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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랜드는 잔뜩 벼르고 있었다. 상대는 리그 최강 모비스.
모비스는 꽉 짜여진 조직력과 상대의 약점을 집요하게 공략했다. 모비스 리카르도 라틀리프, 함지훈, 문태영 등 좋은 골밑장악력을 지닌 선수들이 전자랜드의 골밑 약점을 집요하게 공략했었다.
하지만 전자랜드는 리카르도 포웰이 살아나고 있었다. 높이의 아킬레스건은 이현호 정효근 함준우 이정제 등 장신 포워드, 센터들이 돌아가면서 잘 메워주고 있었다.
모비스는 정공법을 택했다. 초반 10득점을 모두 라틀리프가 기록했다. 확실히 올 시즌 그의 공격력은 더욱 좋아졌다. 엄청난 활동량과 뛰어난 파워를 앞세워 전자랜드 골밑을 공략했다. 양동근의 속공패스를 덩크슛으로 연결하기도 했다.
결국 1쿼터에만 15점을 몰아넣은 라틀리프의 맹활약으로 모비스는 19-15로 앞서가며 1쿼터를 끝냈다. 하지만 전자랜드는 만만치 않았다.
모비스는 리카르도 포웰의 덩크슛과 박성진의 3점포로 2쿼터 2분15초를 남기고 29-27로 경기를 뒤집었다. 2쿼터 주전들의 체력 조절을 위해 김수찬 김주성 등을 기용했던 모비스는 리드를 뺏기자 박구영과 박종천을 동시에 기용했다. 라틀리프와 함지훈 양동근을 넣었다. 오랜기간 손발을 맞춰온 5명의 선수를 동시에 투입, 내외곽을 압박하겠다는 계산이었다. 전자랜드는 라틀리프가 공을 잡으면 적극적인 더블팀을 시도했다. 모비스는 이에 맞서 빠르게 외곽으로 공을 돌리며 3점슛 찬스를 만들었다. 하지만 모비스의 3점슛 3개(박종천 2개, 박구영 1개)는 모두 림을 외면했다. 결국 전반전은 31-30, 모비스의 근소한 리드로 끝났다.
라틀리프의 분전은 인상적이었다. 전반 19득점으로 공격을 이끌었다. 더욱 중요한 점은 쉴새없이 움직이며 전자랜드 수비의 균열을 일으켰다는 점이다. 전자랜드 포웰은 수비력이 좋은 선수는 아니다. 체력적인 약점도 있다. 때문에 백코트가 상대적으로 느리다. 라틀리프는 공격으로 전환할 때 빠르게 상대 코트로 돌진하며 여러차례 속공 찬스를 만들어냈다. 전자랜드는 포웰이 빠질 경우 득점력에 문제가 생긴다. 하지만 모비스의 빠른 공수전환에 포웰의 수비 약점은 더욱 커지게 된다.
이런 패턴은 3쿼터에도 계속 이어졌다. 3쿼터 라틀리프의 연속 4득점. 35-30, 전자랜드의 리드. 모비스가 전반전에 고전했던 부분은 터지지 않았던 3점포 때문이다. 이때 베테랑 양동근이 터지기 시작했다. 연속 3점포 2방을 작렬시켰다. 강렬한 골밑돌파와 연속된 속공 돌파로 전자랜드를 몰아부쳤다. 양동근의 폭풍같은 연속 10득점이 터지면서, 스코어는 45-32가 됐다. 잘 버티던 전자랜드는 모비스의 외곽이 터지자 수비에 균열이 생겼다. 3쿼터 1분6초를 남기고 전준범의 3점포가 깨끗하게 림에 빨려들어가며 50-36, 14점차.
