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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학 닮은 유도훈의 조직 농구, 전자랜드도 전통의 강호로?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5-10-01 08:16


인천 전자랜드와 서울 삼성의 2015-2016 프로농구 경기가 20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렸다.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이 심판의 판정에 어필을 하고 있다.
인천=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m/2015.09.20/

'만수' 유재학 감독(울산 모비스 피버스)의 그것과 똑 닮았다. 인천 전자랜드 엘리펀츠 유도훈 감독이 지겹도록 강조하는 조직 농구, 전자랜드를 모비스처럼 전통의 강호로 만들어낼 수 있을까.

개막 4연승 후 2연패. 연승 후 오는 연패가 프로 스포츠에서 가장 무섭다고 한다. 그런 가운데 전자랜드는 30일 안양 KGC와의 경기에서 86대72로 승리하며 연패를 최소화했다. 상대가 4연패 후 2연승 상승세였기에 매우 불안한 경기였는데, 초반부터 강력한 압박 수비와 혼신의 리바운드로 상대 기선을 제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의 표정은 경기 후 밝지 않았다. "이겼지만 전체적인 공격 운영과 수비 조직력 측면이 아직 많이 부족하다. 준비를 많이 해야한다"며 반성하는 자세를 보였다. 밖에서 지켜보기에는 선수들이 감독의 작전대로 열심히 뛴 듯 했는데, 사령탑 입장에서는 마음에 들지 않았나보다. 이날 경기 프로 데뷔 첫 더블더블(21득점-10리바운드)을 기록한 2년차 정효근에 대해서도 "리바운드 등 기본적인 플레이에 주력하는 듯한 모습만 조금 나아졌다"며 인색한 칭찬을 했다.

유 감독은 "전자랜드는 이기든, 지든 이타적인 플레이를 많이 해야한다. 어느 한두사람에 의해 농구하는 팀이 아니다. 선수들이 조화를 생각해야 한다. 내가 골을 넣어야 한다는 생갭다 우리 팀이 어떻게 골을 넣을 수 있을까 생각하는 팀이 돼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런 점들이 많이 보였다. 전자랜드는 외국인 센터 안드레 스미스가 1월 받은 오른 무릎 수술 후유증으로 제대로 뛰지 못한다. 뛰어난 농구 감각으로 절묘한 득점을 많이 만들어내지만 수비와 리바운드에서 약점을 보인다. 이를 다른 토종 동료들이 만회해준다. 스미스를 포함한 모든 선수가 박스아웃, 리바운드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백코트가 느린 스미스를 위해 동료들이 한발 더 뛰었다. 외국인 선수들도 욕심을 부리지 않고 동료들을 찾는다. 정효근은 "스미스와 뱅그라가 우리와 정말 잘 지낸다. 두 사람 모두 경험이 많아 농구 센스가 좋다. 비어있는 자리만 잘 찾아다니면 두 외국인 선수가 찬스를 많이 만들어준다"며 엄지를 치켜 세웠다.

유 감독의 말대로 전자랜드는 경기를 혼자 좌지우지할 특급 선수가 있다고 할 수 있는 팀은 아니다. 토종 에이스 정영삼도 부상 후유증으로 화려한 농구를 버리고 팀에 녹아드는 농구를 하고 있다. 그런 팀이 승리를 하기 위해서는 코트 위에 있는 5명의 선수가 톱니 바퀴처럼 돌아야 한다. 혹자는 이런 조직 농구에 대해 "아마추어 틀을 벗어나지 못한 지루한 농구"라고도 한다. 하지만 한정된 선수 자원을 가지고 이겨야 하는 국내 프로무대 현실에서는 최선을 다하는 농구로 평가하는게 맞다. 이미 유재학 감독이 특급 스타 없이 모비스를 전통의 강호로 만들며 프로농구 흥행을 주도해온 사례가 있다.

모비스는 전자랜드와 비교하면 선수단 투자 환경이라도 더 좋았다. 전자랜드는 그야말로 악과 깡으로 강팀 반열에 오르고 있다. 이런 팀 전통이 만들어진다면 전자랜드는 향후 오랜 기간 강팀으로서의 면모를 잃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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