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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프로농구 서울 삼성 썬더스 이상민 감독의 현역 시절은 화려함 그 자체다. 단적인 예. 몇 십년이 지나도 깨지지 않을 기록을 가지고 있다.
그의 스타일은 농구 동호회와의 짧은 레슨에서도 드러났다.
스포츠조선과 한국프로스포츠협회가 함께하는 프로스포츠 대국민 스킨십 캠페인 '이웃집에 프로가 산다' 프로젝트. 이번주 주인공은 이상민 감독이다.
약 1시간 30분의 짧은 만남. 이 감독은 동호회 농구 실전에서 꼭 필요한 '에센스'만을 뽑아 강조했다.
이 만남이 있기 사흘 전. 이 감독은 전화통화에서 "어떻게 얘기를 해 드려야 할 지 모르겠다. 프로 수준이 아닌 동호회 농구에 맞는 '꿀팁'을 많이 드려야 하는데 고민"이라고 했다.
하지만, 막상 실전에 들어가자 이런 걱정은 한마디로 '기우'였다.
그가 준비해 온 원 포인트 레슨은 세 가지였다. ①속공 시, 포지션에 맞는 움직임 ②3대3 커트-인 후, 코트 밸런스 찾기 ③지역방어 시 효율적 토킹이었다.
동호회 농구의 목적은 '즐기기'다. 하지만 여기에는 딜레마가 생긴다. 개인 플레이가 습관적으로 생길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5명이 모두 공을 잡기 힘들다. 모든 인원이 농구를 즐기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시스템이다.
공을 골고루 배분하면서, 5명 모두가 경기에 기여할 수 있는 움직임이 필요하다. 그래야 회원 전체의 농구 즐기기 만족감을 극대화할 수 있다.
그래서 몇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이런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해 이 감독은 세 가지를 강조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복잡한 듯 하지만, 알고 보면 매우 심플하면서도 효율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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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공 즐기기
모든 농구에서 속공은 가장 효과적인 득점수단이다. 동호회 농구에선 비중이 더 올라간다.
이 감독은 '안투라지' 회원들에게 기본적 '속공 드릴'을 강조했다.
일단 포지션 별 길 찾기다. 이 감독은 "양 포워드들은 속공 상황에서 기본적으로 양쪽 사이드에서 올라가야 합니다. 센터들은 중앙을 중심으로 플레이를 해야 해요"라고 했다.
그러면서 "가드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고 반문했다. 선뜻 대답이 나오지 않자, "가드들은 모든 지역에서 움직여야 합니다. 속공을 연결시켜줘야 하거든요"라고 했다.
속공 상황이 나왔다고 가정해 보자. 포워드들은 재빨리 상대 코트 양쪽 사이드로 침투한다. 가드는 센터의 공을 받아 속공을 지휘한다. 이 감독은 "보통 3대2의 찬스가 납니다. 그 경우 가드는 볼을 잡아 양쪽 포워드에게 연결합니다. 1차 속공입니다. 그리고 센터는 조금 늦게 중앙으로 침투합니다. 그럴 경우 센터를 이용한 세컨드 브레이크(2차 속공)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포지션 별로 주 활동 지역을 나눠서 연습해야 해요"라고 했다.
곧바로 실전 속공 드릴이 이어졌다.
리바운드의 한 센터의 공을 가드가 패스받은 뒤 양쪽 사이드로 뛰는 포워드들에게 연결하는 훈련 방법. 처음에 어색해 하던 회원들은 1~2차례 반복 후 곧잘 따라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속공 드릴 과정에서 '꿀팁'이 나왔다.
