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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스 전지훈련지인 일본 오키나와 나하시. 시즌을 눈 앞에 둔 선수단은 마무리 훈련에 여념이 없다. 매일 반복되는 전술과 실전 훈련. 막판 담금질이 한창이다. 지칠 법한 시점. 누적 피로를 독서로 푸는 선수가 있다. 최고참 가드 전형수(35·1m81)다. 훈련과 저녁 식사를 마친 뒤 눈꺼풀이 무거워지는 시점. 전형수가 두툼한 양장본 책을 꺼내드는 시간이다. 그는 최근 유명 작가의 대하 소설에 푹 빠져 있다. 책 속에 시선이 고정돼 있는 그에게 후배들의 신기하다는 듯한 시선이 쏟아진다. '졸립지 않으세요?' "일부러 자려고 책을 보는건데 이상하게 더 (책에) 집중하게 되고 더 빠져서 잠이 안 올 때도 있어요. 두꺼워서 일단 1권을 사가지고 왔어요. 처음에는 다 읽을 수 있으려나 했는데 5일만에 다 읽은 거에요. 후속권을 구할 수 없나 물어도 봤죠."
데뷔한지 10년을 훌쩍 넘는 세월동안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선수. 소망은 오리온스의 우승이다. 팀의 맏형으로서 그는 올시즌 오리온스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아직은 예상일 뿐이지만요. 이현민 선수가 오고 난 뒤에 작년보다 팀 컬러가 많이 빨라진 것 같아요. 속공 전개가 빨라졌어요. 이번에 뽑은 외국인 선수 랜스도 엄청 빨라요. 가드들이랑 뛰어도 안 진다니까요. 그래서 우리끼리 농담 삼아 '쟤는 육상하지 농구를 왜 했냐'고 한 적도 있어요.(웃음)"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전체를 위해 노력하는 큰 형님 전형수. 빨라지고 있는 오리온스의 발걸음 뒤에 성실파 베테랑 선수의 그림자 역할이 있다.
나하(오키나와)=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