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착각할 수 있는 6강 플레이오프의 두 가지 특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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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은 정규리그 3위다. 반면, 동부는 정규리그 6위다. 당연히 오리온이 유리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동부의 핵심 선수이기 때문에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여기에는 또 다른 이유들이 있었다.
오리온과 동부의 특수한 매치업 때문이다. 오리온은 장, 단점이 극과 극인 팀이다. 장재석 외에는 정통센터가 없기 때문에 골밑 수비에 허점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반면, 동부의 경우 로드 벤슨 뿐만 아니라 김주성, 웬델 맥키네스 등이 버티고 있다. 때문에 동부의 '무차별적인 골밑 러시'를 버틸 수 있을 지가 승부의 변수 중 하나였다. 또, 오리온의 공격에서도 김주성과 벤슨이 지키는 골밑 높이에 대해서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오리온은 잭슨과 헤인즈의 1대1 돌파 뿐만 아니라, 오리온의 최대 강점인 풍부한 포워드진의 미스매치에 의한 내외곽 공략이 중요한 공격루트다. 동부가 수비에서 인사이드를 점령하면, 그만큼 오리온이 공략할 수 있는 폭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공수에 걸쳐 김주성과 벤슨의 몸 상태는 동부 뿐만 아니라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가장 큰 변수였다. 즉, 오리온의 좋은 포워드진을 바탕으로 한 미스매치 전술과 동부의 높이는 완벽한 대척점에 있었다. 누가 깨지느냐에 따라 시리즈의 향방은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삼성과 KGC를 보자. 역시 삼성의 높이와 KGC의 외곽으로 정리되는 매치업이다. 여기에서 핵심 키 플레이어는 삼성 에릭 와이즈와 KGC 마리오 리틀이다. 이들은 메인 외국인 선수는 아니다. 하지만 2, 3쿼터에서 전술적으로 매우 중요한 카드다. 삼성은 라틀리프 뿐만 아니라 김준일, 와이즈, 문태영으로 이어지는 무차별적인 골밑 공략이다. 리그에서 가장 강한 리바운드 능력을 지니고 있다. KGC는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찰스 로드와 오세근 카드가 있다. 하지만 양적, 질적으로 부족한 게 사실이다. KGC 입장에서는 리틀을 사용해야 하는데, 와이즈와 미스매치가 발생한다. 삼성 입장에서도 리틀은 매우 까다로운 카드다. 즉, 두 선수로 대표되는 인사이드와 아웃사이드의 공략을 누가 유리하게 하느냐가 삼성과 KGC의 6강 시리즈를 관통하는 '가위 바위 보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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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차전에서는 외곽이 유리했다. 오리온과 KGC는 2연승을 달렸다.
오리온은 절대 우세를 보였다. 가장 큰 이유는 동부 로드 벤슨과 김주성의 몸상태가 정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두 선수의 활동력이었다.
예전 벤슨과 김주성이 골밑을 지키고 있을 때, 상대팀이 두려워했던 부분은 높이와 함께 수비 폭이었다. 뛰어난 높이에 수비폭마저 상대적으로 넓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골밑 돌파를 허용하지 않았다.
벤슨은 족저건막염과 비슷한 발 옆쪽의 고질적인 발바닥 부상을 안고 있다. 활동력 자체가 현격히 줄어들었다. 무릎 부상을 입고 있는 김주성 역시 마찬가지다. 오리온의 포워드진은 동부의 골밑을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는다. 자신있게 미스매치를 통한 골밑 돌파를 한다. 두 선수의 활동폭이 줄어들어, 블록의 위협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외곽까지 체크하지 못해 3점 오픈 찬스가 난다. 2차전 이승현의 결정적 3점슛 2개는 벤슨 앞에서 이뤄졌다.
즉, 동부의 높이가 오리온의 포워드진을 활용한 부분전술을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오리온이 쉽게 2연승을 한 이유다.
KGC 역시 외곽의 힘으로 2연승을 달렸다. 강한 압박으로 삼성의 외곽을 봉쇄한 것이 했다. 공격에서는 마리오 리틀의 간결하면서도 폭발적인 움직임이 돋보였다. 반면, 삼성의 경우 높이의 우위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하지만, 3차전 와이즈가 미세한 리틀과의 미스매치를 제대로 살렸다. KGC 입장에서는 골밑 수비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고, 어설픈 더블팀으로 삼성에게 골밑에 무더기 찬스를 내줬다.
결국 삼성과 KGC의 '가위 바위 보 게임'은 두 차례 KGC의 승리, 한 차례 삼성의 승리로 결과가 도출됐다. 6강 시리즈는 순간순간 미묘하게 흐름이 변한다. 두 개의 시리즈 모두 높이와 외곽의 유리함을 누가 먼저 선점하느냐의 싸움이 됐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