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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와 김종규. 이제 '같이' 갈 일은 없어 보인다.
실현 불가능했던 김종규 & 김시래
가능했던 방법이 딱 하나 있었다. 두 선수 모두 약간의 양보를 통해 팀에 잔류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두 선수 모두 LG에 남는 것에 대해서는 그렇게 적극적이지 않았다.
일단 시장가와 LG의 샐러리캡이 맞지 않는다. 김종규는 8~9억원 사이, 김시래는 6~7억원 정도였다. 김종규는 DB, KT, KCC 등이 노리고 있었다. 김시래는 삼성, 오리온, 전자랜드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즉, 시장에 나오게 되면, 두 선수 모두 시장가보다 좀 더 높은 금액의 연봉을 받을 수 있었다.
그렇다고 LG 우승 가능성이 높은 것도 아니었다. 김종규와 김시래는 모두 팀에서 좀 더 중추적 역할을 원했다. 김종규는 김 진 감독과 현주엽 감독을 거치면서 '롤'이 한정적이었다.
올 시즌 연봉은 3억2000만원. 팀에서 김종규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해 주지 않았다. 김시래의 경우, 지난 시즌 조시 그레이와의 공존이 팀 전술플랜 초반에는 배제되기도 했다. 즉, 팀 전술에서 입지가 상당히 불안했다. 같은 가격을 제시하면 팀을 떠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다. (LG는 기본적으로 감독 선임과정이 불투명하다. 능력이 아닌 고위 수뇌부의 일방적 결정이 많다. 때문에 전력을 극대화하지 못하고, 오히려 전력을 까 먹는 경우가 많다. 이런 팀 분위기도 두 선수의 잔류 가능성은 낮추는 주요 원인이 됐다)
즉, LG가 초반에 설정한 '두 선수를 모두 잡겠다'는 공언은 실제 살펴보면 '미션 임파서블'에 가까웠다. 때문에, 결국 'LG가 김종규를 잡고, 김시래를 놓을 가능성이 높다. 단, 김시래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전략적 사인 앤 트레이드로 전력보강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예측이 프로농구 정통한 관계자들 사이에서 나왔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 LG는 시즌이 끝난 뒤 몇몇 구단에 김시래의 사인 앤 트레이드를 타진했다. 하지만, 조건이 맞지 않아 결국 무산됐다.
LG의 주장 VS 김종규 입장
LG의 주장을 정리하면 이렇다. 김종규와 협상이 결렬됐다. 루비콘 강을 건넜다. LG 손종오 국장은 "김종규를 잡기 위해 12억원까지 제시했지만, 거부했다"며 "사전 접촉 의혹에 대해 KBL에 요청을 한 상황"이라고 했다. LG 측에서 KBL에 공문이 도착했고, 결국 16일 재정위원회가 열린다.
왜 김종규는 12억원을 거절했을까. 지금까지 진행된 상황에서 김종규의 몸값은 '5년 40억원' 정도다. KT와 DB는 이미 그 정도의 몸값을 치를 수 있도록 '실탄'을 준비한 상태다.
여러 루트를 통해 확인한 결과 LG가 김종규에게 애초에 제시한 금액은 '시장가'보다 높지 않았다. 이후, '적정 시장가인 40억원 수준'으로 맞추면서 협상을 재개했지만, 이미 김종규의 마음은 떠난 상태였던 것으로 유추된다.
같은 시장가면 남고 싶었던 게 아니라 좀 더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는 구단으로 가고 싶었던 게 확실하다. FA 협상 초반 김종규는 필자와 통화에서 구체적 얘기는 하지 않았다. 단, "창원 팬에게는 너무 고마운 마음 뿐이다. 하지만, 좀 더 비중높은 역할을 맡고 싶고, 우승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동안 LG가 김종규에게 공격 1, 2옵션을 준 적은 없다. 물론 김종규는 수비 자세가 높고, 실책이 많고, 포스트 기술이 단순한 단점이 있지만, 대표팀에서 그는 강력한 높이와 트랜지션 & 속공, 그리고 정교한 미드 레인지 점퍼로 붙박이 빅맨으로 활약하고 있다. 즉, 김종규는 그동안 LG에서 자신의 강점을 최대한 살리는 농구를 하지 못했고, 때문에 좀 더 우승권에 근접한 팀에서 자신의 비중을 확대하면서 농구하고 싶었다는 결론이 나온다. FA로서 금액도 중요하지만, 같은 값이면 좀 더 자신의 장점을 살려주는 팀에서 농구하기를 원했다.
