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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이 드디어 챔프전에 진출했다.
6강 동부와의 경기에서는 연착륙했다. 하지만, 여전히 불안했다. 당시 김주성과 로드 벤슨의 현격히 느려진 움직임과 좁아진 활동폭 때문에 두 선수의 공존과 토종선수들과의 시너지 효과는 여전히 진정한 시험대에 오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4강 모비스전에서 오리온은 강력한 조직력을 보여줬다. 특히, 자신의 주특기가 아닌 수비전에서 매우 인상적인 경기력을 과시했다. 이 부분은 챔프전에서 매우 중요하다. 4강을 통과하면서 생긴 오리온의 '모비스 효과', 과연 어떤 의미를 지닐까.
업그레이드된 공격 정확도
때문에 모비스의 수비력을 견딜 수 있으면, 승리할 확률이 높고, 그렇지 않으면 패할 확률이 높다.
모비스는 제대로 약점을 공략했다. 오리온의 미세한 약점인 조 잭슨과 애런 헤인즈를 토종 포워드진과 철저히 단절시켰다. 섣부른 더블팀을 가지 않는 대신, 외곽을 집중적으로 막았다. 오리온 포워드진의 미스매치 역시 줄 건 주고 막을 건 막겠다는 입장이었다.
1, 2차전에서 오리온의 공격은 원활하지 않았다. 오리온 역시 강한 압박과 스위치 디펜스로 모비스의 공격을 철저하게 봉쇄했다. 이런 수비 부담을 안고 한 공격의 정확도는 확실히 떨어졌다.
그런데 3차전 후반전에 드디어 오리온은 폭발하기 시작했다. 물론 헤인즈와 잭슨의 개인기가 바탕이었지만, 이 과정에서 '원 모어 패스'로 문태종 이승현 허일영 등의 득점 찬스를 만들었다.
이 부분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럭비공' 같은 조 잭슨이 숨막히는 수비전에서 돌출행동을 하지 않고, 끝까지 팀 플랜에 따랐다는 점은 챔프전에서도 그를 중심으로 리드를 확보하거나 추격전을 전개할 수 있는 힘을 만들어준다.
즉, 챔프전에서 헤인즈와 잭슨을 모두 쓸 수 있는, 풍부한 공수의 옵션이 생긴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3차전 막판에 나온 잭슨-헤인즈-문태종으로 이어지는 삼각 패스에 의한 골밑 슛이나, 잭슨과 이승현, 문태종과 헤인즈의 순간적인 2대2 공격은 오리온이 그동안 부족했던 공격루트의 다양성과 정확성을 보듬어 주는 효과를 줄 수 있다. 때문에 이승현은 챔프전 진출이 확정된 뒤 "모비스의 강한 수비를 뚫고 공격적인 부분에서 세밀한 플레이를 했던 경험은 챔프전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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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런 헤인즈는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챔프전 진출이 확정된 뒤 "빠른 공격 뿐만 아니라 템포가 느린 농구도 우리가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했다.
모비스와의 4강전은 철저히 템포 바스켓으로 이어졌다. 모비스는 의도적으로 공격 속도를 늦추며, 철저히 '2점 싸움'을 가져가려고 했다. 때문에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오리온의 속공, 특히 잭슨에서 파생되는 속공 찬스에서 외곽포를 맞지 않기 위해 공격제한 시간에 쫓길 때 차라리 무리한 슛을 쏘지 말고 24초를 허비하라는 주문을 했다"고 말할 정도였다.
'템포'를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은 여러가지 이득을 가져 온다. 리그하고 있을 때, 점수 차를 좀 더 견고하게 지킬 수 있다. 또 리드를 당하고 있을 때 상대의 거센 상승세를 끊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반대편에서 치열한 4강 싸움을 벌이고 있는 KCC와 KGC전에서 이런 '템포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된다. KCC는 1, 2차전에서 대승을 거뒀지만, 빠른 공격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쉽게 추격을 허용하는 경향이 있다. 이 부분에 대해 KCC 추승균 감독은 "좀 더 템포를 조절해야 한다. 자연스럽게 빨라지는 현상이 생기는데 우리가 고쳐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4강 시리즈에서 오리온은 3경기 내내 템포와의 싸움을 했다. 특히 모비스는 강한 조직력으로 이 작전을 수행했다. 하지만 오리온 역시 무한한 인내심으로 견뎌냈다.
결국 모비스와의 4강 시리즈는 오리온에게 많은 긍정적 '효과'를 가져다 줬다. 오리온 추일승 감독은 "모비스와의 시리즈를 거치면서 좀 더 강한 응집력을 가질 수 있었다"고 했다. 그 '응집력'의 구체적인 효과가 위에서 설명한 두 가지다.
과연 오리온의 '모비스 효과'는 챔프전에 어떻게 나타날까. 확실한 점 하나는 6강 때보다, 4강 때보다 오리온이 조금 더 강해졌다는 사실이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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