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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학 감독은 연봉을 공개하지 않았다. 모비스와 서로 합의된 부분이다. 기자가 몇 번이고 물어봐도 묵묵 부답이었다. 여기에서 드는 의문. 왜 그들은 유 감독의 연봉을 공개하지 않을까.
최근 2년간 챔프전 연속 우승과 아시안게임 금메달. 그의 지도력 하나만큼은 독보적이었다.
당연히 재계약에 대한 이슈가 나올 만했다. 하지만 그들은 조용했다. 유재학 감독도, 모비스 측도 그랬다.
3년 계약을 했다면, 감독 FA로 더 많은 몸값을 받을 수 있지 않았냐는 논리가 깔린 농담이었다. 실제 유 감독이 '시장'에 나온다면, 그를 필요로 하는 구단은 넘쳐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는 이내 "5년 전에는 솔직히 다른 팀으로 가볼까라는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이젠 모비스에서 끝까지 감독생활을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 말의 이면에는 모비스의 시스템을 더욱 공고히 만들어, 최고의 팀으로 만들고자 하는 의지가 강렬했다. 계속적으로 얘기하는 NBA의 샌안토니오와 같은 시스템이 공고한 팀으로 만들 계획이다.
때문에 그와 모비스 측은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재계약에 대한 얘기를 그다지 많이 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많이 토론한 부분은 팀의 리빌딩에 관한 부분이었다.
팀의 미래에 관한 얘기를 재계약 마지막 해의 사령탑과 한다는 점. 확고한 신뢰가 쌓이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유 감독과 재계약을 추진한 모비스 이동훈 사무국장은 "감독님과의 재계약에는 추호의 의심도 없었다.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기 때문에 감독님과 재계약에 대해 그리 많은 얘기를 나누지 않았다"고 했다. 유 감독과 모비스의 눈은 재계약을 넘어서 팀의 미래에 쏠려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재계약의 액수와 조건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재계약 기간이 '5년'이라는 부분이다.
모비스 프론트의 전략은 예리하면서도 날카로웠다. 자칫 첨예한 문제가 될 수 있는 감독과의 재계약을 적시에 터뜨렸다. 민감한 이슈를 전투력을 높이는 촉매제로 사용했다. 모비스가 4강 플레이오프를 치르기 직전 계약을 발표했다.
사령탑에게 무한 신뢰를 보낸다는 의미. 선수들의 사기를 높이고, 더욱 공고한 벤치와 선수의 단합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그들은 매우 노련했다.
이런 배경 속에서 연봉 공개는 별다른 의미가 없었다. 유 감독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5년 전 연봉 4억원, 총 20억원이 발표되고 난 뒤 주위에서 1년에 20억 받는 줄 아는 분들도 계셨다. 그동안 모비스에서 내가 성공했고, (모비스와) 더 이상 돈 문제로 계약을 논의할 관계는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연봉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 그는 플레이오프를 마친 뒤 '시장'에 나간다면, 더욱 많은 연봉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유 감독은 "그건 아닌 것 같다. 모비스에서 내가 생각한 시스템을 만들 수 있었고, 변함없는 지원을 해줬다. 앞으로도 그런 나를 믿고 5년 계약을 제시했는데, 이제 리빌딩과 함꼐 그동안 구축한 시스템을 더욱 강화시킬 책임이 있다. (재계약에서) 사실 돈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렇다면 실제 연봉은 얼마나 될까. 유 감독과 모비스 측 모두 끝내 연봉을 공개하지 않았다. 유 감독은 "(연봉 미공개는) 이미 합의한 사항이다.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일반적인 상식 수준을 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했다.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유 감독의 실제 연봉이 아니다. 그들이 재계약 과정에서 맺은 절대적 신뢰관계다.
최근 프로농구판은 어지럽다. 자신의 팀에 필요한 감독이 아닌, '농구를 잘 알지 못하는' 프런트가 선호하는, 그리고 다루기 쉬운 사령탑을 선택한다는 점이다. 그 결과에 대해 구단 고위수뇌부는 책임지지 않는다. 결국 피해자는 '농구팬'이다. 응원하는 팀이 객관적 전력보다 훨씬 저조한 성적을 기록한다. 그렇게 망가지는 팀이 시즌별로 1~2팀은 나온다. 모비스의 재계약 과정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부분이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