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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전주원(48) 정선민(46)…. 위기의 한국 여자농구, 레전드 언니들이 두 팔을 걷어 붙였다.
한국 여자농구는 지난 2008년 베이징 대회 이후 12년 만에 올림픽 무대를 밟는다. 지난달 세르비아에서 끝난 2020년 도쿄올림픽 최종예선에서 조 3위로 본선 진출권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상처만 남은 영광이었다. 경기 뒤 '혹사논란'이 일었다. 순식간에 팀이 무너졌다. 결국 협회는 그동안 팀을 이끌었던 이문규 감독(64)과의 동행을 마감했다.
대표팀을 이끌 새 지도자 물색에 나섰다. 협회는 2월27일부터 6일까지 여자농구대표팀 사령탑을 공개 모집했다. 경기력향상위원회는 현직 프로 사령탑을 포함해 더 많은 인재풀을 확보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현재 WKBL 6개 구단 감독은 당장 소속팀과 대표팀 '두 집 살림'이 부담스러웠다. 야인들도 대표팀 사령탑을 '독이 든 성배'라며 조심스러워했다.
화려한 경력. 그러나 이들은 대표팀 사령탑 지원서를 제출하기까지 고민을 거듭했다. 전 지원자는 "굉장히 조심스럽다. 걱정이 앞선다. 주변에서 용기를 주셔서 도전했지만, 내가 지원을 해도 되는 자리인지 지금도 의심하고 또 의심한다"고 말했다. 정 지원자는 "많이 망설였다. 그러나 부정적인 사안으로 후배들이 거둔 결과까지 평가절하된다는 것이 마음 아팠다. 포기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도전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한계 드러낸 인재풀, 박수 받는 도전
언니들의 도전. 박수가 이어지고 있다. 전주원 정선민 하숙례 등 여성 지도자들의 도전에 팬들은 '선플'로 응답했다. 아이디 '이-'의 네티즌은 '여성이 감독 한 번 할 때가 됐다'고 반겼다. 아이디 '일-'의 네티즌은 '드림팀이 됐으면 좋겠다. 이제 여자농구도 여자 감독 시대가 온다. 인재는 많다'고 환영했다. 농구계에서도 "여성 지도자가 나올 때가 됐다. 조력자를 넘어 리더로서 역할을 할 때가 왔다. 결과를 떠나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여성 지도자들의 활약, 분명 반겨야 할 일이다. 그러나 이번 공개 모집을 통해 명확한 한계도 드러났다.
대표팀 지도자는 전문스포츠지도사(2급 이상) 자격증을 소지한 5년 이상(코치는 2년 이상)의 농구 지도 경력을 갖춰야 한다. 그러나 현재 활약하는 여성 지도자 가운데 이 기준을 충족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번에 도전장을 낸 지도자 셋을 포함해 유영주 부산 BNK 감독(49) 등 손에 꼽힌다. 최윤아(35) 양지희(36·이상 BNK) 임영희(40·우리은행) 정미란(35·청주 KB스타즈) 등 현재 프로에서 활동하는 코치들도 이제 막 지도자 길에 접어들었다. 이 밖에 여성 지도자들은 대부분 아마추어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다. 단적인 예로 한국 여자농구를 휘저었던 변연하(40)는 국내 지도자 경력이 없이 지원조차 할 수 없었다. 정은순(49) 박정은(43) 등 레전드 역시 지도자 자격이 충분하지 않다.
A 관계자는 "현역 시절 최고였던 선수들이 은퇴 뒤에는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아직 여성 지도자에 대한 인식이 낮다. 앞선 세대가 제대로 길을 열어주지 못한 것도 이 같은 이유다. 갈고 닦은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안타까워 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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