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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회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선수권대회 우승은 중국에 돌아갔다. 안방에서 열린 대회에서 정상에 오른 중국은 2016 리우올림픽 직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2~4위는 필리핀, 이란, 일본이다. 이 들 세 팀은 올림픽 최종 예선전에 진출한다.
만약 한국은 이번 대회를 5위로 마쳤다면 리우로 갈 수 있는 실낱 같은 희망이 있었다. 내년 7월 예정된 올림픽 최종 예선전을 유치하면서다. FIBA는 한 국가에서 최종 예선전이 열리던 예년과 달리 이번에는 3곳에서 나눠 치른다고 발표했다. 개최국에는 무조건 출전 자격을 주는 조건이다.
그런데 6위에 머물면서 한국은 사실상 예선전에 나갈 수 있는 방법이 없어졌다. 일단 직접 유치가 힘들다. 원칙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여론이 호의적일지는 의문이다. 또 현재 유치 의사를 밝힌 필리핀과 일본 중 한 곳에서 열린다 해도 참가할 수 없다. 필리핀과 일본은 이미 예선전 티켓을 따냈지만 홈 이점을 살리기 위해 안방에서 대회를 치르고 싶어한다. 그렇게 되면 개최국 자동 출전에 따른 남은 한 자리를 이번 대회 5위 팀이 가져간다. .
원인은 여러 가지다. 협회의 준비와 지원이 턱없이 부족했고, 선수들의 기량도 떨어졌다. 최근 몇 년간 지속적으로 터지고 있는 불법 베팅, 승부 조작 문제도 이번 사태와 무관치 않다. 한 중국 기자가 필자에게 '요즘 프로농구 분위기가 괜찮냐'고 물어볼 정도니 그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이제는 변화가 절실하다. 이대로 가다간, 한국 농구가 끝없이 추락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협회는 협회대로, 선수는 선수대로 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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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대표팀을 조직적으로 관리하고 지원하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협회가 구축해야 한다. 즉, 전임 감독제다. 한 수 아래로 평가 받는 일본은 하세가와 겐지 감독이 오랜 기간 조직력을 다져오며 4강에 진출했다. 패했지만 이란과의 3~4위 전에서도 대등한 경기력을 보였다. 사실 농구계에서는 일찌감치 전임 감독제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그 동안 협회는 귀를 닫았다. 이번 대회에 앞서서도 감독을 구하지 못해 애를 먹다가 김동광 감독이 독이 든 성배를 받아 들었다.
대표팀에게 중요한 것은 연속성이었다. 주먹구구식으로 사령탑을 앉히고 급하게 선수들을 끌어 모으다 보면 체하기 마련이다. 다행히 내년부터는 대표팀을 전임 감독제로 운영할 예정이라고 한다. 공모를 통해 능력 있는 지도자를 발탁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다만 2008년 전임 감독제를 도입했다가 오래 못가 흐지부지 된 과거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납득할 만한 연봉을 보장해 줘야 하고 갑작스럽게 지휘봉을 내려놓지 못하게 안전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자금이 확보돼야 한다. 대표팀 선수들의 손빨래, 도시락 공수 해프닝은 모두 협회에 돈이 없어서 벌어진 일이다. 시들해진 인기, 추락한 이미지로 메인 스폰서를 구하기 쉽지 않다고 해도, 작금의 지원 규모는 형편없는 수준이다. 한 농구인은 "그 동안 전임 감독제를 못 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돈이다. 감독의 연봉을 감당할 여력이 없었다"며 "재정이 부족해 대표팀에 책정된 예산이 1억원 정도다. 스포츠토토 지원금이 끊긴 상황에서 협회의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언제까지 웨이트 얘기를 해야 하나.
선수들도 각성해야 한다. 이번 대회에서도 한국 농구는 앞선 국제 대회에서 노출한 문제점을 되풀이 했다. 공은 외곽에서만 돌았다. 상대 빅맨에게는 철저히 밀려 제공권을 빼앗겼다. 뒤떨어지는 파워와 하드웨어. 즉, 몸으로 비비는 농구의 상실이다. 그럴수록 득점 확률은 떨어진다. 경기 초반 외곽슛이 터지지 않으면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우리 빅맨들은 포스트업에 능숙하지 않다. 상대 포스트업에 대처하는 방법도 모른다. 기본적으로 이를 가르쳐 줄 지도자가 많지 않지만, 선수들도 노력하는 자세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사상 첫 2년 연속 50홈런을 넘긴 프로야구 박병호(넥센)는 중학교 때부터 웨이트 트레이닝을 했다고 한다. 남다른 파워의 원천은 후천적인 노력의 결과인 셈이다. 이는 우리 선수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국의 주전 센터 이젠롄도 벌크업을 하며 한 단계 도약했다. 이번에 아시아선수권을 뛰었든,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빠졌든, 스스로 발전하기 위한 투자를 해야 한다.
창사(중국 후난성)=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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