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류동혁의 이슈분석] 영화 타짜 짝귀 복수론, '최준용 논란' 핵심 포인트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20-01-06 11:37


최준용의 도발성 행동과 세리머니를 연관짓는다. 선후배 관계가 나온다. 강병현에게 과도한 동정론, 최준용의 마녀사냥식 댓글도 즐비하다. 사태의 핵심은 그게 아니다. 사진제공=KBL

진부하다. '최준용 논란'의 흐름은 그렇다. 다들 핵심은 피해서 얘기한다.

영화 타짜 짝귀의 대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곽철용이 죽었다. 고니에게 당했다. 장례식장에 왔다. 복수를 운운하는 곽철용의 부하에게 아귀는 이렇게 말한다.

'복수같은 그런 순수한 인간적 감정으로 접근하면 안되지. 고기값을 번다. 머 이런 자본적인 개념으로 나가야지'

이 개념을 '최준용 논란'에 대입해 보자.

LG 강병현은 "조롱이 느껴졌다"고 했다. 냉정하게 말해 강병현의 주관적 생각이다.

SK 최준용은 이렇게 얘기한다. "던질 의도는 절대 없었다. 강병현 형이 그렇게 느꼈다면 정말 죄송하다"고 했다. 최준용의 주관적 주장이다.

논란의 흐름에 객관적 사실은 쏙 빠진 채 상대의 주장만 나온다.

이런 식이면 얼마든지 반박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인 유어 페이스 덩크를 했다. 당한 선수가 모욕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룰에 어긋나지 않다. 즉, 강병현의 "조롱이 느껴졌다"는 말은 판단의 근거가 될 수 없다.


최준용은 "던질 의도가 없었다"고 반박한다. 하지만, 이것 역시 일방적 주장일 뿐이다.

그 장면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고 판단해야 한다.

강병현과 최준용이 리바운드를 다툰다. 결국 높이가 좀 더 좋은 최준용이 리바운드를 따낸다. 강병현은 쓰러진다.

최준용은 볼을 잡은 뒤 살짝 멈칫한다. 여기가 중요하다. 최준용은 쓰러진 강병현을 순간적으로 응시한다. 그리고 잡은 공을 강병현쪽으로 던지려는 시늉이 아주 살짝 있다.

상당히 애매하다.

심판진은 비디오 판독을 했다. 결국 최준용의 액션이 '코트에 쓰러진 강병현에게 모욕감을 준 행동'이라고 판단했다. 테크니컬 파울을 줬다. 여기에서 사태는 끝이다.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룰 하나. '상대를 도발하거나 모욕하는 행동'은 테크니컬 파울이다. 구체적 예를 들어보자.

마이클 조던이 디켐베 무톰보에게 블록슛을 한 뒤, 무톰보의 상징인 손가락을 까딱거리는 세리머니를 했다. 도발성 행동이다. 당연히 테크니컬 파울이다.

국내에도 있다. 2014~2015시즌 챔피언 결정전에서 나왔던 LG 김종규와 현대모비스 로드 벤슨의 신경전이다.

벤슨은 노련했다. 김종규를 끊임없이 도발했지만, 선을 넘진 않았다. 경례 세리머니를 선을 넘지 않은 선에서 했다. 테크니컬 파울 경고를 받았지만, 테크니컬 파울은 받지 않았다. 반면 김종규는 당시 순진했다. 덩크슛을 한 뒤 벤슨 앞에서 경례 세리머니를 했다. 명백한 테크니컬 파울이다.

당시에도 일부에서는 '김종규와 벤슨의 세리머니를 왜 이중잣대로 놓고 보느냐'는 주장이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럴 듯 해 보이지만, 낱낱이 살펴보면 정말 말도 안되는 '아마추어리즘'이 가득한 주장이다. 다른 게 아니라 틀린 거다.

이번 사태 역시 이 연장선상이다. 강병현이 선배든, 강병현이 기분이 나쁘든, 최준용이 의도성을 가지고 했든, 이 부분이 중요한 게 아니다.

코트에서 신경전을 충분히 벌일 수 있다. 룰 안에서 해결하면 된다. 최준용의 이 행동은 비디오 판독을 통해 '도발성 행위'로 규정됐고, 테크니컬 파울을 받았다. SK는 그 여파로 뼈아픈 역전패를 했다. 최준용은 자신의 행위(의도적이든, 자신의 습관이든)가 팀에 해악을 끼쳤다. 프로선수로서 이 부분을 반성해야 한다. U 파울을 받은 강병현에게 '과도한 동정'을 할 필요도 없다.

일부에서는 '최준용의 도발과 슛 세리머니'를 밀접하게 연관시킨다. 슛 세리머니의 과도함 때문에 이 사태가 촉발됐다고 말한다. 직접적 반응이 온다. 댓글에서는 최준용에 대한 '마녀사냥식 악플'이 나온다.

슛 세리머니는 슛 세리머니다. 이번 사태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 세리머니는 팬의 환호를 촉발하는 기폭제다. 구분해야 한다. 이런 주장은 마치 '자유투 획득 능력과 페이크 파울'을 혼돈하는 것과 똑같다. 울산=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2020 신년운세 보러가기

눈으로 보는 동영상 뉴스 핫템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