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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프 3차전이 끝났다. SK가 반격했다.
하지만 '홈 어드밴티지'에 대해서는 강한 비판이 있었다. '특히, 3쿼터에 SK에게 과도한 홈 어드밴티지를 주는 듯한 판정이 많았다'는 지적도 있었다.
3차전, SK가 22개, DB가 24개의 파울콜을 받았다. 두 팀을 응원하는 농구 팬의 성향에 따라 판정불만에 대한 입장은 다르다. 최대한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하나 하나를 낱낱이 뜯어보는 수밖에 없다. 46개의 판정과 불리지 않은 석연 찮은 장면, 그리고 플랍성 플레이를 정밀분석했다.
깔끔했던 전반전
일단 애매한 판정부터 보자. 1쿼터 25초를 남기고 메이스가 공을 잡기 위해 버튼과 강하게 충돌한다. 버튼은 쓰러졌다. 메이스가 의도적으로 어깨를 쓰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공격자 파울로 의심가는 상황. 휘슬은 불리지 않았지만, 오심성에 가까운 판정이었다. 또 하나, 안영준이 돌파 시, 서민수와 충돌하는 장면(2쿼터 9분50초 남김)도 마찬가지. 반대로 서민수의 돌파 시, 안영준의 골밑 수비 파울 역시 위에서 접촉이 없었다. 단, 하체 쪽에 접촉이 있었는데 파울이 불렸다. 애매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좋은 판정도 많았다. 일단 벤슨의 두 차례 공격자 파울은 정심이다. 벤슨이 교묘하게 팔로 밀거나, 휘감으면서 수비수 중심을 무너뜨렸다. 또, 이상범 감독의 항의한, 최원혁의 트레블링이 의심되는 장면(2쿼터 8분2초 남김) 역시 트레블링이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2쿼터 1분31초를 남기고 발생한 테리코 화이트의 3점슛 시도(서민수와 충돌, 파울 자유투 3개를 주지 않고 노콜 선언)도 상당히 좋은 판정이었다.
당시, 겉으로 보면 100% 파울성. 하지만 자세히 돌려보면 화이트는 서민수가 떠 있는 방향이 아닌, 옆으로 몸을 비틀어서 슛을 던진다. 약간 애매하긴 하지만 공격자 파울과 노 콜의 비율이 4대6 정도 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휘슬을 불지 않는 게 가장 이상적 판단. 또 하나, 2쿼터 5분10초를 남기고 버튼이 볼을 한 차례 공중에 띄운 뒤 다시 잡는 장면이 나왔다. SK 벤치에서 트레블링이라는 항의가 나왔다.
오해가 있다. NBA에서는 한 차례 슛을 던진 뒤 림에 맞지 않으면 최초 공격자가 잡을 수 없다. 잡으면 트레블링이다. 단, FIBA 룰의 경우, 슛 동작 이후 림에 맞지 않아도 잡을 수 있다. 2~3차례 해도 상관없다. 때문에 버튼의 플레이는 정상적이었고, 판정은 상당히 정확했다.
즉, 전반전 오심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3차전, 판정 기준 자체가 몸싸움을 매우 장려하는 기준을 가졌다. 이 과정에서 웬만한 신체접촉은 불지 않았다. 때문에 메이스와 버튼의 충돌, 안영준과 서민수이 충돌의 경우 오심성 판정이었지만, 놓칠 수 있었던 부분이었다. 오히려 과거에 비해 몸싸움 기준을 대폭 완화시켰다. 그 결과 SK와 DB는 힘과 힘, 몸과 몸으로 부딪치는 농구 특유의 강한 매력을 보여줬다. 농구 흥미도의 원천은 이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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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이 문제였다. KBL 판정의 문제 중 하나가, 점수 차가 많이 벌어질 경우, 은연 중에 뒤지고 있는 팀에게 좋은 콜이 많이 불린다는 점이다. 특히 큰 무대에서 더욱 그런 경향이 짙다.
DB는 일찌감치 3쿼터 팀 파울이 걸렸고, SK는 2분47초를 남기고 화이트의 파울이 첫 반칙이었다. 그래서 더욱 의심이 갔다.
좀 더 정확히 보기 위해서 각 장면을 세부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판정 기준이 한 팀에만 편향적으로 적용이 되는 지 여부를 체크하려면 이 방법 밖에 없다.
일단, SK의 수비는 괜찮았다. 8분34초를 남기고 윤호영이 돌파 시 화이트가 팔을 치는 듯한 장면이 있었다. 화이트가 황급히 손을 뺐기 때문에 비디오 상으로 파울 여부를 판독하기 쉽지 않다. 이 장면을 제외하면 SK가 파울을 불릴 만한 장면은 나오지 않았다. 버튼과 벤슨이 골밑돌파 시 최준용의 수비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팔을 직각으로 들고 골밑에서 대기하고 있었기 때문에, 공격수와 접촉이 있어도 파울은 아니었다.
