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여자농구 판도변화에 감춰진 쓰린 진실

기사입력 2013-11-19 00:16 | 최종수정 2013-11-19 07:15

[포토] 한채진,
18일 경기도 안산 와동실내체육관에서 여자농구 신한은행과 KDB생명의 경기가 열렸다. KDB생명 한채진이 신한은행 선수들 사이로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안산=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3.11.18

여자프로농구 팀당 2~3경기를 치렀다. 일단 탐색전이 끝났다.

아직까지 속단하긴 이르다. 하지만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은 많다. '디펜딩 챔피언' 우리은행은 여전히 강하고, 신한은행 역시 매우 좋다. 여기에 KB스타즈가 2연승을 거뒀다. 기록도 기록이지만, 경기내용이 예년과 조금 다르다. 확실히 조직적으로 변했다.

반면 KDB생명은 3경기동안 답답한 게임을 했다. 애초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2강 구도를 뒤흔들 강력한 다크호스였다. 우승도 넘볼 수 있다는 평가도 받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전력이 워낙 좋기 때문이다. 국가대표 센터 신정자와 강영숙이 버티고 있는 골밑. 여기에 티나 톰슨이 가세했다. 이경은 이연화 한채진 등 좋은 외곽요원들도 있다. 전력만 놓고 보면 우리은행을 넘어서 신한은행과 비견될 만하다. 하나외환(2패)과 삼성생명(3패)은 힘들다. 하나외환은 전력과 함께 조직력이 그리 좋지 않다. 박정은의 은퇴로 기둥을 잃은 삼성생명은 전력 자체가 떨어지는 부분이 있다.

매 시즌 그래왔지만, 올해는 조직력의 비중이 성적에 더욱 많은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다. 지난해 지옥훈련으로 꼴찌에서 우승의 신화를 창조한 우리은행은 올해 훈련량을 조금 줄였다고 했지만, 여전히 강력한 조직력을 갖춘 모습이다. 와신상담한 신한은행도 강한 조직력을 가지고 있다. KB 스타즈 역시 신임 서동철 감독이 준비를 많이 한 모습이다. 외국인 선수를 센터가 아닌 포워드 모니카 커리로 선택한 국민은행. 그래서 우려스러운 점도 있었다. 포워드 외국인 선수는 경기를 풀어가는 능력은 좋지만, 기복이 심할 수 있다. 골밑이 약화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경기의 주도권을 쥐기 쉽지 않다.

하지만 커리는 탁월한 테크닉과 함께 팀 플레이와 로테이션 수비를 할 줄 안다. 매우 인상적인 모습이다. 국민은행이 커리를 메인 외국인 선수로 쓰지만 안정적인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예상할 수 있는 근거다. 커리를 적절하게 쓰기 위한 수비의 틀(조직적인 로테이션 수비)을 만든 KB 스타즈의 준비는 매우 인상적이다.

반면 KDB생명의 준비부족은 좀 실망스럽다. 지난 시즌에도 좋은 전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팀워크의 부재로 절망스러운 시즌(13승22패 최하위)을 보냈던 KDB다. 시즌 막판 이옥자 감독과 이문규 코치가 역할을 바꾸는 '비상식적인 일'까지 감행했던 KDB생명이다. 올해는 1996년 은퇴 이후 농구계와 떨어져 지냈던 안세환 감독을 데려왔다. 이 부분도 기본적인 상식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물론 이해되는 부분도 있다. 개성강한 선수들을 잘 다루기 위한 KDB생명의 고육지책.(이 부분은 KDB생명 수뇌부와 선수들이 함께 반성해야 하는 문제다. 농구감독을 너무 가볍게 여긴 KDB생명 수뇌부는 자신들이 다루기 쉬운 감독을 데려와 전혀 힘을 주지 않았다. 결국 사령탑이라는 중심이 약해진 KDB생명은 개성 강한 핵심 선수들 역시 팀으로서 전혀 녹아들지 못하며 프로답지 못한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물론 아직 초반이기 때문에 속단할 수 없다. 신정자와 강영숙은 아시아선수권대회 여파로 체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 포인트가드 이경은 역시 부상여파로 컨디션이 그리 좋지 않다. 그러나 문제는 기본적인 경기내용 자체가 형편이 없다는 점이다. 프로팀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적인 조직력이 보이지 않는다. 당연히 결과는 매우 좋지 않다.


결국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그리고 국민은행과 KDB생명을 살펴보면 조직력을 어떻게 다지느냐가 성적의 관건이다. 이같은 부분은 남자농구와 닮아있다. 최근 몇 년간 남자농구 역시 개개인이 강한 농구보다는 조직력의 농구가 더 좋은 성적을 거뒀다. 강한 전력을 가지고 있지만, 팀워크의 부재로 결국 성적이 급강하한 경우가 많다. 결국 상위권의 몇몇 감독들은 "우리가 잘해서 좋은 성적을 낸 것이 아니라 다른 팀이 못했기 때문"이라는 말을 하곤 했다.

여자농구가 그런 상황이다. 이런 부분들은 많은 부작용을 야기한다. 프로팀으로서 기본적인 조직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개개인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플레이를 보기 힘들다. 따라서 선수 개개인의 테크닉을 살릴 수 있는 풍토 자체를 역행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질 수 있다.

프로팀이라면 탄탄한 조직력은 기본으로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 위에 선수들 개개인의 테크닉이 덧칠돼 팀 전력을 완성해야 한다. 그래야 좀 더 흥미롭고 매력적인 리그가 될 수 있다.

한 농구 전문가는 "기본적인 플레이가 되지 않는 장면들이 여러차례 보인다. 사령탑들도 고민해야하고 선수들도 더욱 노력해야 한다. 선수층이 매우 얇은 여자농구 특성상 기존 선수들의 발전속도가 더디다. 경쟁이 없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프로선수답지 못한 플레이도 많이 보인다"고 했다.

탐색전의 가장 큰 특징은 두 가지다. 2강(우리은행, 신한은행)은 여전히 강하고, 3강 중 한 팀으로 꼽혔던 KDB생명의 자리를 KB스타즈가 대신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런 변화의 근본 원인은 '철저한 준비'에 있다. '준비'하지 않으면 팀 뿐만 아니라 개개인의 테크닉도 갉아먹는다. 당연히 프로리그로서 여자농구의 매력은 떨어진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