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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이상범 감독은 KGC 지휘봉을 잡고 있었다. 당시 모비스 유재학 감독에 대해 '만수(만가지 수)'라고 극찬했다.
매우 안정적 경기력. 최다 연패가 2연패다. 윤호영까지 돌아오면서 전력은 더욱 탄탄해졌다. DB는 의심할 여지없는 최하위 후보였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DB는 불의의 부상이 없는 한 PO에서도 4강까지 갈 가능성이 농후해 졌다.
올 시즌 DB의 지휘봉을 잡은 이 감독에 대해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심지어 '갓상범'이라는 별칭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뛰어난 지도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DB 상승세 3가지 이유
일단 'DB 태풍'에 대한 이 감독의 '기여도'를 살펴보기 위해서 필요한 사전 작업. DB 상승세의 원동력이다.
크게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프로농구는 외국인 선수가 여전히 중요하다. DB는 디온테 버튼을 선택했다. 올 시즌 최고 외국인 선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뛰어난 클러치 득점력, 센스있는 수비, 날카로운 돌파, 좋은 BQ에 의한 날카로운 패싱과 리딩까지.
한마디로 멀티 플레이어다. 더욱 좋은 부분은 DB가 부족했던 경험치와 승부처 경재력을 버튼이 채워주고 있다는 점이다. 대학졸업 후 곧바로 프로에 뛰어든 '젊은 선수'지만, 플레이는 '10년 차 베테랑'을 보는 듯 하다.
매 시즌 고질적 무릎 부상으로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로드 벤슨 역시 몸상태가 최근 3년 동안 가장 좋다. 노련하면서도 높이를 보강한다. 두 외국인 선수 조합이 DB 상승세의 근간인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두번째는 두경민을 에이스로 낙점했다는 점이다. 활동력이 뛰어나고 득점력이 좋은 가드. 하지만 2% 부족했다. 슛 셀렉션이 좋지 않고, 잔 실수가 많다. 하지만, 김주성의 노쇠화, 윤호영의 부상, 허 웅의 상무행 등 갖은 악재를 맞은 DB 입장에서 에이스 역할을 할 선수는 두경민 밖에 없었다. 올 시즌 메인 볼 핸들러다. 여전히 불안한 면은 있지만 잠재력을 폭발시키면서 DB 상승세 원동력이 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적절한 선수 배치다. 김주성을 3쿼터 후반 출전으로 원칙을 세웠다. 여기에 서민수 김태홍을 주전으로 기용했고, 맹상훈 김영훈 최성모 이지운 유성호 등을 돌아가면서 적절히 기용했다. 출전시간에 목 말랐던 DB '무명' 선수들은 한마디로 혼신의 힘을 다해서 뛰고 있다. 기본적 에너지 레벨 자체가 다르다. 마치 양동근의 전성기 시절을 연상하듯 코트를 쓸면서 다닌다.
이상범 감독의 기여도
이 감독이 가장 잘한 부분은 선수를 적재적소에 기용했다는 점이다. 선수를 보는 '안목'과 연결된다.
일단 두경민을 에이스로 내세운 점, 김주성을 후반으로 돌린 점이 대표적 예다.
어떤 선수를 평가할 때 에이스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 롤 플레이어로 유용한 선수, 식스맨으로 활용이 가능한 선수 등으로 구분된다.(물론 선수의 기량 변화에 따라 이 구분은 달라진다)
특히, 에이스 역할을 할 잠재력을 눈여겨 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단지, 에이스로 배치하는 것 뿐만 아니라 거기에 맞는 패턴과 용병술을 바꿔줘야 하기 때문이다. 감독의 '안목'에 따라 팀의 운명이 바뀐다. 그런 점에서 두경민의 에이스 선택은 매우 적절했다. 비 시즌 훈련부터 이 감독은 "우리 팀의 에이스는 두경민"이라고 했다. 볼 소유 시간을 늘렸고, 메인 공격 옵션을 줬다. 자세히 보면 버튼이 승부처에서 뛰어난 클러치 능력을 구사하지만, 1~3쿼터의 공격 시발점은 항상 두경민이다.
여기에 김주성을 후반에 배치했다.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현 시점에서 김주성의 '15분 효율성'은 여전히 뛰어나다. 체력적 부담감만 없애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DB의 약점 중 하나는 주전들의 경험치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강력한 에너지 레벨로 3쿼터까지 잘 끌고 와도 4쿼터 결정적 순간 승부처 극복력이 부족하다. 김주성의 '후방 배치'는 이런 약점을 단숨에 없앴다. 상대팀 입장에서는 3쿼터까지 앞서야 한다는 중압감을, DB 입장에서는 3쿼터까지만 대등하게 간다면 충분히 경기를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는 섬세한 심리적 변수도 고려한 배치다.
게다가 적절한 시점에서 선수단과 '밀당'을 한다. 농구 팬에게 화제가 됐던 "너네가 언제부터 농구를 이렇게 했어"와 같은 작전시간의 일침. 버튼이 부진하자 아예 로테이션에서 배제시킨 채찍과 함께, 당근을 적절히 분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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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감독의 감독 경력은 그리 많지 않다. 2008년 KGC(당시 KT&G) 감독대행을 시작으로 6년 동안 감독직을 역임했다. 이 와중에 짧은 국가대표 감독을 겸임했다.
2014년에는 유재학 감독을 보좌하는 국가대표 코치로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주역이 됐다. 이후, 3년 간의 야인 생활 끝에 DB 지휘봉을 잡았다.
KT&G 사령탑 시절 이 감독은 장, 단점이 뚜렷했다. 선수단 장악력과 흐름을 읽는 눈은 뛰어나지만, 전술의 디테일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때문에 2013년부터 국가대표 수석 코치를 자원했다. 유재학 감독의 전술, 전략을 배우고 싶다는 의도였다.
이후, 그는 남자농구 KT, 여자농구 KB의 '러브콜'을 받았지만, 모두 정중히 거절했다. 그의 눈은 단 하나에 고정돼 있었다. KGC 감독 사임 이후 2년간 목표가 '대표팀 감독'이었다. 당시 이 감독은 "대표팀 코치로 많이 배웠다. 해 보고 싶은 전술, 전략이 있다. 대표팀에서 모든 것을 쏟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좌절됐다. 하지만, 대한농구협회의 결정은 허 재 감독이었다.
이 감독은 국내 농구판을 서성이는 대신, 일본으로 향했다. 당시 하세가와 일본 대표팀 감독과 교류를 가졌고, 일본 프로팀과 고교팀에서 '인스트럭터' 역할을 했다. 일본 후쿠오카 오오리 고교에서는 대표팀에서 쓰지 못했던 지역방어를 알려주며 여러가지 실험을 하기도 했다. 즉, '야인'으로 허송세월을 보내지 않고, 자신이 모자란 부분에 대해 검증하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쳐가던 이 감독에게 올 시즌 기회가 왔다. DB 지휘봉을 잡고 '한'을 풀듯이 자신이 구상했던 팀 운영을 하고 있다. 이 감독의 정확한 평가는 최소 1시즌이 끝난 뒤에 해야 한다. 하지만, 그의 이력을 볼 때 'DB 태풍'은 쉽게 사그라들 것 같지 않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KBL 450%+NBA 320%+배구290%, 마토토 필살픽 적중 신화는 계속된다 스포츠조선 바로가기[스포츠조선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