DB의 수비 장면을 볼 필요가 있다. 일단 벤슨의 4반칙 장면은 매우 좋은 판정이었다. 벤슨이 교묘하게 팔로 어깨를 누른 뒤 리바운드를 잡는 순간 점프를 했다. 명확한 반칙이다. 이지운의 진로 방해(3쿼터 4분12초 남음)도 파울이 맞다. 너무 노골적으로 진로를 방해했기 때문에 반칙이었다. 버튼이 김민수를 눈을 찌른 뒤 비디오를 보자고 제스처를 했다. 김민수의 눈에 맞았다. 플라핑이 아니었다.
버튼의 킥볼도 정심에 가까웠다. '킥볼'은 설령 발에 맞았다고 해도 의도성이 없이 약하게 맞으면 '킥볼'이 선언되지 않는다. 당시 장면을 분석하면, 버튼의 눈이 볼에 향해 있었고, 발에 걸리면서 상대로부터 볼을 보호하는 형태로 킥볼이 됐다. 의도성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킥볼' 선언은 타당하다.
연장 17.4초를 남기고 나온 애매한 장면도 있었다. 벤슨이 리바운드를 잡을 때 여러 차례 경합이 일어났다. 이때 최부경이 벤슨의 팔과 접촉이 일어나는 장면이 나왔다. 휘슬은 불리지 않았다. 상당히 애매했다.
그러나 경기 막판, 매우 중요한 상황에서 노골적이지 않은 접촉에 대해서는 웬만하면 불지 않는다. 때문에 이 콜 역시 애매하지만, 현장 판단에 따라 불지 않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문제는 윤호영의 파울이었다. 여기에서 오심이 많이 나왔다. 일단, 7분16초를 남기고 윤호영과 안영준의 리바운드 경합. 애매했지만, 노 콜에 가까웠다. 정상적 리바운드 경합이었다.
또 하나, 최준용의 골밑 돌파 시(3쿼터 4분32초 남은 상황) 윤호영은 블록 파울을 지적받았다. 접촉이 없었고, 명확한 오심. 또, 2분11초를 남기고 윤호영 돌파 시 화이트가 팔로 쳤다. 휘슬은 울리지 않았는데, 오심이었다.
즉, DB의 수비 실수와 윤호영에 대한 오심이 겹쳐지면서, DB는 3쿼터 무더기 파울을 받았다. SK의 추격이 점점 거세지고 있는 승부처 상황. 냉정하게 말하면, 홈 어드밴티지가 약간 과도했다고 할 수 있다.
◇3차전 판정 일지
쿼터=남은시간=내용=파울유무=정심/오심=비고
1=6분20초=벤슨 공격자 파울=파울=정심=벤슨 손을 씀.
1=25초=메이스, 버튼 충돌. 버튼 쓰러짐=노 파울=오심성=공격자 파울에 가까움
2=9분50초=안영준 돌파, 서민수 충돌=노 파울=오심성=공격자 파울에 가까움
2=8분2초=최원혁 트레블링, 이상범 감독 항의=노 파울=정심=트레블링 아님
2=6분8초=서민수 돌파, 안영준 파울=파울=애매함=위에 접촉 없음. 엉덩이 옆쪽 접촉
2=5분41=벤슨 돌파, 메이스 파울=파울=정심=접촉 있었음
2=5분10초=버튼 유로스텝, 트레블링?=노콜=정심=슛으로 판단, 트레블링 아님
2=4분24초=벤슨 공격자 파울=파울=정심=벤슨 발 걸면서, 팔로 휘감음
2=1분31초=화이트 3점슛 시도, 서민수 수비=노 파울=정심=겉으로 보면 100% 파울성. 화이트가 옆으로 비틈. 노파울이 맞음
3=8분50초=화이트 돌파, 김태홍 파울=파울=정심=진로방해. 명확한 파울
3=8분44초=김선형 돌파, 버튼 팔 걸림=노 파울=오심=팔이 걸린 뒤 슛 불발
3=8분34초=윤호영 돌파, 화이트 파울=노 파울=애매함=화이트 팔을 황급히 뺌. 접촉 여부 비디오 판독 불투명.
3=7분16초=윤호영, 안영준과 리바운드 경합=파울=애매함=윤호영 팔 약간 올라갔지만, 노콜에 가까움.
3=5분34초=벤슨 리바운드 경합. 4반칙=파울=정심=벤슨 교묘하게 팔로 어깨 누름. 상당히 잘 본 판정.
