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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감히 상대가 범접하기 어려운 높이의 성벽이 자랑하는 방어력과 공격력. 거기에 매서운 대포가 추가됐다.
DB는 지난 시즌 김종규-강상재-디드릭 로슨으로 이어지는 '트리플 타워'의 힘을 앞세워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시즌을 마친 뒤 로슨과 재계약에 실패했다. 대신 치나누 오누아쿠를 영입했다. 로슨보다 공격력은 다소 떨어지지만, 골밑 수비력은 오히려 더 뛰어나다고 볼 수 있다. 결국 DB의 이번 시즌 성패 여부는 오누아쿠를 어떻게 흡수해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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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더해 이관희가 보여준 존재감도 무시할 수 없었다. 이관희는 25분32초 동안 3점슛 4개를 포함해 20득점을 기록했다. 여기에 5개의 도움과 4개의 가로채기를 곁들였다. 이관희는 카터와 함께 마치 DB의 막강한 트윈타워 사이에서 기민하게 움직이며 적군을 파괴하는 기동타격대 같은 역할을 했다.
초반부터 DB가 크게 앞서나갔다. 1쿼터 2-2에서 오누아쿠가 3점슛 1개 포함 연속 9득점을 혼자 올렸다. 이어 김종규와 이선 알비노의 득점이 시동을 걸었다. 카터도 1쿼터 막판 2연속 3점슛을 포함해 8득점했다. 1쿼터에 28-20으로 달아났다.
2쿼터에서는 점수차가 더 벌어졌다. 유현준과 김훈 등 식스맨들이 3점포를 마구 터트렸다. 김종규와 오누아쿠가 골밑에서 든든히 버티고 서자 외곽슈터들의 자신감은 한층 커졌다. 트윈타워의 또 다른 시너지 효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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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에 57-35로 벌어진 스코어는 다시는 좁혀지지 않았다. 3쿼터는 이관희의 쇼타임이었다. 이관희는 3점슛 3개를 포함해 13점을 쓸어담았다. SK는 완전히 자신감을 잃은 채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20점차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이날 경기에서 DB유니폼을 입고 첫 공식전을 치른 이관희는 "DB이적 후 첫 공식경기였는데, 생갭다 출발이 좋았다. 경기가 잘 된 건 그만큼 훈련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힘들게 훈련한 게 코트에 나왔다고 생각한다. 오늘 결과 때문에 아마 김주성 감독님이 더 훈련을 시키지 않을까 한다(웃음)"고 말했다.
이어 이관희는 좋은 슛 감각에 관해 "비시즌 내내 잔부상이 있었지만, 그래도 하루에 늘 400~500개씩은 슈팅 연습을 했다. 또한 우리 골밑의 높이가 워낙 좋다보니까 이전과는 다르게 더 편하게 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관희는 "연습 때 수비를 열심히 안한다고 감독님께 혼이 난 적이 있다. 그래서 오늘 경기를 통해 마음 먹고 하면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며 수비에 더욱 힘을 집중했다고 밝혔다.
새로운 선수 구성으로 컵대회 첫 승을 거둔 김주성 감독은 "오누아쿠의 합류로 골밑이 든든해진 덕분에 수비와 공격에서 선수들이 더 자신있게 하는 것 같다"며 오누아쿠의 활약이 승리의 원동력이었다고 언급했다.
제천=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