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질랜드 국내 평가전 1, 2차전에서 나타난 조성민의 경쟁력은 살벌했다.
2쿼터까지 단 하나의 3점슛도 넣지 못했다.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일단 뉴질랜드의 적극적인 수비가 돋보였다. 1차전에서 느슨하게 조성민을 방어했던 뉴질랜드는 이날 적극적인 스위치 디펜스로 찰나의 슛 찬스도 주지 않았다. 게다가 대표팀 자체의 팀 플레이가 원활하지 못한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3쿼터 승부처에서 연속 3점포 두 개가 터졌다. 완벽한 패턴이 아닌 스크린을 받은 상태에서 조성민의 온전한 능력으로 해결했다.
그의 존재감은 대표팀에 엄청난 힘이 된다. 그는 소위 말하는 받아먹는 슈터가 아니다. 팀 공격의 흐름을 이끌 수 있는 에이스형 슈터다.
수비력도 강하다. 팀 플레이에 대한 이해도가 높기 때문에 팀 공헌도가 상당한 슈터다. 게다가 2대2 플레이도 리그 최고 수준이다. 2010년 LA 전지훈련 당시 유재학 감독은 조성민을 제외한 다른 슈터들에게 2대2 플레이를 금지시켰다. 그만큼 상황에 따른 그의 2대2 플레이가 가장 확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당시 대표팀 슈터였던 이규섭 삼성 코치는 "당시 (김)성철이 형과 나에게 2대2를 시도하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조성민에게만 자율권을 부여하셨다. 그때는 약간 의아했는데, 확실히 국제무대에서 조성민의 2대2 결정력은 달랐다"고 했다.
이날도 그랬다. 3, 4쿼터 3점포를 꽂자, 뉴질랜드 수비진은 조성민을 더욱 밀착마크했다. 더블팀을 하는 경우가 생겼는데, 찰나의 틈을 놓치지 않고 조성민은 3쿼터 양동근, 4쿼터 오세근에게 예리한 패스를 전달, 득점으로 연결됐다.
조성민의 폭발력은 확실히 의미가 있다. 일단 공격력이 부족한 대표팀. 가장 큰 아킬레스건은 승부처에서 득점을 해 줄 수 있는 에이스의 부재였다. 그 부분을 유재학 감독은 12명 선수 전원의 풀코트 프레스와 섬세한 패턴으로 메우려고 했다. 하지만 조성민의 뛰어난 결정력으로 약점 보완에 대한 해답의 단초를 찾을 수 있게 됐다.
또 하나, 그는 1m89의 단신 슈터다. 국제무대의 기준에서 보면 그렇다. 그런데 국제경쟁력만큼은 국내리그 이상의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 부분은 한국농구의 슈터들이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무대와 똑같은 국제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던 두 가지 비밀이 있다. 그는 지난 시즌 KT와의 FA 계약을 끝내고 벌크업에 성공했다. 미국에서 평소 86㎏ 안팎인 몸무게를 91㎏까지 늘렸다. 타 팀의 극심한 견제를 대비, 근육량을 늘렸다. 결국 이 부분은 확실한 효과가 있었다.
상대의 몸싸움을 이겨내면서 자신의 경기력을 온전히 가져갈 수 있었다. 즉, 파워가 뛰어난 외국 선수와의 매치업에서도 자신의 슛 밸런스를 유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
또 하나의 비밀은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다. 당시 KT는 4강에 올랐다. 조성민은 2중 3중의 장벽에 막혔다. 하지만 에이스로서 기복없는 플레이를 펼쳤다. 상대의 살벌한 마크를 뚫는 부지런한 움직임으로 밀착마크를 극복했다. 이런 경험이 국제 무대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유 감독은 김태술을 두고 "드리블을 오래한다. 서 있는 플레이를 하면 안된다"고 충고했다.
이 조언은 한국의 모든 선수들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조성민이 몸소 보여줬다. 피나는 벌크업과 함께 지난 시즌 집중견제를 뚫은 노하우가 응집해 나타난 결과물이다. 잠실학생체=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