게다가 올 시즌 김종규의 연봉은 3억2000만원. 그의 팀내 비중을 고려하면 LG가 그동안 연봉을 많이 주지 않은 것도 사실.
LG 손 국장은 "12억원을 제시했는데 거부했다"고 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는 그 내용이 매우 중요하다. 김종규에게 정말 12억원을 줄 생각이었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김종규가 LG의 FA 협상안을 거부하자, 제시한 금액이라는 점이다. 그동안 줄곧 김종규에게는 8억원 안팎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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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FA 제도 중 구단이 이용할 수 있는 '빈 틈'이 상당히 많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원 소속 구단과 결렬됐을 때, 영입 의향이 있는 팀은 원 소속구단의 제시액보다 더 많은 금액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즉, LG가 12억원을 써 냈으면, 김종규를 데려갈 팀은 최소 12억원 이상을 써내야 데려갈 수 있다. 물론, 사전 접촉을 엄격히 금지하기 위해 마련된 '고육지책'이다. 좋은 부분도 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LG는 이런 제도를 '악용'했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미 올 시즌 최대어 김종규와의 FA계약이 결렬되면, LG가 극단적 선택을 할 수 있다는 루머가 많이 돌았다. 결국 시장가보다 훨씬 높은 12억원을 제시액으로 써냈다. 김종규와의 협상이 결렬됐기 때문에 12억원을 써내면서 김종규를 타 팀에서 데려갈 확률을 최대치로 낮춘 것이다.
LG 손종오 사무국장(LG 한상욱 단장은 필자의 전화를 받지 않고 있다)는 "김종규에게 최종적으로 12억원을 제시했고, 정말 계약하고 싶었다"고 하지만, 이 말을 믿는 농구인들은 거의 없다. "김시래가 6억원, 김종규가 12억원인데, 두 선수에게 18억원을 주고 샐러리캡을 맞출 수 있냐"는 반문에 손 국장은 "김종규와 결렬이 된 뒤 김시래와 계약을 했다. 김종규는 포기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종규를 12억원에 잡으면 김시래를 포기할 수 있었고, 그렇게 되면 샐러리캡을 맞출 수 있었다는 논리. 그런데, 이 논리는 그동안 LG가 말했던 "김종규와 김시래를 모두 잡겠다"는 말과 배치된다. 그동안 LG는 협상 전략을 그렇게 가져왔다.
LG의 협상 전략이 시시각각 바뀔 수도 있다. 이 부분을 탓할 순 없다. 단, 김종규와 제대로 계약을 하려면, 그의 시장가와 거기에 따른 상태를 맞춰 합리적 금액을 제시했어야 했다. 김종규는 협상 과정에서 LG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졌고, 결국 마지막으로 부른 12억원에 대해 수락할 수 없었다. 당연히 FA 2년 차에서는 대폭 금액이 깎이는 상황이고, 12억원의 연봉은 여론의 부담(물론 이 부분은 김종규가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다)도 있다.
LG도 이 상황을 잘 알고 있다. 모든 농구인들이 이 상황에 대해서는 알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LG는 사전 접촉 의혹을 KBL에 제시한 상황이다.
그동안 거물 FA들의 사전 접촉 의혹은 항상 있어왔다. 하지만, 입증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입증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G는 김종규에게 '12억원', '사전접촉 의혹'을 제기했다. 거꾸로, LG의 의도적 '김종규 죽이기'에 대한 의혹이 자연스럽게 제기된다. 16일 재정위원회가 열린다. 입증되면 김종규는 '선수자격'이 2년간 박탈된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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