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만과 준비 부족, 뼈저리게 반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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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강 패배가)다 내 잘못인 것만 같다. 김주성 선배님은 몸이 아프면서도 계속 '잘하고 있다'고 격려해주면서 열심히 뛰어줬는데, 나는 아무것도 한 게 없는 것 같다. 그게 너무 아쉽고 죄송스럽다. 나 스스로에게 화가 난다."
경기가 끝난 뒤 동부 전 선수단은 늦은 저녁을 먹으며 조촐한 회식을 했다. 한 시즌을 마무리하는 자리. 그간의 노고를 서로 격려하고, 패배의 상처를 함께 보듬어줬다. 동부의 상징인 김주성은 모든 후배들을 아낌없이 격려했다. 그 사이에서 허 웅은 자신을 질책하고, 또 질책했다.
허 웅은 "제대로 준비를 못하면 이렇게 진다는 걸 다시 한번 느끼게 됐어요"라며 "사실 그 동안에는 많이 자만했어요. 전반기에는 열심히 준비한만큼 농구가 됐는데, 올스타 팬투표에서 1위를 하면서 '내가 최고다'라는 바보같은 자만심에 빠졌던 것 같아요. 그 이후에 놀기도 하고 그러면서 시간을 그냥 흘려보냈어요. 그게 얼마나 바보같은 행동이었는지 이제서야 알았네요"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허 웅은 분명 프로 2년차인 2015~2016 시즌에 많은 발전을 이뤄냈다. 루키 시즌에 41경기에서 평균 16분42초만 뛰며 4.8득점 1.5 어시스트에 그쳤지만, 이번 시즌에는 전경기(54경기)에 출전해 평균 31분54초를 뛰며 평균 12.07점에 2.9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엄청난 성장이다.
그러나 허 웅 본인의 평가는 '실패'로 귀결된다.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던 기회를 자만심으로 흘려보낸 걸 가슴 아프게 후회하고 있었다. 허 웅은 "이제 어떤 마음으로 준비를 해야하고, 다음 시즌을 치러야할 지가 명확해졌어요. 다시는 이런 후회를 반복하지 않을 생각입니다"라며 "또 확실한 목표도 세워놨어요. 이제 은퇴가 가까워진 김주성 선배님을 반드시 내 손으로 영광의 자리에 올려드리겠습니다"라고 다짐했다. 우승의 주역이 되겠다는 선언이다.
실패가 성공의 어머니인 이유는 반성의 기회를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허 웅은 6강 플레이오프의 처참한 실패를 통해 수많은 반성을 하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단순한 '푸념'이 아니라는 점이다. 허 웅은 발전과 진화를 약속했다. 그의 눈빛에 이제 독기가 묻어나온다. 그 눈빛은 '허 웅 아버지' 허 재 전 KCC 감독을 연상케 했다.
원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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