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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이전에 농구를 가볍게 터치했던 예능과는 달랐다.
이 바탕에서는 한국농구 레전드에서 '예능인'으로 변신한 서장훈 감독이 있다.
시작부터 '진짜 농구'를 말한다. 이 프로그램의 철학인 '찐' 농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서장훈이라는 캐릭터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농구인' 서장훈의 가장 큰 장점은 '농구'에서만큼은 거짓이 없다는 데 있다. 농구에 대한 솔직함이 가열찬 노력으로 이어졌고, 그를 만들었다.
몇몇 예능 프로그램에서 농구, 그리고 프로농구 얘기가 나올 때마다 그는 웃음이 아닌 핏대를 올리면서 농구의 가치를 말한다.
현역 시절, 그는 경기 전 유니폼 각을 반듯하게 잡는 등 결벽증에 가까운 많은 루틴으로 한 경기, 한 경기를 대비했다. 농구에 대한 '리스펙'을 전하는 그만의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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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최강의 농구 동호회와 붙는 그들의 실력은 2% 부족하다. 체계적 농구 훈련을 받아본 적이 없는 미숙함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프로 뿐만 아니라 정상급 농구 동호회들의 농구 지식과 훈련 프로그램은 상당히 체계적이다.
이런 동호회와 비교하면 핸섬 타이거즈 선수들은 초보에 가깝다. 그런 선수들을 세차게 몰아 부친다. 사실, 아마와 프로의 벽은 엄연히 존재한다. 만약, 핸섬 타이거즈의 스킬 트레이닝 도중 '유로스텝'이나 '스텝 백 점퍼'와 같은 고급 기술을 가르치는 장면이 나왔다면 '리얼함'은 사라졌을 것이다. 체력과 기술의 기본도 되지 않은 농구를 좋아하는 연예인을 모아놓고 그런 훈련은 현실에 맞지 않다. '진짜 농구'라는 절대 명제도 많이 흔들렸을 것이다.
핸섬 타이거즈는 현실을 바탕으로 거기에 맞는 치열한 성장을 추구한다. 때문에, 리얼한 반전이 존재한다.
차은우. 평범한 남성 농구 팬에게는 '얼굴로 열 일하는' 아이돌 멤버'. 아이러니컬하게도 그의 플레이는 '곱상한 외모'와는 완전히 다른 '뚝배기 된장'같은 스타일이다.
기량은 약간 떨어지지만 무조건 열심히 뛰는 엄청난 활동력. '3&D'의 궂은 일을 하는 스타일. 사실 3점슛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3&D'가 아닌 그냥 'D'의 역할을 했지만, 회차를 거듭할 수록 슈팅능력을 개발하면서, 팀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로 자리매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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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얼굴과 몸이 매우 중요한 연예인의 특성 상, 하기 쉽지 않은 차은우의 루스볼을 잡기 위해 펜스에 부딪치는 장면과 문수인의 안면 가격 트라우마도 담담하게 풀어나가는 장면도 상당한 반전이다. 공격의 핵심은 아니지만, 벤치멤버로 수비와 블록슛에 최선을 다하면서 "나는 이 상황이 참 좋다"고 말하는 강경준의 태도도 상당히 인상깊다.
서장훈 감독이 선수들의 눈높이에 맞게 개조한 '썸'과 'V' 그리고 '주먹' 패턴. 우왕좌왕하던 멤버들이 회차를 거듭할수록 완성도를 높혀가는 장면도 마찬가지.
이 과정에서 농구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가진 이상윤은 '십자가'라고 표현한 전술(1-3-1. 공격 측에서 볼때, 좌우 코너에 약점이 있고, 수비 측에 볼 때는 로 포스트에 있는 선수가 좌우 코너까지 커버해야 하는 지역방어 수비전술)을 멤버들에게 친절하게 설명해 주거나, 줄리엔 강이 박스아웃에 힘들어하는 김승현을 위해 디테일하게 설명해 주는 장면 등이 덧붙여지면서 팀 성장의 과정에 대한 모습도 담고 있다.
현실 농구에 대한 디테일과 고민, 그리고 프로농구에서나 나올 법한 팀 운영 고민 장면도 묻어나온다. 체력이 부족하자, 이상윤은 '사계절(코트를 4등분해서 하는 실제 러닝훈련법) 20번만 하고 갈까'라고 말한다.
상대팀이 핸섬 타이거즈가 준비한 패턴에 대한 대비책을 들고 나오자, 명칭을 바꾼다. 실제 프로농구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상대팀 경기도 교육청은 '엘리베이터 도어 스크린(슈터가 나옴과 동시에 두명의 스크리너가 수비수를 막는 외곽 오픈 찬스를 만드는 기술. 마치 엘리베이터 문이 닫힌 듯하다고 해서 생긴 전술명)'을 쓰기도 하고, 실제 찬스가 나오기도 한다. 이 전술은 지난해 여자프로농구 KB 스타즈가 슈터 강아정에게 공격 찬스를 만들어주기 위해 챔프전에서 썼던 전술이다.
포인트가드 인수가 합류하자, 팀 자체 속공의 속도가 빨라지는 장면, 외곽슛이 약한 인수가 번번이 3점슛을 실패하자, 서장훈 감독이 "인수는 슛을 쏘지 마"라고 결단을 내리는 장면도 있다. 단편적 장면만 보면 '슛을 쏘지 마'라고 얘기하는 장면이 '구시대 농구'로 보일 수도 있지만, 현실에서는 '연습에서 입증된 확실한 공격루트만을 실전에서 사용한다'는 NBA, KBL 모두에게 관통되는 프로의 엄중함이 느껴진다. 치열한 연습, 그리고 팀 승리에 대한 처절한 고민이 바탕이 되기 때문에 나오는 묘한 울림이다.
또 농구팬 사이에서 추상적으로만 느껴진 '슛 셀렉션'에 대한 개념도 구체화된다. 고려대 'ZOO'와의 패배 이후 서 감독은 "이런 슛은 쏘면 안된다"고 말한다. 주장 이상윤은 "왜 던져가 아니라 왜 이렇게 급하게 던져라는 말씀"이라고 정확히 정리한다. 좋은 슛 셀렉션을 위한 고민의 실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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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차은우가 성장하는 모습은 강백호가 차근차근 농구 기술을 익히면서 독자들에게 '성장'의 희열을 주는 장면과 겹친다.
경기도 교육청과의 경기에서 좀처럼 집중하지 못하는 에이스 문수인과 주전 포인트가드 인수의 모습을 보고, 서 감독이 "들떠서 뭐하겠다는 거냐"고 말했던 장면. 슬램덩크 북산고가 전국대회 1회전 풍전고와의 경기에서 안 감독이 베스트 5에게 '일침'을 논 모습과 흡사하다. 이후, 문수인이 상대 코트를 맹폭하는 모습은 해남고와의 경기를 지배했던 서태웅의 플레이와 겹친다.
또, 서 감독이 경기도 교육청의 경기를 본 뒤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잘하면 좋은 경기를 하겠어"라고 말하며 상대 선수에 대한 디테일한 분석을 하는 모습은 안 감독이 최강 산왕공고와의 경기 전 '국지전 전술'을 얘기하면서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은 모습과 맞닿아 있다.
이런 오버램이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나온다. '슬램덩크'를 보면서 열광했던 농구에 대한 치열함과 희열이 핸섬 타이거즈가 말하는 '진짜 농구'와 궤를 함께 한다.
실력과 기술, 그리고 레벨의 차이는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농구'라는 절대적 명제 속에서 핸섬 타이거즈의 '진짜 농구'는 분명 '존중'받을 만하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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