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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도 되나 싶다. 프로농구 삼성이 속절없이 나락으로 추락하고 있다. 지난 12일 팀의 주축이던 외국인선수 리오 라이온스를 고양 오리온스에 보내는 '밑지는 트레이드'를 한 뒤 맥풀리는 경기가 이어지고 있다. 대패의 연속.
올시즌 삼성은 4연패, 9연패, 6연패에 프로농구 역대 최다인 54점차 패배까지 했다. 역대 한국농구 최고 인기맨인 이상민 감독을 사령탑에 앉힐 때만 해도 객관적인 전력이 다소 처져도 이 정도까지 예상하진 못했다. 17일 현재 8승28패로 꼴찌다. 2002년부터 9시즌 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던 명가 삼성의 체면은 말이 아니다.
이상민 감독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시즌 포기가 아니라 리빌딩으로 봐달라.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했다. 포기가 아니라고 항변하지만 이런 모습은 포기가 맞다. 엄밀히 말하면 '올시즌은 포기, 다음시즌은 리빌딩 시작'이라고 봐야할까. 삼성이 득점 2위, 리바운드 1위인 라이온스를 오리온스에 내줄 때부터 충분히 예상했던 결과다. 선수들 스스로 '이번 시즌은 접었다'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갔을 것이다. 삼성이 향후 상위 신인지명권을 양도받기로 했지만 이는 선수들이 직접 피부로 느낄 얘기가 아니다.
첫번째, 삼성 선수들을 위해서도 이래선 안된다. 작은 것에 최선을 다하지 못하면 '대충 대충 병'에 걸린다. 프로 선수에게 버려야 할 시간들은 없다. 오늘이 쌓여 내일이 되고, 이순간 쌓여가는 기록은 영원히 남는다.
둘째, 상대팀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정정당당하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야말로 스포츠의 기본이다. 승리의 기쁨은 진정한 땀과 함께 온다. 얼렁뚱땅 시간만 보내다 가려는 상대에게서 얻은 승리의 가치? 평가절하된다.
마지막으로 팬들은 무슨 죈가. 경기장을 찾는 팬들은 최고의 경기를 볼 절대적인 권리가 있다. 이를 위해 피같은 대가를 기꺼이 지불한다. 예전에 신인 드래프트 상위지명권을 받기 위해 져주기 게임을 할 때도 팬들은 모욕감을 느꼈다. 하물며 승부조작은 말할 것도 없다. '뻔한 결과', '짜고치는 고스톱'은 이미 스포츠가 아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