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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순간, 두산은 두 가지 불운이 연달아 나왔다.
이 부분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조 감독은 당시 '우주의 기운'이라는 발언을 통해 팀의 사기를 높이고 우승에 대한 자신감을 표출했다. 결국 KIA는 그 해 SK를 제치고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한 뒤 7차전까지 가는 혈투 끝에 나지완의 끝내기 홈런으로 우승반지를 거머쥐었다.
야구는 우천취소나 경기 중 돌발상황에 대해 매우 민감한 종목이다. 한순간의 분위기에 따라 연승과 연패의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
지난 11일 KIA전. 5연패에 빠져있던 두산은 모처럼 초반부터 맹타를 휘둘렀다. 6-0으로 앞서 있던 상황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결국 두 차례 중단 끝에 우천취소됐다. 3위 넥센과의 순위 싸움이 치열했던 두산 입장에서는 1승이 너무나 귀중한 상황. 게다가 연패탈출의 절호의 찬스였다. 때문에 두산 입장에서 이날 우천취소는 정신적, 심리적으로 타격이 컸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타격감이 살아난 데 만족한다"고 했다. 어떻게든 팀 분위기와 자신감을 떨어뜨리지 않게 하기 위한 의도적 발언. 하지만 역부족일 수밖에 없었다.
16일 잠실 롯데전. 두산은 5-1로 앞서다 12회 연장 혈투 끝에 9대7로 역전패를 당했다. 두산 유희관의 갑작스러운 난조와 승부처에서 끊지 못한 중간계투진의 약점이 또 다시 드러난 경기. 두산의 고질적인 아킬레스건이 작동된 경기이긴 했다.
하지만, 경기 흐름을 송두리째 바꿔버리는 해프닝이 있었다. 5-7로 역전된 상황에서 두산은 7회 무사 만루에서 양의지의 2타점 적시타로 승부를 원점으로 만들었다. 또 다른 분위기가 형성됐다.
두산이 재역전을 한다면, 흐름 자체가 또 다시 뒤바뀌는 순간. 롯데 투수 강영식의 폭투가 포수 안중열 뒤로 완전히 빠졌다. 3루 주자 김현수는 홈으로 쇄도했다. 하지만 그 공은 그대로 이민호 주심의 복부를 맞고 포수 바로 뒤에 떨어졌다. 안중열은 그대로 잡은 뒤, 여유있게 쇄도하던 김현수를 기다렸다.
홈에서 어이없는 비명횡사를 당한 김현수는 하늘을 보면서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야구에서 가정법은 필요없다. 두산이 역전했다고 해도, 어떤 상황이 어떻게 벌어질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해프닝은 5위 싸움을 하는 롯데에게는 엄청난 행운이, 두산에게는 엄청난 악재로 다가왔다.
두산의 분위기는 좋지 않다. 두가지 불운까지 겹치면서, 더욱 힘겨운 모습이다. 3위 싸움에서도 힘을 잃고 있다. 넥센과의 경기 차는 2경기다.
산술적으로 뒤집을 확률은 충분하지만, 체감 격차는 매우 크다. 이럴 수록 좀 더 냉정한 대처가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최근 두산은 더스틴 니퍼트의 중간계투에서 선발로의 전환과 거기에 따른 중간계투진의 개편에 힘쓰는 모습이다. 여전히 투수들의 확실한 보직이 정해지지 않았다. 두산 코칭스태프는 염두에 두고 있는 포스트 시즌 시나리오가 있지만, 아직까지 실전에서 확립되지 않았다. 단적인 예로 선발이 던진 뒤 1차 승부처에서 곧바로 나오던 진야곱이 16일에는 연장 이닝을 책임졌다.
두산은 여전히 반등의 기회가 있다. 여전히 타선과 선발진에는 강점이 있다. 그러나 실전에서 혼란함은 걷어내야 한다. 1차 과제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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