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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성 "후배들에 우승컵 안겨주지 못해 미안"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8-04-19 07:45


2017-2018 KBL리그 챔피언결정 3차전 DB와 SK의 경기가 12일 오후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렸다. DB 김주성이 SK 최원혁의 마크를 넘어 슛을 시도하고 있다.
잠실학생체=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8.04.12/

"우승 선물을 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2017~2018 남자프로농구는 서울 SK 나이츠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18년 만에 창단 두 번째 우승을 차지하는 순간, 문경은 감독을 비롯한 전 선수단은 서로를 얼싸안고 기뻐했다.

이 순간을 한켠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는 사람이 있었다. 상대팀은 원주 DB 프로미의 전설 김주성. 이 경기는 SK의 우승 확정 경기이자 김주성의 마지막 프로 경기이기도 했다. 이번 시즌 도중 조기 은퇴 선언을 했던 김주성이었다. 이제 더 이상 프로 코트에서 농구공을 잡는 김주성의 모습을 볼 수 없다.

김주성은 2002년 중앙대 졸업 후 DB의 전신은 원주 TG삼보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해 이 자리까지 섰다. 16년 프로 인생에서 세 차례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정규리그 MVP 2번, 챔피언결정전 MVP 2번을 수상했고 통산 득점(1만276점)과 리바운드(4423개)는 역대 2위다. 1037블록슛은 독보적 기록이다. 1000개 이상의 블록슛을 기록한 선수는 김주성 뿐이다. 플레이오프 통산 득점 1500점을 돌파한 선수도 김주성 뿐이다. 국가대표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2개나 목에 걸었다.

이런 전설의 은퇴 소식에 나머지 구단들과 후배들도 함께 했다. 김주성은 남자프로농구 최초로 정규리그 경기에서 은퇴투어를 실시했다.

자신의 마지막 시즌. DB는 꼴찌 후보로 평가 받았다. 하지만 이상범 신임 감독과 똘똘 뭉친 선수들은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는 대형 사고를 쳤다. 통합우승을 하며 은퇴를 하는 건, 프로선수 입장에서 최고의 영광이었다. 하지만 SK에 2승4패로 패하며 김주성의 그런 꿈은 물거품이 됐다. 경기 후 김주성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맺혔던 이유다.

김주성은 6차전 후 "모두가 아니라고 했다. 나는 그 때 너희가 다 해냈다고, 여기서 멈추지 말라고 하면서 1명씩 포옹해줬다"고 말했다. 이어 "후배들에게 우승을 안겨주지 못하고 떠나는 게 너무 아쉽다. 이렇게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하는 기회가 쉽게 오는 게 아니다. 평생 이 큰 무대에서 뛰어보지 못하는 선수가 많다. 기회가 왔을 때 못잡아준 게 미안하다"고 밝혔다.

김주성은 더 이상 코트를 밟지 못하게 된 것에 대해 "그 생각을 하니 다리가 풀렸다"고 말하며 "7차전까지 가면 정말 좋았겠지만 선수들이 열심히 해줬고, 충분히 가능성을 봤기 때문에 괜찮다"고 소감을 말했다.


김주성은 마지막으로 "정말 행복한 시즌이었다. 어느 선수가 정규리그 우승을 하고 챔피언결정전까지 뛰며 은퇴하겠나. 이런 화려한 은퇴는 상상도 못했다. 그래서 행복하다"고 말하며 "최근 몇년 간 심판에 대한 항의도 많았고, 이 부분에 대해 팬들께서 지적해주신 내용도 알고 있다. 나도 잘못한 걸 인정하고 고치려 마음도 먹었다. 팬들께서도 조금 더 잘하고 싶어 열심히 했던 선수로 기억해주셨으면 한다. 팬들의 쓴소리 덕에 다치지 않고 지금까지 코트에서 열심히 싸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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