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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묵직한 변화 KBL 판정설명회, 과연 뭐가 달라졌나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8-12-06 06:27


김동광 KBL 경기본부장(왼쪽)과 홍기환 심판부장이 예시를 들면서 판정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사진제공=KBL

KBL은 의미있는 설명회를 했다. 아직 2% 부족하지만, 투명하다. 이전과는 많이 달라진 모습이다.

지난 5일 KBL 5층 교육장에서 열린 KBL 규칙 및 판정 설명회. 언론사를 상대로 했다.

김동광 KBL 경기본부장, 최준수 사무총장, 오원강 경기부장이 함께 했다. 홍기환 심판부장의 프리젠테이션과 질문 시간으로 구성됐다.

추상적 개념이나 변명이 아닌, 실제적 논란과 거기에 따른 설명이 이어졌다.

경기 규칙 변경사항 1라운드보다 2라운드 심판 콜 횟수 늘어난 이유 플라핑 판정 기준과 명단 등이 주제였다.

이전까지, 이런 자리가 없었다. 판정에 대한 불신은 쌓여 가는데, 풀어줄 수 있는 공식적 통로가 없었다. 고위 수뇌부가 심판진과 판정 기준을 통제한다는 얘기가 돌았고, 의심 가득한 '정황증거'만 쌓였다. 특정 상황에 대한 '오심'은 KBL과 구단 내부에서만 공유됐다. 한마디로 불투명했고, 쉬쉬했다.

투명한 자리가 마련됐다. 그만큼 KBL 심판부 역시 어떤 '흑막'없이 공정하게 판정한다는 '자신감'이 있다는 반증. 실제, 지난 시즌과 달리, '오심'은 있지만, 심판 설명회는 삼성이 제기한 1회 외에는 없다. '오심'은 여전히 나오지만, '의도적 오심'에 대한 얘기는 사라지고 있다. 하나하나 짚어봤다.


프리젠테이션을 하고 있는 홍기환 심판부장. 상당히 구체적 예시를 든 수준높은 프리젠테이션이었다. 사진제공=KBL
2라운드 콜 횟수가 늘어난 이유


올 시즌 1라운드 경기당 팀별 파울 수는 17.2개. 지난시즌 1라운드(평균 19.2개)보다 평균 2개가 줄었다. 2라운드는 18.1개. 평균 1개 정도가 증가. 지난 시즌 2라운드 평균 파울 수 18.3개와 비슷하다.

1라운드 파울 콜에 대한 현장의 평가는 2가지였다. '대체적으로 괜찮지만, 골밑에서 명백한 슈팅 파울은 잘 불리지 않는다', '지금 파울 콜 기준으로 가면 괜찮지만, 계속 유지될 수 있을까'라는 의견.

아직 KBL 심판진은 베테랑과 젊은 심판들로 구성돼 있는데, 베테랑이 많이 부족하다. 때문에 기본적 능력이 2% 부족하다. 단, 지난 시즌과 달리 '의도적' 판정은 없다. 여기에 파울 콜 자체가 매우 '터프'해 졌다. 몸싸움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올바르게 가고 있다. 문제는, 지속 여부다. 지금의 판정 기준이 흔들리지 않으면서, 부족한 골밑 슈팅 파울에 대한 좀 더 섬세한 콜이 필요하다.

그런데 2라운드에서 약간 파울콜이 늘어났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지난 3년동안 판정 패턴이었던 판정 기준이 흔들리는 현상이 나타나는 게 아닌가'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있었다.

이런 걱정을 잘 알고 있었다. 홍기환 심판 부장은 2라운드 파울 횟수가 늘어난 이유에 대해 "1라운드에서는 외국 단신 선수를 외국 단신 선수가 막았지만, 2라운드에서는 수비가 좋은 국내 선수가 막으면서 파울 갯수가 증가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또, "골밑에서 교묘하게 팔을 끼는 동작을 하는데,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파울 콜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그 예를 케이스별로 설명했다.

확실히 이해되는 부분. 사실 판정 기준이 바뀌면서 각 팀들은 희비가 엇갈린다. 기술적 농구나 골밑이 좋은 팀은 당연히 부정적 의견을 피력한다. 반면, 젊은 선수들 위주의 트랜지션을 많이 구사하는 팀에게는 나쁠 것이 없다. 중요한 것은, 지금 방향이 국제경쟁력 강화, 리그 경기 흥미도 향상, 플라핑 방지 등 부정적 측면보다 많은 순작용을 가진 판정 기준이라는 점이다.

판정 기준을 굳건히 가져가는 것이 핵심. 홍 심판부장은 경기 흐름의 자연스러움(flow)를 강조하면서 의미있는 말을 전했다. '때때로 우리는 경기가 진행되도록 놔두야 합니다(Sometimes We need to let it flow)'

거기에 해당되는 장면을 보여줬다. "골밑에서 몸싸움은 최대한 보장하겠다. 신경전이 극단으로 연결, 코트 폭력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생길 때만 최소한으로 개입하겠다"고 했다. 심판진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의미. 지켜봐야 겠지만, 이런 수준의 KBL 심판부 의지라면 판정 기준이 앞으로 흔들릴 가능성은 충분히 줄어들 수 있다.


김동광 경기본부장(왼쪽)과 오원강 경기부장이 설명회에서 경청하면서 고민하는 장면. 사진제공=KBL
플라핑과 공개 여부

플라핑에 대한 입장도 단호했다. 총 17건이 소개됐고, 개별 영상이 나왔다. 의심의 여지가 없는 동작들이었다.

홍 심판 부장은 "플라핑은 신경을 많이 쓴다. 개별적 영상을 보면, 1차 몸 부딪침 이후 불필요한 2차 동작이 나온다. 이 부분은 모두 적발했다"고 했다.

기본적으로 플라핑 사후 적발 제도를 도입하고, 거기에 대해 계속적으로 강조하는 것 자체가 KBL 입장에서는 '혁신'이다.

아직도 불충분하긴 하다. 일단 너무 엄격하게 플라핑을 적발한다. 약간의 과도한 액션이 있지만, 부상방지를 위해 넘어지거나, 확실한 액션이 아닌 이상은 잡지 않는다.

시행 초기이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행보를 할 수밖에 없는 사정도 있다.

김동광 경기본부장은 "플라핑을 하면 티가 난다. 2차 액션을 하면 거의 100% 플라핑"이라며 "습관을 고쳐야 한다"고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홍 심판부장은 "어떤 선수의 경우는 설정한 기준을 아슬아슬하게 넘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명단 공개와 영상 공개의 경우에도 '열린 자세'를 취했다. 김 본부장은 "일단 개별 구단에게만 공개하고 있지만, 자체적 회의를 통해서 공개 여부를 논의, 발표하겠다"고 했다.

이날, 설명회는 상당히 긍정적이었다. KBL은 판정 논란이 되는 부분에 대해 솔직히 인정(삼성전 오심. 사실 이 장면도 예전 같으면 심판의 재량이라거나 오심을 부정하면서 넘어갈 수 있었던 사안)했고, 판정 논란이 되는 부분에 대해 동영상 자료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면서 구체적 근거를 제시했다. 또, 올 시즌 3라운드 이후 판정에 대한 구체적 계획과 목표를 알려주기도 했다. 인정과 반박, 그리고 계획의 설명에 별다른 논리적 '오류'는 없었다. 확실히 변화하고 있는 KBL이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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