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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만 혈통이나 외형을 따지는 게 아니에요. '믹스견'은 입양되기도 힘들답니다."
임 감독은 어려서부터 동물을 좋아했다. 직접 한 말을 빌리면 "동네 개들을 다 업고 다녔다"고. "동물이 짧은 줄에 묶여 구속당하는 게 굉장히 싫어서 늘 줄을 풀어주곤 했어요. 시골에선 개한테 물리면 그 개 털을 태워서 재를 뿌리면 낫는다는 민간요법이 있었어요. 그래서 친구가 개에 물리니까 그 어머니가 개 털을 깎으려고 했는데, 제가 크게 반발했대요. 죽이는 것도 아니고 털만 깎겠다는데…그 친구는 지금까지도 저를 보면 그 때 일이 섭섭하다는데, 저는 기억이 잘 안 나네요.(웃음) 또 이웃집 어른이 근처에 사는 고양이를 드셨다고 해서 3년 동안 인사를 안 한 적도 있어요. 옛날에는 관절염에 좋다는 속설이 있어서 동네 고양이도 많이 잡아먹었죠."
임 감독은 한국에서의 애완동물 문화가 책임을 동반하고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애완용으로 들여온 동물 수는 한국전쟁 이후에 급속도로 늘어났다고 봐요. 그 전에는 반려동물이라는 개념 없이, 집집마다 자연스럽게 동물들이 있었고 개체 수도 훨씬 적었을 거예요. 그런데 급속히 산업화가 되면서 단독주택도 별로 없어지고, 생활은 나아졌는데 인간의 편의를 중시하는 문화가 생기다 보니 반려동물도, 버려지는 동물도 늘어난 것 같아요. 그리고 그렇게 어렵게 억압된 환경에서 살다 보니 고양이같은 경우엔 개체수도 이상 증식하는 것 같고요."
자택에서 '믹스견' 두 마리를 키우고 있는 임 감독은 여전히 지방에서 촬영을 하다가 꼭 하루 시간이 비어도 개들의 산책을 위해 서울까지 달려오는 동물 애호가다. 유난히 동물을 애지중지하는 사람들에게 "동물에 죽고 못 살 거면 어려운 사람이나 도우라"는 사람들도 많이 보는데, 임 감독은 이들에 대해 "그런 말 하는 사람 치고 어려운 사람 돕는 경우는 한 번도 못 봤다"고 비꼬았다. "물론 사람도 어렵지만 말 안 통하는 동물은 더 어려운 경우가 많아요. 이제는 동물에 관한 따뜻한 시선이 좀 더 나와도 좋은 시점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이예은 기자 yeeune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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