이 감독은 "센터가 패스한 볼을 가드가 받았을 때, 습관적으로 공을 보는데, 한 차례 전방을 주시해야 해요. 프로, 아마, 동호인들이 모두 까먹는 습관같아요. 두 가지 효과가 있어요. 뒤에 있는 수비자를 견제할 수 있고, 패스를 할 때 팀원의 움직임을 보면서 가장 효율적인 속공 패스를 할 수 있어요"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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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 밸런스 즐기기
코트 밸런스는 언뜻 보면 추상적 개념이다. 잘 모르는 농구 팬도 많다. 여러가지 설명이 있는데, 한 마디로 정리하면 '농구 코트 지역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이다. 좀 더 세밀하게 말하면, 공이 있는 곳에 몰려있지 않고, 반대쪽 코트로 이동해 균형을 잡아주는 움직임이다. 전 세계 농구 명장들이 항상 강조하면서 중요시 하는 가장 기본적 원칙이다. 효율적 득점 찬스와 수비 공략에 꼭 필수적인 요소다.
몇 가지 훈련 방법이 있다. 이 감독은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필요한 3대3 커트-인을 얘기했다. 동호인들이 가장 쉽게 코트 밸런스에 대해 연습할 수 있는 방법이다.
세 명이 코트에 선다. 한 명은 톱(중앙) 두 명은 각각 코너(양쪽 사이드 끝)에 선다. 톱에 있는 선수가 코터의 한 명에게 패스, 그리고 그 방향으로 커트-인을 한다. 그리고 반대 방향으로 돌아서 나가고, 나머지 코너에 있는 선수가 중앙으로 이동, 패스를 받는 방식이다.
이 움직임의 목적은 두 가지다. 일단 톱에 있는 선수가 패스한 뒤 커트-인을 해서 골밑 레이업 슛을 노리는 움직임. 그리고 반대 방향으로 돌아나가고, 동시에 나머지 코너에 있는 선수가 중앙으로 이동하면서 코트를 넓게 쓰는,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이다.
'안투라지' 회원은 처음에 헷갈려 했다. 이 감독은 웃으면서 "사실 프로 선수들도 초등학교 때부터 하는 훈련이지만,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처음에 잘 안 되도 어색해 할 필요가 없어요"라고 했다.
이 감독은 차근차근 세세한 움직임을 알려줬다. 그러자 회원들은 적응했다.
이 감독은 더 나아가 "5번의 커트-인 움직임 이후, 레이업 슛을 쏴 봅시다"라고 제안했다. 3대3 커트-인 훈련 단계 레벨을 올리려는 시도. 짧은 원 포인트 레슨에서도 시스템을 만드려 주려는 이 감독의 배려였다.
그는 "코트 밸런스는 매우 중요합니다. TV에서 농구 경기를 보시면 감독들이 '스윙해'라고 외치는 경우가 있죠. 이런 움직임을 말하는 겁니다"라고 한 뒤 "이런 움직임이 습관화되면 수비를 효율적으로 깰 수 있어요. 경기력에 도움이 많이 되실 겁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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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방어 토킹 즐기기
'안투라지' 회원들은 적극적이었다. 2-3 지역방어에서 토킹하는 방법을 알려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이 감독은 처음에 코트에서 직접 지역방어 토킹의 세세한 부분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그는 "수비에서 토킹이 절반입니다. 무조건 해야 합니다"라고 못을 먼저 박았다.
그리고 예를 들어 설명했다. 그는 "일단 골밑의 센터가 토킹을 가장 많이 해야 합니다. 뒤에서 가장 잘 볼 수 있는 위치에 서 있으니까요"라고 한 뒤 상황 별(중앙에 볼이 투입됐을 때, 코너로 왔을 때, 윙으로 왔을 때)로 세세한 위치까지 잡아주면서 레슨을 이어나갔다.
상황이 복잡해 지자, 이 감독은 회원들을 모아놓고 작전판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작전 판에서 2-3 지역방어를 세팅한 뒤, 각각의 움직임에 대해 다시 한번 정리했다.
1시간 넘게 진행된 레슨이 끝났다. 남양주에서 서울 원치과를 운영하고 있는 이진원씨(36)는 "실전용 훈련 방법을 알려주셔셔 매우 좋았다"며 "사실 우리 회원들이 실전에서 매우 중요한 커팅 후, 밸런스 유지하는 것에 대한 의미를 잘 몰랐는데, 거기에 대해 강조해 주셨을 뿐만 아니라, 훈련 방법까지도 알려주셔서 매우 만족스러웠다"고 했다. 잠실=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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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김경민 기자 de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