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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스포츠조선 박재만 기자] 한 시대를 풍미했던 '농구 대통령' 허재도 올스타전을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한 두 아들 허웅과 허훈 앞에서는 아버지였다.
2년 만의 프로농구 올스타전이 열린 16일 대구체육관의 열기는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3분 만에 3,300석 관중석이 매진될 정도였다.
팀 허웅과 팀 허훈으로 나뉘어 진행된 올스타전. 사회자의 소개말과 함께 허재 전 감독이 심판 복장을 하고 한 손에는 휘슬을 쥔 채 코트에 등장하자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특별 심판으로 변신한 '농구 대통령' 허재는 농구공을 들고 두 아들 허웅과 허훈 사이로 들어가 점프볼을 준비했다. 그 순간 동생 허훈은 아버지를 향해 형이 선을 넘었다며 어필했고, 허재 심판은 형 허웅에게 주의를 주며 웃음을 자아냈다.
이에 질세라 허웅은 동생의 어깨를 밀치며 치열한 신경전을 펼쳤다. 아버지이자 심판이었던 허재 전 감독은 경기 진행을 위해 두 아들을 말렸고, 겨우 진정된 끝에 점프볼을 진행할 수 있었다.
점프볼을 따내며 기선 제압에 성공한 형 허웅은 1쿼터부터 종횡무진 코트를 뛰어다녔다. 동생 허웅은 형을 막기 위해 필살기를 꺼내 들었다. 그것은 바로 '막내 찬스'. 아버지 허재 심판이 보는 가운데 대놓고 파울을 범한 뒤 억울하다는 표정을 짓자 아버지도 막내아들의 반칙을 눈감아 주며 공격자 파울을 선언했다.
억울한 큰아들 허웅은 거세게 항의했지만, 허재 심판의 마음은 바뀌지 않았다. 경기 내내 티격태격 현실 형제 케미를 뽐낸 허웅과 허훈 덕분에 코트 안 선수들까지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1쿼터 4분 18초 만에 체력 저하를 호소한 허재 심판은 큰아들 허웅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교체됐다.
아버지가 빠진 뒤 본격적으로 시작된 경기는 팀 허웅이 120-117로 승리를 거뒀다. 21점을 올린 주장 허웅은 기자단 투표에서 71표 가운데 62표를 받으며 생애 첫 올스타전 MVP를 수상했다.
허재 전 감독도 두 아들 허웅 허훈의 활약을 끝까지 지켜보며 아빠 미소를 지었다. 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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