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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프로농구 새로운 역사를 썼다. 챔프전 3연패. 대단한 기록이다.
4전 전승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유 감독은 "일단 챔프전에서 수고한 동부 선수들과 김영만 감독에게 정말 수고 많았다고 전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사실 이번 우승이 그동안 우승 중 가장 감흥이 부족했던 부분은 있다. 하지만 여러가지 기록이 달성됐다. 최초 3연패와 최다우승 등이 쏟아져 나왔다. 그런 의미에서 기분이 너무 좋다. 고생한 선수들이 많이 수고했다"고 했다.
그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농구를 선보이는 준비를 다시 시작해야 할 것 같다"며 "짧은 시간에 나타나지 않을 수 있지만, 꾸준히 연습하고 노력해서 새롭게 보여드리고 싶은 욕심이 있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준비를 철저히 하겠다"고 했다.
대표팀 감독직에 대해서는 에둘러 사양했다. 그는 "오늘도 벤치에서 자꾸 현기증이 나서 거의 앉아 있었다. 그동안 너무 힘들었다. 몸을 점검하고, 휴식이 좀 필요할 것 같다"며 "물론 대표팀 감독직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충분히 그 부분은 알고 있기 때문에 양해를 구하고 싶다"고 했다.
플레이오프 직전 모비스는 불안했다. 그는 "양동근이 대단한 선수다. 잘 메웠다. 사실 백업 포인트가드가 없는 부분이 가장 큰 불안요소였다. 이대성은 몸이 만들어지지 않았고, 김종근도 기대만큼 올라오지 못했다"며 "하지만 이대성과 아이라 클라크가 잘해줬다. 다시 한번 생각해 보지만, 로드 벤슨이 있었다면 우승은 힘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구체적인 이유에 대해 묻자 "팀 분위기를 망치는 행동을 할 위험성이 너무 많았다. 사실 아이라 클라크의 경기력이 올라오지 않아 외국인 선수 교체도 고민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코트 밖 행동이나 인성이 너무 좋은 선수고 팀 분위기를 너무 잘 만들어줬다. 결국 플레이오프에서 제 몫을 충분히 해줬다"고 했다.
그는 가장 강력했던 모비스의 전력으로 2009~2010 시즌을 꼽았다. "던스턴이 골밑을 장악했고, 양동근과 함지훈도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던 시기였다"며 "올 시즌은 코치들이 열심히 준비했다. 2연패를 하면서 위기에 빠졌지만, 다시 일어난 것이 통합우승의 원동력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우승의 가장 힘든 시기는 LG와의 6강 5차전이었다. 유 감독은 "5차전 준비할 때 가장 힘들었다. 분위기 상 넘기기 쉽지 않아 보였다"고 했다.
유 감독은 모비스에서만 정규리그 1위 4차례, 챔프전 우승 5회를 기록했다.
유 감독은 "예전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된다. 신세기 빅스에 있을 때 최하위를 기록했다. 선수층이 얇았지만, 결정적 이유는 외국인 선수를 잘못 뽑고 트레이드를 잘못했기 때문이었다. 트레이드가 정말 무서운 거구나라고 느꼈고, 예전 LG와의 6강전에서 상대 라인업에 맞추기 위해 외국인 선수를 뺀 적이 있다. 그때 '내 패만 보고 상대 패는 보지 못한다'는 것을 느꼈다"며 "과거의 패배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된다. 오늘 상대가 스몰라인업을 들고 나왔을 때 효과적인 대처를 할 수 있었던 이유도 예전 뼈아픈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KBL에 맞는 농구, 국제대회에 맞는 농구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KBL 특색에 맞는 농구가 뭔지 명확히 밝힐 순 없나'는 질문에 "그건 좀 곤란하다. 얼마나 아파하면서 배운 노하우인데"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다음 시즌에 대한 구체적인 플랜도 밝혔다. 그는 "내년 문태영이 있을 지 없을 지 모른다. 선수들이 나이를 먹는 상황이다. 다른 농구를 해야한다고 생각한다"며 "주요 몇 명만 뛰는 농구가 아니라 10~12명이 다 뛰는 농구를 해야할 것 같다. 빠른 농구가 기본이고, 수비는 더욱 타이트하게 될 것 같다. 개인적으로 (준비과정이) 재미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팀이 항상 상위권으로 올려놓을 수 있는 키워드를 물었다. 그는 "일단 선수와 코칭스태프 모두 성실해야 한다. 그리고 배려가 필요하다"고 했다. 원주=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