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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쓰던 전술과 매우 비슷하다." vs "SK라고 해서 크게 달라질 건 없다. 하던 대로 하겠다."
헤인즈가 SK 시절 무서웠던 것은 그가 어떤 플레이를 할지 다 알면서도 막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엄청난 스피드와 점프력을 바탕으로 떨어지면 쏘고, 붙으면 파버리는 헤인즈의 농구는 사실 알고 못막는 게 맞다. 이날 경기도 마찬가지였다. 헤인즈를 누구보다 잘 아는 문 감독이었다. 하지만 헤인즈를 막아낼 대책을 찾아내지 못했다. 헤인즈는 이날 경기 29득점 8리바운드 5어시스트 3스틸을 기록하며 맹활약 했다. 오리온 헤인즈가 SK 시절 헤인즈보다 훨씬 무서웠던 점은 굉장히 이타적인 플레이를 했다는 점. SK 시절에는 경기가 안풀릴 때 혼자 활로를 찾으려 해썼다면 오리온에서는 동료들을 적극 이용했다. 특히, 빠른 발을 이용해 동료에 공을 주고 커트인해 받아먹는 득점 등이 매우 좋았다. 전광석화 같은 속공은 여전했다.
SK 문 감독은 헤인즈의 강점을 충분히 잘 알면서도, 우승에 도전하기 위해 정통 센터 데이비드 사이먼을 선택했다. 사이먼도 이날 경기 26득점 6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제 몫을 했다. 3쿼터까지는 사이먼의 골밑 맹활약으로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상대적으로 높이가 낮은 오리온을 상대로 SK는 사이먼을 이용한 백도어 플레이 등을 적극적으로 하며 경기를 풀었다.
3쿼터 52-52로 끝났다. 하지만 4쿼터 초중반 경기 흐름이 오리온쪽으로 완전히 흘렀다.
헤인즈 때문이었을까. 헤인즈는 3쿼터까지 23득점했다. 4쿼터 헤인즈는 고작 6점을 추가했다. 4쿼터를 지배한 사람은 바로 문태종이었다. 지난 시즌 창원 LG 세이커스에서 뛴 문태종은 이번 시즌 FA 자격을 얻어 오리온에 새 둥지를 틀었다.
문태종은 3쿼터까지 단 3득점에 그쳤다. 주특기 3점슛도 3개를 던져 1개도 성공시키지 못했다. 문 감독이 말한대로 경기가 흐른 것. 헤인즈에게 어느정도 점수를 주되 외곽 주포 문태종을 꽁꽁 묶었다. 그러자 경기가 대등하게 흘러갔다.
문제는 4쿼터였다. 문태종이 시작하자마자 경기 첫 3점포를 성공시켰다. 손맛을 본 문태종은 4쿼터에만 3점슛 3개 포함, 17득점(총 20득점) 하며 SK에 찬물을 끼얹었다. 헤인즈에 문태종까지니 SK 입장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헤인즈와 문태종의 시너지 효과가 무서워 보인다. 헤인즈는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매우 이타적인 농구를 하고 있다. 뛰어난 드리블과 돌파 능력으로 상대 수비를 헤짚어 놓는다. 그리고 밖에서 발을 맞추고 기다리고 있는 문태종에게 패스를 내준다. 헤인즈를 막는데 집중하다가는 문태종에게 외곽포를 얻어맞기 딱 좋은 시스템이다. 문태종 이전에도 전반 슈터 허일영이 15득점을 집중시킬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진 것도 그 이유였다.
그렇게 오리온이 75대68로 승리를 거뒀다. 개막 후 3연승이다. SK는 옛 동료 헤인즈에게 일격을 당하며 개막전 승리 후 2연패를 당했다.
고양=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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