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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수', 복잡한 '이대성 방정식' 어떻게 풀까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4-02-24 06:58


고양 오리온스와 울산 모비스의 2013-2014 프로농구 경기가 8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렸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이 작전타임을 불러 이대성을 질책하고 있다.
고양=정재근기자 cjg@sportschosun.com/2013.12.08/

모비스는 시즌 막판 커다란 악재가 있다.

올 시즌 발굴한 신인 가드 이대성의 부상. 16일 안양 KGC전에서 발목인대를 다쳤다.

그는 기본적으로 테크닉이 좋다. 공격에서 개인기가 있다. 더욱 좋은 점은 수비력이다. 좋은 신체조건(1m93)에 뛰어난 순발력을 지녔다. 때문에 상대 가드를 압박하는데 능하다.

때문에 팀 공격 뿐만 아니라 양동근의 체력적인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도 있다. 모비스의 두 가지 미세한 약점. 승부처에서 공격루트가 다양하지 못하다는 점과 함께 외곽에서 양동근에 대한 의존도가 심하다는 점이다. 이런 약점을 보완해주는 전술적인 역할을 이대성이 했다.

그런데 다쳤다. 2위 LG와는 1경기 차 선두. 3위 SK와는 1.5게임 차다. 이제 남은 경기는 불과 5게임이다.

복잡한 상황이다. 하지만 유 감독은 명쾌했다. 이대성의 복귀 시점을 두 가지로 나눴다.

1차 복귀예정시점은 다음달 7일 울산 LG전이다. 현 시점에서 모비스에게 가장 중요한 경기다. 1위를 하기 위해서는 꼭 이겨야 하는 게임이다.

하지만 예정대로 재활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유 감독은 "일단 복귀시점은 7일 LG전을 잡고 있다. 하지만 완전한 컨디션이 아니면 투입시키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플레이오프부터 나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대성이 다쳤지만, 모비스는 흔들리지 않는다. 7연승 중이다. 모비스의 최대강점인 안정감이 시즌 막판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송창용 박구영 등 그동안 백업멤버로 나왔던 선수들이 잘해주고 있다.

유 감독은 "선수들의 준비자세가 매우 좋다. 이런 점 때문에 주전들의 부상에도 백업멤버들이 의미있는 활약을 해주면서 좋은 경기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모비스가 주전들의 공백을 안정적으로 메울 수 있는 것은 유 감독이 그동안 구축한 시스템의 힘이다. 기본적인 전술 자체가 한 선수에게 의존하지 않는다. 팀의 상황과 상대에 맞게 가장 확률적인 농구를 펼치는 것이 첫번째 이유다. 예를 들어 골밑에 약점이 있는 팀들에게는 센터진의 활용폭을 최대화시킨다. 또 상대의 지역방어와 대인방어에 따라 거기에 파생되는 약점을 공략한다. 또 하나는 선수들의 장, 단점을 파악해 잘하는 부분을 실전에서 극대화시키는 전술을 구사한다. 사실 이런 부분이 말은 쉽다. 하지만 실전에 쓰기 위한 시스템화를 시키는 과정은 수많은 반복연습과 강력한 팀 장악력, 그리고 지도자의 창의성이 필요하다. 이런 미세한 차이점 때문에 모비스는 주전들의 부상 공백에 가장 효율적으로 대처한다.

하지만 이대성의 공백으로 인해 생기는 약점은 당연히 있다. 정규리그 1위 여부를 떠나 플레이오프가 문제다.

모비스는 LG와 SK에 비해 쓸 수 있는 백업 자원들의 능력이 떨어진다. 객관적인 사실이다. 이 부분은 단기전에서 많은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아무리 유재학 감독이라 하더라도 객관적인 전력의 차이를 뒤집는 것은 한계가 있다.

즉, 모비스가 LG와 SK보다 플레이오프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령하기 위한 절대 조건. 이대성이 팀에 좀 더 녹아들가야 한다. 그런 작업을 계속 진행하고 있었다. 성공적이었지만, LG와 SK를 압도할 만큼의 화학적 결합은 이루지 못했다. 그 부작용은 두 가지 약점으로 나타났다. 지난 시즌에 비해 경기 기복이 심해졌다. 순간적인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막판 승부처에서 역전당하는 비율이 높아졌다.

지난 시즌 모비스는 챔프전에서 정규리그 1위 SK를 4전전승으로 무너뜨렸다. 때문에 올 시즌에도 유 감독에게 '플레이오프에 어떤 복안이 있냐'는 질문이 많이 들어온다. 유 감독은 "올 시즌은 다르다. 쉽지 않다"고 했다. 일부에서는 '유 감독이 또 다른 구상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하지만 모비스 팀 전력과 상황을 봤을 때, 이 얘기는 모비스에게 뼈아프지만, 진실이다.

그럴 수 밖에 없다. 지난 시즌 모비스의 강력한 걸림돌이었던 SK는 팀을 만들어가는 과정이었다. 즉, 헤인즈의 봉쇄와 3-2 지역방어의 효과적인 파쇄법만 생기면 충분히 공략할 수 있었다. 정규리그 동안 그런 방법을 발견했기 때문에 챔프전 직전 유 감독은 자신감 넘치는 각오를 밝힐 수 있었다.

그런데 올 시즌 SK는 헤인즈 의존도를 많이 떨어뜨렸다. 챔프전에서 쓴 맛을 본 젊은 선수들의 기량향상도 있었다. 즉, 전체적으로 SK의 전력 자체가 많이 좋아졌다. 문경은 감독의 지도와 함께 젊은 선수들의 노력이 있었다. 모비스의 지난 시즌 전력을 가지고 SK를 이길 수 없다. LG의 경우 문태종이라는 베테랑과 함께 김시래 제퍼슨 김종규 등이 버티고 있다. 좋은 백업 자원들도 있다. 따라서 모비스 입장에서는 이대성과 나머지 베스트 5의 화학적 결합을 더욱 농염하게 완성한 뒤,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LG, SK와 건곤일척을 벌이는 수밖에 없다. 즉 지난 시즌에는 모비스가 전력을 완성하면 이길 확률이 높은 챔프전이었지만, 올 시즌에는 가진 전력을 완성한다고 하더라도 이긴다는 보장이 없는 플레이오프다.

그런데 이대성이 부상을 입었다. 공백은 잘 메우고 있지만, 갈 길 바쁜 모비스로는 완벽히 악재다. 앞으로 이대성의 회복과 복귀, 그리고 활용에는 오묘한 방정식이 필요하다. 일단 유 감독은 두 가지 옵션을 밝혔다. '만수'는 과연 어떻게 이 난관을 헤쳐나갈까. 부산=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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