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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성, 야구 이승엽같은 은퇴투어 영광 안을까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7-12-18 19:12


◇2007~2008 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 직후 김주성.  스포츠조선DB

이승엽(41)에 이어 김주성(38)도 멋진 은퇴투어를 통해 아름다운 마무리를 할 수 있을까.

남자 프로농구의 '레전드' 원주 DB 프로미 김주성이 18일 은퇴를 선언했다. 당장 퇴장이 아닌, 이번 시즌 종료 후 은퇴 선언이지만 이별 소식에 벌써부터 안타깝다는 팬들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김주성은 프로농구 전설 중 최고로 꼽힐 만한 선수다. 그는 중앙대를 졸업하고 2002~2003 시즌 원주 TG 삼보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했다. 대학 시절부터 최고의 빅맨으로 국가대표팀에 뽑혔고, 프로 무대를 뒤집어 놓을 수 있는 선수로 평가됐다. 그리고 실제로 김주성과 함께 원주 농구에 '봄날'이 찾아왔다. 프로 신인상을 시작으로 2003~2004 시즌 정규리그 MVP, 2004~2005 시즌 플레이오프 MVP를 수상했다. 2007~2008 시즌에는 정규리그, 플레이오프, 올스타전까지 MVP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했다. 사상 최초의 기록이었다.

김주성은 17일 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전까지 16시즌 동안 통산 711경기에 출전해, 평균 31분31초를 소화하며 14.24득점-6.1리바운드-2.7어시스트를 기록했다. 3차례 팀 우승을 이끌었다. 통산 득점 2위(1만124점), 리바운드 2위(4366개), 블록슛 1위(1028개)에 올라있다. 블록슛 1000개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김주성 뿐이다. 김주성은 블록슛 기록에 큰 애착을 갖고 있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결승전 승리 후 양동근(왼쪽)과 함께 환호하고 있는 김주성.  스포츠조선DB
또 하나 주목해야할 게 국가대표팀에서의 헌신이다. 김주성은 중앙대 1학년이던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에 나서 은메달, 이후 2002년 부산, 2006년 도하, 2010년 광저우,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 연속 출전해 금메달 2개와 은메달 1개를 목에 걸었다. 이 외 여러 국제대회에 빠짐없이 대표선수로 출전해 태극마크에 대한 자부심으로 불평없이 성실하게 뛰었다.

직접 비교는 힘들지만, 올해 프로야구에서 사상 최초로 은퇴투어를 했던 이승엽(전 삼성 라이온즈)과 비슷한 길을 걸었다. 개인 성적 뿐 아니라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활약이 뛰어났고, 오랜 기간 '원클럽맨'으로서 자존심을 지켰다. 또, 마지막 시즌이 끝나지 않은 가운데 일찌감치 은퇴 선언을 한 것도 마찬가지다.

이승엽이 누린 은퇴투어의 영광을 김주성이 프로농구 최초로 받을만 하다.

일단 DB 구단은 적극적이다. 홈인 원주종합체육관 코트와 DB 선수 유니폼에 김주성의 등번호인 '32'번을 새긴다. 구단 차원에서 은퇴투어라고 이름을 붙이기에는 민망하기에 조심스럽지만, 마지막 원정경기를 하기 전 한정판 유니폼을 상대팀에 선물하기로 했다. 원정팀 선수들과 함께 기념촬영도 한다. 평소 사회공헌활동에 관심이 많았던 김주성이기에, 유니폼 추첨 팬 응모 행사로 수익금을 마련해 대한장애인농구협회에 기부할 계획도 세웠다.


구단 행사에 그치지 말고 KBL(한국농구연맹)과 나머지 9개 구단이 힘을 합쳐 더욱 성대한 은퇴투어를 열어주는 게 좋다. 떠나는 선수에게도 영광이고, 이를 지켜보는 후배들에게는 동기부여가 된다. 구단은 베테랑 선수들이 일찍 은퇴를 결정해주면, 말년에 연장 계약 문제를 놓고 얼굴 붉힐 일이 없어 좋다. 프로농구 전체로도 이슈가 되며 흥행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통산 득점(1만3231점), 리바운드(5235개) 1위의 또 다른 전설 서장훈이 은퇴할 때는 은퇴투어가 생소했고, 주희정은 시즌 종료 후 갑작스럽게 결정돼 여건이 안 됐다. 좋은 선례를 만들 수 있을 때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이승엽 은퇴투어 아이디어를 삼성 구단에 먼저 제의하고, 함께 성공적인 이벤트를 만들어냈다. KBL 역시 "우리도 김주성 선수의 은퇴와 관련해 도울 수 있는 내용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약속했다.

당장 내달 5일 김주성은 서울 SK 나이츠의 홈구장인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을 마지막으로 방문한다. 상징적인 기념품을 선물하는 것도 좋지만, 가장 중요한 건 김주성이 마지막으로 상대팀을 응원하는 팬들에게 인사할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농구계가 빠르게 힘을 모아야 할 타이밍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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