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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길고 긴 여행이었다. SK가 홈 연승 행진을 27경기에서 마감했다. SK는 지난 24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동부와의 경기에서 75대80으로 패했다. 지난해 11월2일 KT전부터 지난 20일 오리온스전까지 1년 넘게 이어지던 홈 승리 행진이 막을 내렸다. 즐거운 여정이었지만, 부담이 쌓여간 것도 사실이다.
SK는 시즌 초부터 부상자가 많았다. 김민수는 10월14일부터 지난 6일까지 24일 동안 부상 치료에 매달렸다. 박상오는 11월 들어 2경기 결장했고, 최부경은 발목 부상을 입어 20일, 22일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SK는 워낙 선수층이 두텁고 이들의 부상이 각각 다른 시기에 발생해 전력 누수를 최소화시킬 수 있었지만, 세밀한 부분에서는 부족한 점이 존재한다는 것이 문 감독의 진단이다.
우선 올시즌 들어 게임 초반 고전하는 현상이 많아졌다. 11월 들어서 치른 10경기중 1쿼터서 리드를 빼앗긴 경기가 5게임이나 된다. 최근 4경기 중에서는 3경기에서 이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이에 대해 문 감독은 "스타팅 멤버를 잘못 짜서 그런가"라며 농담을 하면서도 "경기 후반 파울 트러블을 생각해 주전을 다소 늦게 내고는 있다. 애런 헤인즈의 체력을 세이브해야 하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하나는 외곽슛 성공률이 낮다는 점이다. 이날까지 3점슛 성공률이 30.94%로 10개팀중 가장 낮다. 문 감독의 지도 속에 간판 슈터로 떠오른 변기훈도 최근 3경기에서 게임당 평균 6.33득점에 그쳤다. 김선형도 빠른 돌파와 속공을 이용해 꾸준히 두자릿수 득점을 올릴 뿐, 3점슛 시도 자체가 크게 줄었다. 물론 SK는 여전히 1가드-4포워드, 또는 2가드-3포워드의 공격 방식을 택하기 때문에 골밑 득점이 많은 것이 사실. 하지만 시즌 초 절정을 이뤘던 외곽 공격의 성공 빈도가 낮아진 것은 그만큼 상대 수비에 막힐 확률이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문 감독은 "3점슈터는 슛이 잘 터져서 이기면 본전이고, 잘 안들어가서 지면 비난이 쏟아진다"며 슈터들의 부담감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동안 빠듯한 일정 때문에 체력소모가 많았던 SK는 오는 29일까지 5일 동안 경기가 없다. 전력을 추스를 수 있는 기간이다. 문 감독은 "쉬는 동안 1~2가지 옵션을 더 연습할 예정이다. 더 이상 흔들림없이 갈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홈 연승 기록의 부담에서 벗어난 SK의 향후 행보가 궁금해진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