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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쿼터에 이미 승패가 일찌감치 갈린 경기였다.
결국 장재석 딜레마였다. 오리온스 추일승 감독은 지난달 31일 SK전 패배 후 장재석 딜레마에 대해 언급했다. 키 크고, 스피도 좋고, 힘도 좋다. 수비에서는 골밑에서 큰 힘이 된다. 하지만 공격력이 너무 약하다. 장재석 수비수가 외국인 선수에 적극적인 도움수비가 오니 공격 전체가 말렸다.
이날 경기 1쿼터도 똑같았다. '만수' 유재학 감독이 변칙 수비 작전을 들고나왔다. 맨투맨인데, 외국인 센터 리카르도 라틀리프가 상대 외국인 선수 리오 라이온스가 아닌 장재석을 맡았다. 라이온스는 문태영이 책임졌다. 대신, 라이온스가 공을 잡으면 라틀리프가 적극적인 도움수비를 들어왓다. 그렇다고 완전히 장재석을 버리는 수비도 아니었다. 장재석쪽으로 공이 가면 라틀리프가 재빨리 수비 복귀를 했다. 장재석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거구의 라틀리프가 성큼성큼 뛰어오니 함부로 슛을 올라가기 힘들었다. 그렇게 슛을 던지지 못하면 라틀리프의 압박 수비가 이어졌다. 패스길이 막혔다. 그렇게 초반 장재석쪽에서 3번의 공격이 실패했고, 스코어는 0-8까지 벌어졌다. 오리온스는 작전타임을 불러 장재석을 교체아웃하고, 흐름을 끊으려 했다. 그러자 골밑 수비가 허약해졌다. 라틀리프와 함지훈이 골밑에서 손쉬운 득점을 계속해서 이어갔다. 오리온스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모비스는 깊은 늪을 만들었다.
새롭게 합류한 라이온스와 국내 선수들의 호흡도 문제가 있었다. 라이온스가 코트에 들어와 적극적으로 공격을 하는 것은 좋은데, 나머지 국내 선수들의 역할이 너무 축소돼버렸다. 라이온스가 1대1 공격을 할 때 멍하니 서있다 백코트 하는게 일쑤. 패스 호흡도 좋지 않아 실책이 계속해서 나왔다. 오히려 트로이 길렌워터가 들어왔을 때는 어느정도 국내 선수들과의 유기적인 플레이가 나왔다. 혼자 29득점을 기록했다. 왜 길렌워터를 처음부터 투입하지 않았느냐고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문제는 길렌워터가 시즌 초반과 달리 자주 여기저기 통증을 호소하며 경기, 훈련 등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인다는 것. 지난달 31일 SK전에서 1쿼터 5분여를 뛰고 담 증세를 호소하며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그리고 모비스전을 앞두고 훈련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본인 스스로 수비라도 해보겠다고 해 엔트리에 등록시켰는데, 공격에서도 이렇게 투혼을 발휘하니 감독 입장에서 웃어야할 지 울어야할 지 애매한 상황이 돼버렸다. 처음부터 길렌워터가 출전해 이날 보여준 경기력을 선보였다면 경기 흐름이 이렇게 일방적으로 흘렀을까.
여러가지 꼬인 숙제를 풀게 많은 오리온스다.
울산=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