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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대행이란 자리는 참 애매하다. 대부분 시즌 도중 감독이 사퇴하거나 경질됐을 때 임시적으로 지휘봉을 잡게 된다.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그동안 팀을 지휘하던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을 맡는 게 일반적이다.
보통 성적 부진이 자진사퇴나 경질의 이유기 때문에 감독대행이 됐을 때 해당팀은 이미 바닥을 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플레이오프 탈락 등으로 인해 선수들의 동기부여에도 문제가 생긴다. 잔여경기를 이끌어가야 하는 임시사령탑 입장으로선 난처한 상황이다.
25일 안양실내체육관. 이상범 감독이 물러난 뒤 두번째 경기를 치르는 KGC와 김상식 감독대행 체제가 자리잡은 삼성이 만났다. 삼성은 김동광 감독의 자진사퇴 이후 감독대행 체제로 이미 10경기나 치른 상태였다.
경기 전 김상식 감독대행은 "선수들도 아마 지겨울 것이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는 똑같은 말을 계속 하고 있으니 말이다"라며 웃었다. 그는 "너무 부담을 줘도 안 될 것 같다. 지든 이기든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유종의 미를 거두자고 할 수밖에 없다"며 "분위기도 일부러 좋게 가져가려고 주로 칭찬을 많이 한다. 그래야 시즌 끝까지 끌고 갈 수 있지 않겠나"라고 했다.
그래도 삼성은 많은 출전시간을 갖지 못하던 김승현과 황진원 등 고참들이 솔선수범하면서 분위기가 살아나고 있다. 여기에 김 감독대행이 이관희 김태주 등에게 적극적으로 기회를 주고 있다.
반면 KGC는 이제 막 이상범 감독의 사퇴 충격에서 벗어나는 정도다. 이동남 감독대행은 "3일이 3년 같았다"며 감독대행으로서 느낀 부담감을 털어놨다.
그는 "김상식, 김영만 감독대행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분위기 전환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홈경기라 다행"이라며 "선수들에게 프로란 걸 강조했다. 7위와 9위는 다른 느낌 아닌가. 보러 와주시는 팬들을 위해서라도 승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감독대행의 바람과 달리 KGC는 1쿼터에 또다시 졸전을 펼쳤다. 이 감독 사퇴 이후 치른 첫 경기였던 지난 23일 전자랜드전처럼 경기력이 바닥을 치는 듯 했다. 턴오버가 7개나 나왔다. 삼성 이관희에게 8점이나 허용하면서 11-24로 뒤졌다.
하지만 2쿼터 들어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KGC가 추격하는 사이 삼성의 공격은 정체됐고, 7분만에 13점차는 뒤집혔다. 웬델 맥키네스의 외곽포에 이은 3점 플레이로 32-30으로 역전했다. 벤치에 있던 맥키네스는 2쿼터 중반 투입돼 3점슛 1개 포함 11점을 몰아쳤다. KGC는 맥키네스의 폭발력 덕에 38-36으로 전반을 마쳤다.
KGC는 3쿼터 들어 양희종과 이원대의 3점슛과 오세근과 숀 에반스의 골밑플레이를 이용해 12점차까지 달아났다. 하지만 3쿼터 막판 제스퍼 존슨과 이정석에게 외곽포를 얻어맞고 63-55로 3쿼터를 마쳤다. 김태술의 시즌아웃으로 팀을 이끌어야 하는 박찬희가 3쿼터 초반 이마가 찢어지는 부상으로 빠지는 악재가 있었다.
분위기가 좋던 KGC는 4쿼터에 추격을 허용했다. 제스퍼 존슨과 이관희에게 연달아 3점슛을 맞고 2점차까지 좁혀졌다. 하지만 KGC 선수들은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상대의 공격이 실패한 뒤, 특유의 스피드를 활용해 빠른 공격을 선보여 상대의 혼을 쏙 빼놓았다. 2점차이던 종료 1분 45초 전부터 1분 동안 8점을 몰아쳐 86-76으로 달아나며 승기를 잡았다.
KGC가 25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삼성과의 홈경기에서 86대78로 승리하며 2연패에서 탈출했다. 이날 승리로 KGC는 삼성과 함께 공동 7위로 도약했다. 삼성은 3연패에 빠졌다. 숀 에반스가 19득점 9리바운드, 오세근이 17득점으로 승리를 이끌었다.
안양=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