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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구발전포럼] 기형적 외국인 제도, 자유계약 1명 선발이 답이다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8-10-10 06:45


제4회 한국농구발전포럼이 8일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손대범 점프볼 편집장의 진행으로 <KBL 지속가능한 외국인 선수 규정을 찾자>를 주제로 김승현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김성기 KGC 사무국장, 이도현 현대모비스 사무국장, 김경호 전 체육기자연맹 회장이 참석해 토론을 펼치고 있다.
광화문=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8.10.08/

5년, 10년 동안 유지될 외국인 선수 제도가 만들어질 수 있을까.

농구인들의 생각은 비슷했다. 지금의 남자 프로농구 외국인 선수 제도에 문제가 있고, 빨리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8일 열린 제4회 스포츠조선 한국농구발전포럼의 2부 주제는 'KBL 지속 가능한 외국인 선수 규정을 찾자'였다. 웃음거리로 전락한 외국인 선수 제도를 놓고 열띤 토론이 진행됐다. KBL(한국농구연맹) 전임 집행부는 장-단신 외국인 구분에 이어 이번 시즌에 장신 외국인 선수 키를 2m로 제한해 빈축을 샀다. 입국하는 외국인 선수마다 키를 측정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이번 시즌 종료 후 외국인 선수 규정 재정비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거의 매 시즌 외국인 제도가 변경돼 팬들로부터 신뢰를 잃었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오래 지속 가능한 제도를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김승현 MBC스포츠+ 해설위원, 김성기 안양 KGC 사무국장, 이도현 울산 현대모비스 사무국장, 김경호 전 체육기자연맹 회장(경향신문 부국장)이 패널로 참석해 머리를 맞댔다.

구단 이기주의가 기형적 제도 만들었다

김성기 국장과 이도현 국장은 통렬한 자기 반성을 했다. 이 국장은 "KBL 구성원 전체가 외국인 선수 제도에 관한 의사 결정에 어떻게 참여했나 반성해봐야 한다. 리그 발전을 위한 의견이 나와야 하는데, 그동안 구단들이 자신들의 이익만 생각해 제도 변경을 논해왔다. 농구단에 잠시 거쳐가는 단장들이 이사회에서 장기적인 안목으로 규정을 바꾸는 게 아니라, 재임 기간에 성적을 내기 위해 구단에 이득이 될 제도 개선만 요구하니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국장 역시 "서장훈, 하승진 등 장신 선수들의 활약에 키 제한이 바뀌었다. '드래프트냐, 자유계약이냐', '신발 신고 키를 측정할거냐, 안 신고 할거냐', '전 쿼터 출전이냐, 쿼터 제한을 둘 것이냐' 등 온갖 요소들이 쌓이며 외국인 선수 제도는 이제 불신의 상징이 돼 버렸다"고 강조했다.


제4회 한국농구발전포럼이 8일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광화문=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8.10.08/
자유계약, 1명 보유 출전이 답이다


패널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먼저 김승현 위원은 "자유계약제도를 시행하는 게 합당하다. 각 팀이 데리고 오고 싶은 유형의 선수를 데려와야 한다. 선수로 뛸 때도, 해설위원으로 지켜보면서도 (되돌아보면)자유계약선수 시절 농구가 재미있었다. 특히, 신장 제한은 두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 국장은 "자유계약을 기반으로 키, 돈, 리그 경력 제한을 다 없애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국내 선수 비중을 높이고, 외국인 선수 비중을 줄이기 위해 1명 보유-세 쿼터 출전이 가장 이상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외국인 선수 1명 보유가 부담은 있지만, 한 쿼터를 못뛰게 하면 파울 트러블이나 체력 문제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국장은 "1명을 쓰는 게 맞다. 그리고 지킬 수 없는 규정은 철폐해야 한다. 몸값 30만달러 상한액을 뒀을 때 서로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 차라리 돈을 쓸 구단은 쓰게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70만달러 상한액을 두고 자유계약 제도를 시행했는데, 지난해 트라이아웃 때보다 돈을 덜 쓴 구단도 있다. 구단들이 각자 방향성에 따라 스스로 투자를 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전 회장은 "배구의 경우 1명의 좋은 선수를 데려오니, 세계적 스타가 와서 뛴다. 우리도 외국인 선수 1명의 원칙을 세우고, 잘 지켜나간다면 좋은 선수와 함께 하며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계약 1명 출전, 보완해야 할 점은 없을까

2011~2012 시즌에도 자유계약에 1명 보유-출전 제도를 시행했다. 당시 한 시즌 133만명 최다 관중 기록을 세웠다. 외국인 선수에 대한 의존을 줄여 국내 선수를 살리고, 1명에 집중 투자해 실력 있는 선수를 데려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선수가 다칠 경우 해당 팀의 전력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점. 대체 선수를 데려온다고 해도 2~3경기는 외국인 선수 없이 치러야 한다. 이 문제 때문에 한 시즌 만에 외국인 선수 제도가 다시 바뀌었다.

또, 각 팀이 센터 영입에만 열을 올리는 상황에도 대비해야 한다. 국내 센터 자원들이 많지 않아, 골밑에서 든든하게 플레이를 펼쳐줄 선수를 뽑는 게 감독들의 당연한 선택이다. 오세근(안양 KGC) 이종현(울산 현대모비스)을 보유한 김승기, 유재학 감독도 무조건 센터가 우선일 수밖에 없다. 아직까지도 많은 팬들에게 회자되는 마르커스 힉스(2001~2003년 동양 오리온스), 피트 마이클(2006~2007년 대구 오리온스) 등 전천후 포워드들이 와야 볼거리가 많아지는데, 센터를 골밑에 박아두고 그 선수에게 공을 집중적으로 투입하는 농구가 나온다면 흥미가 떨어진다. 자유계약을 하더라도 어느정도 키 제안을 두는 방안이 거론될 수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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