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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학 감독 "농구계, 한마음으로 뭉쳐야 한다"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3-12-30 11:37


사진제공=KBL

'만수' 유재학 모비스 감독에게 2013년은 특별했다. 소속팀 모비스를 2012~2013 시즌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우승으로 이끌었다. 곧바로 이어진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대회에서 3위에 입상하며 농구월드컵 티켓을 따내는 쾌거를 이뤘다. 하지만 이걸로 끝이 아니다. 2014년 유재학 감독은 더 큰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유 감독과 함께 2013년을 돌아보고, 다가오는 2014년에 대한 얘기를 나눠봤다.

"2013년, 정말 행복한 한해였다."

유 감독은 "올해는 평생 잊을 수 없는 특별한 한해였다"고 돌이켰다.

먼저 모비스가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했다. 아쉽게도 정규리그 우승컵을 돌풍의 SK에 넘겨줬지만, 챔피언결정전에서 보란듯이 복수에 성공했다. 그 와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아끼던 제자 김시래를 LG로 보낸 것이다. 모비스는 시즌 도중 LG로부터 외국인 센터 로드 벤슨을 트레이드로 영입했다. 우승에 도전하기 위해서였다. 그 반대급부로 시즌 종료 직후 김시래를 떠나보낸다고 발표했다. 김시래는 유 감독이 최부경(SK)을 마다하고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1순위로 지목한 애제자였다. 유 감독은 "정말 어려운 상황이었다. 말그대로 도박이었다. 김시래까지 내주며 우승을 못했다면 욕을 엄청나게 먹었을 것이다. 다행히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돌이켰다. 올시즌 LG의 주축 가드로 활약중인 김시래에 대해서는 "잘해주고 있으니 오히려 기분이 좋다"며 대인배다운 모습을 보였다.

두 번째는 대표팀 얘기다. 사실 남자대표팀이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출전하기 전까지만 해도 팬들의 관심은 많지 않았다. 그런데 예선에서 중국을 꺾으며 화제가 됐고, 결국 준결승전에서 홈팀 필리핀에 패했지만 3, 4위전에서 대만을 물리치며 내년 열리는 농구월드컵 티켓을 따냈다. 눈에 보이는 성적도 좋았지만, 이 대회를 통해 국내에 다시 한 번 농구붐이 조성됐다는게 가장 큰 효과였다. 유 감독은 "사실 부담이 엄청났다. 우승컵을 들어올리지는 못했지만 원하는 목표를 이뤄 행복했다"고 말했다.

"아시안게임 우승하고픈 마음 있는가."

그런데 2014년은 유 감독에게 더욱 중요한 한해가 되게 생겼다.

일단, 모비스가 정규리그 상위권에서 순항중이다. 팬들의 눈높이는 '무조건 우승'에 맞춰져있다. 여기에 농구월드컵, 그리고 아시안게임이 열린다. 이미 한국농구연맹(KBL) 이사회는 대표팀 감독으로 유 감독을 결정한 상황이다. 전 시즌 우승팀 감독이 대표팀 감독을 해야한다는 원칙이 있지만, 그 원칙마저 무너뜨린게 유 감독의 힘이다.


하지만 '만수' 유 감독일지라도 이 상황이 부담스럽기만 하다. 어떻게 보면 전적으로 자신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분위기다. 유 감독은 "개인적으로는 대표팀을 맡아야 한다고 하면 해야하겠지만…"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유 감독은 "굉장히 부담스럽다. 특히 아시안게임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열리다보니 더욱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나약하게 힘들다는 얘기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자신에게 몰리는 부담을 옆에서 조금이라도 덜어주려는 조치가 전혀 없으니 답답한 상황이다. 유 감독은 "아시아선수권대회를 치르며 대한농구협회, KBL 수장들과 머리를 맞댔다. 하지만 그 때 뿐이었다"며 아쉬워했다. 가장 큰 논란이 됐던 귀화선수 영입 문제. 유 감독은 공개적으로 "센터진 열세가 너무 심하다. 귀화선수 영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공개적인 지지 선언을 했지만 이후 행정은 지지부진했다. 결국, 시기적으로 봤을 때 귀회선수가 내년 농구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을 뛰는 것은 물건너갔다. 유 감독은 "나라를 위한 일인데, 감독 개인 욕심을 채우려 귀화선수 영입을 지지한다는 것처럼 보인다면 귀화 선수 없이 하는게 낫다"고 강력히 말했다.

단순히 귀화선수 영입 건 만이 문제가 아니다. 유 감독은 "내년 큰 대회 2개를 앞둔 상황이라면 아시아선수권대회가 끝나자마자 새로운 대표팀 준비에 착수를 했어야 한다. 그런데 해가 지나가는 상황에 감독조차 공식적으로 선임이 되지 않았다. 상대국가 전력 분석 등의 과정은 이뤄지고 있겠는가. 선수들을 뽑아서 충분히 연습을 해야하는데 이미 늦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유 감독은 "이제 겨우 다시 농구붐이 일어날 조짐을 보였다. 결국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한다. 농구계 전체가 간절히 우승을 원하며 힘을 모아야 한다. 그런데 지금 돌아가는 모양새는 그럴 마음이 크게 없어보인다"며 안타까워했다. 이 와중에 농구월드컵, 아시안게임의 대표팀 이원화 얘기가 나오는 촌극까지 발생하고 있다. 유 감독은 단호하게 "감독직을 내가 하든, 다른 분이 하시든 이원화는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울산=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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