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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스 3연패, 원인없는 결과없다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5-04-04 20:01


모비스 3연패 장면. 사진제공=KBL

모비스가 1997년 이후 프로출범 이후 첫 챔프전 3연패를 달성했다. 대단한 기록이다.

프로농구 최고의 명장으로 평가받는 모비스 유재학 감독을 중심으로 강인한 리더의 모습을 보여준 주전 포인트가드 양동근, 포스트를 든든하게 지켜준 올 시즌 최고의 외국인 선수 리카르도 라틀리프 그리고 함지훈과 문태영을 비롯해 아이라 클락, 박구영 이대성 송창용 등이 이룬 성과다.

모비스가 창출한 역사

3연패를 흔히 스리 피트(three-peat)라고 한다. 숫자 3과 반복을 의미하는 'Repeat'를 합성한 말이다.

1987년 3년 연속 우승에 도전한 LA 레이커스의 캠페인에서 기원된 말이다. 매우 진귀한 기록이다. NBA에서는 보스턴 셀틱스(8연패), 시카고 불스(3연패 2회), LA 레이커스(3연패) 등 세 팀만 가지고 있는 기록이다. 이번에 모비스는 새로운 역사를 썼다.

3연패의 의미는 남다르다. 강한 전력을 구축하면 일시적인 상승세를 기록할 순 있다. 때문에 챔프전 1회 우승은 적극적 투자와 조직력으로 충분히 가능하다. 2연패 역시 상대적으로 어렵지만 그럴 수 있다. 하지만 3연패의 경우에는 그 팀의 조직력과 시스템이 완벽히 자리잡았다는 의미다. 때문에 3연패를 달성했다는 것은 그 시기의 왕조를 건설했다는 의미와 일맥상통한다.

모비스는 유 감독이 구축하고 양동근이 지휘한 완벽한 특유의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결국 2005년부터 정규리그 1위 4차례, 챔프전 우승 5차례의 믿기지 않은 성적을 만들어냈다.

KBL 역대 최다우승 기록(6회)을 갈아치웠다. 네 차례의 통합우승(한 시즌 정규리그와 챔프전 동시 우승)일 일궈냈다. 유재학 감독은 5차례 챔프전 우승으로 최다우승 사령탑이 됐고, 양동근은 역대 최다 플레이오프 MVP(3회)에 올랐다. 또 하나. 라틀리프는 외국인 선수 중 가장 많은 세 차례의 우승을 경험했다. 3개의 우승반지는 프로출범 후 최다다. 한 팀에서 세 시즌밖에 뛸 수 있는 외국인 선수 규정 상 앞으로 나오기 쉽지 않은 진기록이다.


3연패의 의미

아무리 강력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KBL의 현 체제에서 3연패는 정말 쉽지 않다.

KBL의 선수 수급 시스템은 전체적으로 하향 평준화 현상이 있다. 외국인 트라이아웃 제도와 유연하지 못한 FA 제도 등 수많은 암초들이 있다. 모비스의 경우 양동근 함지훈 문태영, 라틀리프 등이 있지만, 올 시즌 객관적인 전력에서 모비스보다 강한 팀이 없었다고 말할 수 없다.

전체적인 전력만 놓고 보면 LG, 오리온스, SK 등은 충분히 모비스를 위협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팀이었다.

그러나 모비스는 기본적으로 탄탄한 시스템으로 외부 변수에 흔들리지 않았다. 유재학 감독은 대단한 지략가이자, 사령탑이지만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이 없었다면 시스템을 구축하기 쉽지 않았다. 모비스 정명철 구단주와 정호인 단장 등, 역대 모비스 고위수뇌부는 유 감독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했다. 선수단 운영에 대한 간섭도 거의 없었다. 고위 수뇌부의 지나친 간섭으로 내홍을 겪고 결국 경기력에 지장을 준 예는 빈번하다. 특히 농구 인기가 많이 떨어지면서, 최근 많이 일어나는 현상이다. 기본적으로 구단의 절대적 지지와 지원은 모비스 시스템을 굳건히 하는 초석이 됐다. 다른 팀에서도 벤치마킹해야 할 부분이다.

모비스는 올 시즌 유난히 악재가 많았다. 유 감독과 양동근은 대표팀으로 인해 자리를 비웠고, 로드 벤슨이 올 시즌 직전 퇴출됐다. 여기에 함지훈과 이대성 등이 부상으로 제 컨디션이 아니었다.

때문에 모비스의 3연패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았다. 하지만 유 감독은 기본에 충실했다. 정공법으로 위기를 돌파했다. 뒷돈을 요구하는 로드 벤슨을 과감히 퇴출. 팀이 공고한 분위기를 유지시켰다.

대표팀 차출 부작용으로 허덕일 때 모비스는 초반부터 치고 나갔다. 정규리그 중간중간 위기가 있었지만, 시스템의 힘은 위력을 발휘했다.

결국 정규리그 1위를 차지, 4강 플레이오프 직행했다. 4강에서 LG는 제퍼슨 내홍을 겪었다. 팀이 똘똘 뭉치는 계기를 마련했지만, 결국 객관적인 전력의 한계를 넘지 못했다. 비 시즌 체력적 준비는 막판 또 다시 효과를 발휘했다. 체력전으로 동부를 4전 전승으로 셧아웃시켰다.

결국 모비스의 최초 3연패는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신뢰도 높은 구단의 지원, 뛰어난 사령탑, 그리고 탄탄한 로테이션과 공고한 전력.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 모비스의 신화는 그렇게 탄생했다. 원주=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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