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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는 팀에는 다 이유가 있다.
하지만 DB 선수단이 가장 경계하는 것이 '방심'이다. 자칫 분위기에 취해 절실함을 잃을 경우,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누구보다 스스로 가혹한 채찍질을 하고 있다.
28일 오리온전에서도 이런 모습이 잘 드러났다. 이날 DB는 초반 두경민, 디온테 버튼 등 주축 선수들이 헤매면서 오리온에게 끌려가는 양상을 보였다. 후반 외곽포가 살아나고, 베테랑 윤호영이 중요할 때 점수를 만들어주면서 역전승을 일궈 한숨 돌릴 수 있었다. 경기 후 DB 선수들은 진심어린 반성을 했다.
이처럼 '잘 나가는' DB 선수들이 끊임없이 스스로를 경계하는 이유는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서다. DB는 시즌전 우승 후보가 아니었다. 은퇴를 앞둔 김주성과 부상에서 회복되지 않은 윤호영이 전성기 기량에 못미친다고 봤고, 나머지 국내 선수들도 백업에 가까운 멤버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즌 초반 선두를 달릴 때도 '깜짝 돌풍'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DB는 똘똘 뭉쳐 여전히 1위를 달리고 있다. 김주성은 "늘 초심을 잃지 말자고 이야기 한다. 반성 없이는 앞으로 나갈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후배들이 처음 주전으로 뛰면서 긴 연승을 하다보니 조금은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나와 호영이가 더 안정시켜주고, 부담을 덜게끔 더 열심히 하겠다"며 따뜻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선수들의 절실함이 지금의 1위의 원동력이라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있기 때문이다. 이상범 감독은 "1년전에 우리 선수들 다수가 주전이 아니었고, 나 역시 야인으로 있었다. 누구도 지금의 1위를 예상할 수 없었지만, 선수들이나 나나 절실함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다. 여기서 만족할 것이 아니다. 플레이오프에서 우리가 마지막에 어디까지 가느냐가 중요하다. 초심을 잃지 않고 흔들리지 않는다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DB의 초심 강조. 이유있는 1위팀이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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