3=4분32초=최준용 골밑 돌파, 윤호영 블록슛 파울=파울=오심=접촉 없었음.
3=4분12초=이지운 진로방해 파울=파울=정심=이지운 노골적 진로 방해.
4=9분29초=버튼, 김민수 눈 찌름=파울=정심=눈을 실제로 ?었음.
4=2분11초=윤호영 돌파 시, 화이트 팔로 방해=노 파울=오심=화이트가 팔을 침.
4=1분20초=버튼 킥볼=킥볼=정심=6대4 정도로 버튼 의도성 킥볼로 판단
연장=1분5초=안영준 5반칙 퇴장=파울=정심=버튼 파울 잡아당김
연장=17.4초=벤슨 리바운드 시, 최부경 팔 접촉=노 파울=애매함=노골적 접촉이 없었고, 경기 막판 상황. 불지 않는 게 가장 적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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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 3차전을 돌이켜 보면, 판정 논란은 계속 있었다. 1차전은 매우 실망스러웠다. 2차전 나아지는 모습이 있었다. 3차전은 3쿼터가 문제였다.
여기에서 결합되는 부분이 과도한 '홈 어드밴티지'다.
일단 이번 챔프전 판정에서 가장 잘한 부분은 1차전을 제외하고 몸싸움의 허용치를 대폭 늘렸다는 데 있다. 실제, 2, 3차전을 보면 판정 기준이 불안정했지만, 전체적으로 몸과 몸이 부딪치면서 진정한 힘 대결을 펼치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경기 장면장면마다 생생하게 살아있는 박진감이 가중된다.
문제는 여전히 예전 판정의 좋지 않은 관성이 남아있다는 점이다. 3차전 DB가 20점 차로 리드를 잡자, 곧바로 SK에 친화적 콜이 나온다. 세부적 장면으로 봤을 때 윤호영에 대한 오심이 가장 치명타였다.
판정에 대한 불신, 김영기 총재로부터 시작한 과도한 홈 어드밴티지가 농구 팬 뇌리에 트라우마로 자리잡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시 좋지 않은 모습이 나왔다.(물론 예전 암담했던 시절에 비해 이번 PO에서 판정 콜은 개선할 수 있는 희망이 점점 보인다. 몸싸움 기준을 조금씩 굳건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4차전부터 몸 싸움 기준은 그대로 가지고 가되, 점수 차가 100점이 난다고 해도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냉철하게 불어야 한다.)
여기에 양념처럼 플라핑이 섞인다. 수많은 비판으로 선수들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SK 김선형은 3차전이 끝난 뒤 "플라핑이 없어져야 하는 게 맞다. 이렇게 경기를 하는 게 선수들 입장에서도 더욱 편하다"고 했다.
챔프전 들어서 플라핑이 상당히 없어지고 했다. 하지만, 여전히 습관처럼 액션이 큰 경우가 특정 선수 위주로 나오고 있다.
노골적 플라핑은 아니지만, 플랍성 플레이다. 예를 들어 공격수의 경우, 수비자가 어떤 접촉이 가해질 때 액션이 나온다. 만들어서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플랍성 장면은 명확히 구분된다. 단지, 작용과 반작용에 의해 액션이 커지는 것은 티가 분명히 난다. 접촉을 한 뒤 반응하고, 여기에서 반 박자 느리게 또 한차례의 과장된 동작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흔히, 파울유도동작과 헷갈리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3차전 김태홍이 안영준을 상대로 3점슛 자유투를 얻은 것은 좋은 플레이다. 안영준의 손 자체가 김태홍의 실린더를 침범하고 있었고, 김태홍은 그대로 슛 자세를 가져가면서 안영준의 팔에 걸리게 만들었다. 정석적 파울 유도 동작이다. 반면 플라핑의 경우는 다르다. 최부경이 1쿼터 6분 경 벤슨에게 밀렸다. 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몸을 돌리며 팔을 휘젓는 동작이 나왔다. 두경민이 연장에서 두 차례 볼을 뺏기면서 팔을 과도하게 올리는 장면도 있었다. 즉, 접촉에 의한 반응 이후, 2차 반응이 의도적으로 만들어졌다. 분명한 차이가 있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챔프 3차전 플랍성 플레이
1쿼터=6분20초=벤슨 스크린 오펜스 파울, 최부경 밀린 것 맞지만 몸을 회전하며 팔을 과도하게 휘저음.
연장=3분23초=두경민 스틸 당한 뒤, 두 팔을 과도하게 올림
연장=2분10초=두경민 스틸 후 속공 상황에서, 김선형이 볼을 터치할 때 두 팔을 올리고 판정 항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