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반전이다. 솔직히 최진수(오리온)에게 '냉철한 승부사'의 모습은 낯설다.
겉으로 보이는 '기록지'는 초라할 수 있다. 12분53초를 뛰며 6득점, 3리바운드, 2스틸. 그런데 모든 기록 하나하나가 KCC 추격의 맥을 끊어버리는 활약이었다.
오리온 추일승 감독 역시 "최진수가 너무나 큰 힘이 됐다"고 했다. 게다가 그는 애런 헤인즈의 팔꿈치에 오른쪽 눈 실핏줄이 터져 원근감이 정상이 아닌 상태였다. 그의 변신은 일시적일까, 아니면 변화의 시작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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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수는 '대형 선수'의 자질이 충분했다. 수원 매산초 시절 농구를 시작, 삼일중에서 국내무대를 평정했다. 당시 센터였던 그는 2m가 넘는 큰 키와 탄탄한 기본기로 '1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한국농구의 기대주였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센터에서 포워드로 전향했다. 메릴랜드대에 입학하면서 한국 최초 NCAA 디비전 1에 등록된 농구선수가 됐다.
그런데 메릴랜드 대에서 기량 자체가 크게 늘지 않았다. 2011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3순위로 오리온에 입단했지만, 성장 폭은 그리 두드러지지 않았다.
문제는 두 가지였다. 국가대표팀에서 혹평을 받은 기본적 수비 스텝. 그리고 경기를 읽는 흐름이 떨어진다는 평가였다.
2m3의 큰 키에 좋은 윙스팬, 그리고 뛰어난 운동능력과 포지션 대비 준수한 슈팅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스피드가 뛰어나고 코트에서 에너지 레벨도 상당히 높았다. 하지만, 실전에서 효율성은 떨어졌다. 깜짝 놀랄 블록슛으로 깜짝 놀라게 만들기도 했지만, 어이없는 수비 실책과 턴오버로 기복있는 플레이를 보였다. 그가 국가대표 최종 엔트리에서 번번이 탈락한 이유다.
올 시즌 최진수는 오리온의 에이스 역할을 해야 한다. 김동욱과 이승현 장재석 등이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불안정한 경기력이 발목을 잡았다.
지난 8일 '사고'가 생겼다.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부상을 당했다. 4쿼터 막판 골밑 돌파를 시도하는 헤인즈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팔꿈치에 오른눈을 맞았다. 실핏줄이 2개나 터졌고, 출혈이 나왔다. 격앙된 최진수는 "아 XX 진짜"라고 욕설을 했다. 최진수의 심정은 이해할 수 있었지만, 욕설 자체는 좋지 않은 행동. 최진수는 곧바로 사과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이후, 최진수는 자신의 전체적 플레이를 되돌아 보는 시간이 됐다. 그는 "예전 영상을 봤다. 헤인즈, (김)동욱이 형의 플레이 영상을 보면서, 나와 다른 점을 곰곰이 생각했다. 확실히 달랐다"고 했다.
변화의 '단초'였다. 그는 "확실히 나는 팀 흐름을 끊는 플레이를 많이 했다. 상대가 서두르면, 스스로 서두르면서 실수를 많이 했다. 패스를 줘야 할 때 그렇지 않을 때를 구분하지 못했다. 쉬는 동안 영상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고 했다. 사실 복귀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실핏줄이 터지면서 오른쪽 눈은 시뻘겋다. 더욱 큰 문제는 눈을 맞으면서 충격을 받은 목이었다.
최진수는 "이틀 동안 누워서 잘 수가 없었다. 목이 너무 불편했다. 앉아서 이틀동안 잠을 잘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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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일승 감독은 최진수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고 싶어했다. 뛸 선수가 많이 없었지만, 무리한 복귀는 오히려 마이너스였기 때문이다.
일찌감치 그에게 '15일 KCC전까지는 재활에 전념하고, 17일 KT전 복귀를 준비하자'고 통보했다. 하지만, 최진수는 KCC전 복귀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결국, 고양 원정 버스에 몸을 실었다. 추 감독은 이때까지만 해도 출전을 결정하지 않았다. 15일 KCC전 직전 라커룸에서도 "최진수를 기용할 지에 대해 여전히 고민이다. 어떤 시점에서 투입해야 할 지 결정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최진수는 3쿼터 2분53초를 남기고 투입됐다.
4쿼터 강력한 변수가 됐다. 초반 이정현의 골밑 돌파를 블록슛했다. 곧바로 공격 제한시간에 쫓겨 던진 3점포가 백보드를 맞고 림을 통과했다. 약간의 행운이 곁들여졌다.
리바운드를 걷어냈고, 4쿼터 3분15초에는 버논 맥클린의 골밑슛을 도운 절묘한 2대2 플레이를 완성시켰다. 수비에서 더욱 빛났다. 에밋을 전담마크한 그는 여러 차례 그의 돌파를 효율적으로 제어했다. 결국 경기종료 2분48초를 남기고 사실상 승패를 결정짓는 깨끗한 3점포를 사이드에서 꽂아넣었다.
수비에 집중하면서, 상대 추격의 맥을 끊는 공격을 위력적으로 만들어냈다.
경기가 끝난 뒤 추 감독이 "최진수가 냉정해졌다. 눈을 맞은 뒤 시야가 넓어졌다"고 농담을 한 이유였다. 여기에 대해 최진수는 "1, 2쿼터 때 경기흐름에 집중했다. 코트에서 내가 할 일에 대해 예상했고, 출전하면서 제 역할을 할 수 있었다"고 쑥스럽게 말했다.
최진수의 이런 경기력이 유지된다면, 그의 운동능력과 신체조건은 더욱 빛을 발할 수밖에 없다. 대표팀에 뽑혀도 당당한 포워드의 한 축을 맡을 수 있다.
문제는 '유지력'이다. 단순한 1게임의 '반전'이라면 너무 아깝다. 최진수는 이날 경기력을 곱씹을 필요가 있다. 전주=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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