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농구연맹(KBL)이 외국인 선수 제도를 또 손봤다. 다음 시즌부터 드래프트제도에서 자유선발제도로 회귀한다. 1997년 KBL 원년 드래프트로 시작해 외국인 선수 선발은 자유계약→드래프트→자유계약→드래프트→자유계약으로 무려 5차례나 바뀌었다.
내친 김에 한걸음 더 나아가면 어떨까. 이번 결정도 진일보했다는 평가지만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MVP는 '가장 가치있는 선수'에게 주는 상이다. 국내, 외국선수를 나누지 않고 통합 MVP 한명만을 뽑는 공정함은 요원한 것인가.
2개의 MVP는 KBL의 현실과 고민을 대변한다. 틈만나면 외인 제도를 손보는 이유는 그들이 가진 폭발력 때문이다. 좋은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면 팀순위는 수직 상승이다. 일부 프런트와 사령탑은 팀전술 정비, 국내선수 육성보다 복권같은 외국인 선수 선발에 더 신경을 쓴다. 리그 전체에 '성적은 노력보다는 운'이라는 받아들이기 힘든 운명론이 일부 존재한다.
기량 차이가 현저하다고는 해도 아예 뛰지 못하게 막는다면 모를까, 같이 코트를 누비는 상황에서 20득점, 30득점을 올린 외국인 선수보다 10득점을 올린 국내 선수가 우대받는 것은 공정한 처사가 아니다.
현실을 모르는 바 아니다. 5일 현재 리그 득점 톱20는 외국인 선수들이 점령하고 있다. 1위 데이비드 사이언(안양 KGC)부터 11위 웬델 맥키네스(부산kt)까지 전부 외인이다. 국내선수로는 오세근(KGC)이 12위로 순위가 가장 높다. 20명중 17명이 외국인이다. 리바운드 역시 톱10에 이름을 올린 국내 선수는 8위 오세근과 공동 10위 하승진이 전부다. 기록만 놓고보면 국내선수들이 비집고 들어갈 틈은 거의 없어보인다.
하지만 MVP(기자단 투표로 선정)는 기록 외에 수치로 계량화할 수 없는 팀공헌과 협업, 리더십 등도 감안 요소다. 리그와 국내농구 활성화를 위한 피치못할 조치라는 것이 KBL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VP는 '가장 뛰어난 선수'가 받아야 한다. 국내선수 사기 진작 방법을 찾는다면 다른 길이 아예 없진 않을 것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