하지만 전자랜드는 포기하지 않았다. 4쿼터 3-2 지역방어로 수비를 바꿨다. 전면 압박에 이은 3-2 지역방어였다. 전자랜드 의도는 명확했다. 기본적으로 24초 공격 제한시간을 최대한 줄인 채 모비스의 공격을 허락하겠다는 의미. 모비스의 정교한 패턴 플레이를 펼칠 시간을 그만큼 줄이겠다는 의도였다. 확률높은 모비스의 골밑 공격을 최대한 막고, 외곽을 어렵게 허용하겠다는 복합적인 의도가 깔린 전술이었다. 이 전술의 가장 큰 약점은 급격한 체력소모와 리바운드 허용이다. 하지만 전자랜드느 특유의 정신력으로 더욱 빠른 움직임을 가져갔다. 모비스는 빠른 패스로 외곽슛을 시도했지만, 연이어 실패했다. 이 과정에서 전자랜드는 정병국과 포웰의 2득점, 그리고 함준우의 속공 3점포가 터졌다. 전광판 남은 시간은 8분41초, 43-50, 7점차. 경기는 다시 알 수 없는 상황으로 접어들었다. 5~7점 사이의 교착상태가 계속됐다. 시간은 점점 흘러갔다. 전자랜드는 2분43초를 남기고 차바위가 우중간 3점포를 터뜨렸다. 모비스의 패스미스가 나오자, 김지완이 속공 미드 레인지 점퍼를 터뜨렸다. 1분53초를 남기고 59-60, 1점차로 거세게 추격했다.
전자랜드 포인트가드 김지완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박구영을 상대로 절묘한 2대2 돌파로 연속 골밑슛을 터뜨렸다. 경기종료 1분6초를 남기고 역전 골밑슛을 성공시킨 김지완은 24.5초를 남기고 또 다시 골밑돌파에 성공했다. 63-60, 3점차의 전자랜드 리드.
모비스는 작전타임을 불렀다. 전열을 가다듬었다. 양동근이 함지훈의 스크린을 받은 뒤 미세한 수비 틈 사이에서 3점포를 던졌다. 깨끗이 림을 통과하며 동점.
이때 전자랜드는 포웰의 개인기를 이용했다. 시간을 충분히 끈 뒤 절묘한 테크닉에 의한 골밑돌파로 또 다시 역전에 성공했다. 3.1초가 남은 상황. 하지만 모비스는 함지훈의 롱 패스를 양동근이 받아 골밑의 라틀리프에 연결, 또 다시 골밑 동점슛을 만들었다. 결국 연장전.
연장전은 전자랜드가 기선을 제압하기 시작했다. 포웰의 3점포가 터졌다. 모비스는 송창용과 함지훈의 2점슛으로 응수했다. 1분34초를 남기고 전자랜드는 승기를 잡기 시작했다. 포웰과 김지완의 득점이 연이어 터졌다. 75-71로 전자랜드가 앞선 상태에서 애매한 장면이 나왔다. 박구영의 3점슛 과정에서 차바위가 혼신의 힘을 다해 막았다. 그런데 슛을 던지고 난 뒤 차바위의 손이 박구영의 손을 터치했다. 모비스 벤치에서는 항의했다.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테크니컬 파울을 받았다. 포웰이 자유투 1개를 넣었다. 사실상 경기가 끝나는 순간.
모비스는 15.3초를 남기고 하프라인 기습 더블팀을 펼쳤다. 이 과정에서 포웰은 반칙으로 인한 자유투 2개를 받았다. 모비스 벤치에서는 포웰의 발이 하프라인을 넘어갔다며 항의했지만, 또 다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전자랜드가 1358일 만에 6연승을 달성했다.
전자랜드는 2014~2015 KCC 프로농구 정규리그 원정경기에서 연장 접전 끝에 모비스를 77대74로 누르고 6연승을 달렸다.
전자랜드의 투혼과 모비스의 세밀한 패턴이 어우러진 명승부. 하지만 연장 막바지 두 차례의 석연찮은 판정은 아쉬움을 남겼다. 울산=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