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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터질 게 터졌다. 여자프로농구 구리 KDB생명 위너스 안세환 감독이 30일 자진사퇴를 했다. 꼴찌로 추락한 팀 성적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고 했다. 여자농구계에서는 "예견된 참사"라고 하면서도 "감독만 탓할 수 있는 상황인가"라며 탄식했다.
하지만 이번 KDB생명 사태를 감독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 있을까. 가장 중요한 건 선수들이다. 여자농구 감독들은 자신들의 직업을 '극한 직업'이라고 한다. 차라리 농구로만 승부를 볼 수 있다면 마음 편하다. 하지만 여자농구는 선수들의 기술, 팀 전술 뿐 아니라 쉽게 설명해 선수들 '비위'를 맞춰주는게 1번 숙제다. 아무리 좋은 전술을 만들어도 선수들이 이를 따라주지 않으면 끝이다. 여자농구 문화 특성상 각 팀들의 고참 선수들 입김이 선수단 내 강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있고, 팀 내부적으로 친한 선수들이 갈려 팀워크에 저해가 되는 경우도 파다하다. 출전시간 등을 놓고 한 선수가 한 번 삐치면 그걸 풀어주는 것도 오래 간단다.
최근 KDB생명의 경기들을 돌이켜보자. 안 감독이 전술적으로 제대로 대처하지 부분들도 분명 많았지만, 선수들의 이기고자 하는 의지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점수차가 조금만 벌어지면 경기를 포기해버리고, 움직임에 활기도 없었다. 작전 타임 때도 선수들은 감독 지시에 제대로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선수 뿐 아니다. 코치들이 감독의 지시에 의견 차를 보이는게 TV 중계를 통해 다 잡혔다. 아무리 부족한 감독이라도 부하들은 그 수장의 말을 따르는게 스포츠다. 당장의 성적을 떠나 여자농구계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신인급 선수를 대거 투입하는 안 감독의 선택에는 분명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구단도 문제다. 프로라면 이제는 상식적인 선에서 빠른 수습을 해야한다. 지금 난국을 헤쳐나갈 수 있는 방법은, 모래알이 된 팀 조직력을 끌어올릴 새 수장을 찾는 것이다. 그리고 프로라면 새 감독에게 성적이면 성적, 리빌딩이면 리빌딩이라는 확실하게 갈 방향을 제시해줘야 한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