송만 잘 들으면 누구나 합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기능시험을 치르는 응시생은 전날 88명보다 배 이상 증가한 216명으로, 간소화되기를 기다렸던 신청자가 한꺼번에 몰린데다 시험 소요시간이 3~4분으로 단축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날 시험을 치른 수험생들은 합격의 기쁨보다는 지나치게 간단해진 시험으로 인해 도로 주행이 가능한지를 걱정하는 분위기가 대다수였다.

첫 시험에서 합격한 조경하씨(여·38)는 "실제 도로에서 사고율을 줄이기 위해 시험을 보는 것 아니냐"며 "응시자 입장에선 간편하지만 어려운 내용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굽은길에서 차로를 지키는 것 외에는 어려운 것이 없었다" "떨어지기가 더 어려울 것 같다. 너무 시험이 쉬워 실제 도로에서 운전이 가능할지 걱정된다" 는 등 지나치게 쉬운 나머지 우려를 나타내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시험 간소화와 함께 최소 의무교육 시간이 25시간에서 8시간으로 대폭 준 것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종 보통 면허를 따려면 전날까지는 기능교육 15시간 이후 도로 주행교육 10시간을 채워야 했지만, 이날부터는 기능교육 2시간에다 도로주행 6시간 과정만 마치면 바로 시험을 볼 수 있다.

이로 인해 수강료도 70만원대에서 35만원 전후로 50% 정도 감소했다. 수험생들과 더불어 운전학원 강사들도 짧은 시간에 제대로 된 교육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한 운전학원 관계자는 "차량 교육이 제대로 안된 상태에서 도로에 나가면 정체를 일으키는 동시에 안전도 큰 문제"라며 "학원비가 절반 정도로 깎여 처음에는 좋아하다가도 기능교육이 15시간에서 2시간으로 줄었다는 얘기에 걱정을 표시하는 수강생이 많다"고 전했다.

복잡한 과정을 간소화시키고, 수강료 부담을 줄인다는 취지는 공감이 가지만 갑자기 줄어든 교육시간과 쉬워진 시험 등으로 교통사고 발생률이 대폭 증가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향후 면밀한 상관관계 분석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획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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