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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후반분석] 아킬레스 전쟁, 끝내 KGC가 웃었다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7-04-26 21:14


2016-2017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서울삼성과 안양KGC 의 경기가 26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렸다. KGC 박재한이 삼성 문태영과 리바운드 볼을 다투고 있다.
잠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7.04.26/

KGC가 다시 앞서 나갔다.

KGC는 26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챔피언결정(7전4선승제) 3차전에서 삼성을 88대82로 눌렀다. 데이비드 사이먼(34득점)이 전반에만 22점을 몰아쳤고, 오세근(22득점, 12리바운드)과 양희종(13득점 6어시스트 5리바운드)의 분전도 인상적이었다. 여기에 가드 박재한(3득점, 4어시스트)도 마지막 승부처에서 결정적 역할을 했다.

●전반전='뜨거운 감자' 이정현

'우~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이정현이 공을 잡을 때마다 삼성 홈 팬의 야유가 계속 터졌다. 2차전 경기 중 이정현과 이관희의 충돌 때문이다.

당시, 이정현이 밀착마크하던 이관희의 목을 교묘하게 가격했다. 이관희는 격분, 그대로 팔로 가슴을 때렸다. 이관희는 곧바로 퇴장, 출전 정지징계를 받고 이날 경기 나오지 못하는 상태.

경기 직후 양팀 감독의 인터뷰가 논란을 더 키웠다. 김승기 KGC 감독은 "후배가 선배한테 그러면 안된다.(이정현이 1년 선배), 상대 에이스에게 그러면 안된다"고 말했다. 이상민 삼성 감독은 "이관희 잘못은 인정하지만, 이정현의 플랍성 플레이가 문제"라고 했다. 이정현은 원인을 명백히 제공했고, 이관희 역시 프로로서 자격이 없다. 너무나 중요한 챔프전에서 상대 도발에 완벽히 넘어갔다.

여기에서 챔프전 가장 큰 논란이 되고 있는 이정현의 '플랍성 플레이' 원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단 전체적으로 액션이 과도하다. 3차전 1쿼터에서도 15.6초를 남기고, 돌파하는 과정에서 크레익이 따라오자 불필요하게 목과 어깨를 젖혔다. 대부분 플레이에 이런 식으로 액션이 크다. 한마디로 습관성이다. 이상민 삼성 감독이 "이정현의 과도한 액션을 잘 불어주지 않다가 챔프전에서 잘 불어준다"고 지적한 이유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설명이 안된다. 두번째 문제는 심판진이 날카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2차전 3쿼터 2분32초를 남기고 나온 임동섭의 파울이 대표적이다. 이정현의 과도한 액션에 심판진이 속은 것이다. 또 하나의 문제가 있다. 삼성의 좋지 않은 수비 스텝이다.

스텝이 정확하면, 멈춤동작에서 팔이 곧게 올라간다. 그런데, 삼성 선수들은 수비 스텝이 좋지 않다. 개인수비가 좋은 선수가 없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때문에 멈춤 동작에서 팔이 공격자 실린더를 침범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노련한 이정현에게는 좋은 먹잇감이 된다. 즉, 이정현의 습관적 액션 심판진의 예리하지 못한 판정 삼성 수비스텝의 불안함이 겹쳐지면서 이같은 논란이 만들어졌다.

이정현은 위축된 느낌이 강했다. 경기 초반 문태영에게 스틸을 당했고, 속공을 그대로 허용했다. 결국 전반, 7득점에 그쳤다. 3점슛 6개를 던졌지만 단 1개만 성공했다. 야투율이 22%에 그쳤다.

삼성이 초반 분위기를 탔다. 13-4로 앞서나갔다.

그런데, 이틀 쉰 사이먼의 컨디션이 너무 좋았다. 마치 4강 모비스전을 보는 듯 했다. 전반에만 22점을 몰아넣었다. 야투율이 무려 91%. 여기에 오세근과 양희종의 효과적인 패스가 더해졌다. 결국 2쿼터 3분38초를 남기고 41-39, 역전을 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KGC의 공격루트가 단순해졌다. 사이먼과 오세근 외에는 별다른 공격루트가 없었다. 사익스는 발목부상으로 3차전에서 결장한 상황. 삼성은 벤치멤버 이동엽의 3점포와 천기범의 2득점을 보탰다. 결국 52-43, 9점 차 삼성의 리드로 전반이 끝났다.


2016-2017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서울삼성과 안양KGC 의 경기가 26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렸다. KGC 이정현이 삼성 크레익의 수비사이로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잠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7.04.26/
●후반전=아킬레스건 전쟁

전반, KGC는 보이지 않는 불안감이 있었다. 사이먼과 오세근이 이정현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쉴새 없이 뛰어다녔다. 양희종도 마찬가지다. 문태영의 마크를 제치고, 여러차례 효과적 패스를 찔러줬다. 전반에만 어시스트 4개를 기록했다. 하지만, 체력적 조절은 전혀 하지 못했다.

호화멤버 KGC의 약점은 주전 의존도가 과도하다는 점이다. 정규리그동안 백업진의 활용이 조직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문성곤 김민욱 등 좋은 기량을 가진 백업 멤버들이 있었지만, 경기 운영에서 비중 자체가 그리 크지 않았다.

삼성은 크레익의 미들 레인지 점프슛이 계속 들어갔다. 컨디션이 좋았다. 여기에 라틀리프가 뛰는 농구로 득점을 차곡차곡 쌓았다. 사이먼의 활동력은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3쿼터 8점을 올렸지만, 유기적 움직임이었던 전반과 달리, 간헐적 골밑돌파라는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KGC는 결국 클래스가 다른 백업의 힘으로 위기를 넘겼다. 중요한 순간 문성곤의 2득점과 강병현의 3점포가 터졌다. 결국 3쿼터는 72-64, 8점 차.

4쿼터 시작, 매우 중요했다. 양희종의 의외의 3점포가 터졌다.

이때부터 경기는 KGC의 추격전으로 흘렀다. KGC는 강력한 외곽수비를 보였다. 삼성의 어이없는 외곽 패스미스로 기세를 내줬다. 이 과정에서 양희종은 또 다시 3점포를 터뜨린 뒤, 허슬 플레이까지 보였다. 나가는 공을 달려들어 공격권을 살려냈고, 파울 유도로 자유투 득점까지 적립했다. 반면 승부처에서 삼성은 라틀리프에게 공격을 전달하지 못하고 외곽의 잇단 미스로 자멸했다.

기세가 오른 KGC는 박재한의 3점포, 오세근의 연속 4득점으로 완전히 리드를 굳혔다. 여기에 가드 박재한의 알토란같은 패싱과 수비 허슬이 덧붙여졌다. KGC 입장에서는 분위기를 완전히 내줄 수 있는 3차전을 잡아냈다. 반면, 삼성은 결국 최대약점인 외곽의 불안을 극복하지 못했다. 2승1패, KGC의 리드.

삼성은 KGC의 체력적 약점을 끝까지 끌어내지 못했다. 반면, KGC는 강한 압박으로 결정적 순간 삼성 외곽의 혼돈을 야기시켰다. 승패를 가른 결정적 요소였다.

아직 챔프전 향방은 알 수 없다. 양팀의 아킬레스건 전쟁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KGC가 삼성의 외곽 약점을 흔드느냐, 삼성이 KGC의 체력 약점을 공략하느냐. 최대의 관전포인트다. 잠실실내=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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