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선두 탈환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우리은행이 최근 2시즌 연속 통합 우승을 차지하기 전까지 무려 6시즌간 통합 챔피언을 가져갔던 팀이 바로 신한은행이다. 그러나 지난 2년간은 철저히 우리은행에 눌렸다. 게다가 올 시즌 개막 후 3번의 맞대결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심기일전으로 맞선 지난해 12월 26일 4라운드 대결, 신한은행은 접전 끝에 61대55로 승리하며 우리은행전 연패를 끊어냈다.
이후 신한은행은 4연승을 달렸다. 1순위로 뽑은 브릴랜드가 지난해 12월 20일 삼성 블루밍스전에서 부상을 당해 크리스마스 혼자서 매 경기 풀타임 가깝게 소화해내는 좋지 못한 팀 상황 속에서 일궈낸 결과이기에 분위기는 더 좋을 수 밖에 없었다. 거의 매 경기 접전이었고 좋지 못한 경기력을 보여줄 때도 있었지만, 끝내 승리는 신한은행에게 돌아가면서 선수들의 자신감은 상승했다.
우리은행이 17연승을 달리고 있을 때까지만 해도 신한은행은 2위 수성조차 버거워보였다. 냉정하게 판단해도 정규시즌 2위가 현실적인 목표였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은행을 꺾은 이후 내달린 4연승은 선두 탈환도 결코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희망을 준 계기였다. 정 감독은 "물론 이전까지 최대한 많은 승수를 쌓은 다음에야 도전해볼 수 있다는 전제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1위를 한번 노려보겠다는 의지와 희망이 생겼다"고 말했다.
게다가 브릴랜드가 앞으로 4주 넘게 나오기 힘든 상황에서 대체 외국인 선수인 나키아 샌포드도 입국, 이날 경기부터 투입됐다. 10개월 가까이 실전 경기를 하지 않아 경기 체력이나 감각은 정상이 아니지만 그래도 한국 농구에서 오래 뛴 노장이기에 나름 기대를 걸어보고 있다. 무엇보다 크리스마스의 체력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는 정도라면 없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이다.
적어도 이날 전반전까지만 해도 신한은행의 5연승은 쉽게 달성되는 듯 보였다. 신한은행 선수들의 슛 감각은 그 어느 때보다 좋았다. 김단비가 전반에만 4개의 3점포를 시도해서 3개나 꽂아넣는 등 팀의 3점슛 적중률이 50%에 이르렀고, 2점포 역시 53%(19개 시도 중 10개 성공)나 성공했다. 리바운드 수에선 20-10으로 배가 될 정도였다. 20개의 리바운드 중 공격 리바운드만 7개가 될 정도로 적극적인 모습이었다. 전반을 40-34로 앞섰던 이유.
하지만 삼성의 반격은 3쿼터에 본격 시작됐다. 배혜윤과 커리, 김계령이 번갈아가며 신한은행의 골밑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신한은행은 전반전과 달리 경기력이 많이 저하됐다. 자유투를 얻은 크리스마스와 김단비가 1개씩밖에 넣지 못하며 좀처럼 점수를 추가하지 못했다. 급기야 3쿼터 종료 23초를 남기고 배혜윤이 골밑슛 성공에 이은 보너스 원샷까지 넣으며 51-51의 동점을 일궈냈다.
4쿼터 초반 크리스마스의 활약으로 신한은행은 5점을 앞서갔지만 종료 6분여를 남기고 이날 공수의 핵심 역할을 했던 곽주영이 4번째 파울로 활동 반경이 줄어들기 시작하자 매치업 상대인 배혜윤은 마음대로 골밑을 공략했다. 56-59로 뒤진 가운데 배혜윤이 연속으로 2점포를 성공시키며 60-59로 급기야 역전에 성공했다. 하지만 곽주영의 자유투 2개로 다시 1점차로 재역전.
여기서 마지막 공격에 나선 삼성은 신한은행의 강력한 수비에 막혀 좀처럼 역전포를 넣지 못하다가 혼전 중에 공을 따낸 커리가 종료 3.6초를 남기고 천금같은 자유투 2개를 얻어냈고 이를 침착하게 넣으며 다시 경기를 뒤집었다. 신한은행은 마지막 공격에서 크리스마스의 슈팅이 수비에 가로 막히며 5연승 도전에 실패했다. 또 우리은행과의 승차도 4.5경기차로 조금 더 벌어졌다. 삼성의 62대61, 짜릿한 1점차 승리. 하지만 신한은행의 1위 도전 행진이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
용인=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