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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거의 한숨도 못 잤어요. 누었는데 자다 깨다를 반복했죠."
30일 서울 논현동 KBL 센터에서 열린 동부 신임 사령탑 기자회견장. 이충희 감독이 살짝 상기된 표정으로 들어섰다. 동부 성인완 단장이 배지를 달아주고, 선수단 리더 김주성이 꽃다발을 선사할 때에서야 그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코트 밖에서의 5년 세월. 이충희 감독을 변화시켰다. 너무나도 화려했던 현역 시절. 농구는 직접 하는게 더 쉬웠다. 최고 스타로서 뿜어댔던 눈부신 광채. 지도자 변신 후 겪은 시행착오 속에 과거의 빛은 오히려 눈 뜨기 어렵게 하는 부담스러운 역광으로 작용했다. 굳이 되돌아 보고 싶지 않았던 실패의 경험. 하지만 5년여만에 세번째 국내 프로 무대 지도자로 복귀한 이충희 감독은 실패의 역사를 솔직히 인정하고 바로 보려 노력했다. "사실 국내에서 감독 생활을 잘 한 적이 없잖아요. 초심으로 돌아가 처음 지도자를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하려고요. 외국에서 5년 지도자 생활(대만 홍쿠오팀 코치, 감독)을 거쳐 창원 LG 초대 감독을 처음 맡았을 때 젊은 나이였고 저만의 색깔을 가지려고 너무 고집스럽게 임했던 것 같아요. 뜻하지 않은 난관을 극복해 나가는 힘이 약했던 것 같습니다."
그는 변했다. 특히 방송 해설위원으로 제3자의 균형 잡힌 시각을 갖추게 됐다. "방송하면서 여러각도로 보는 관점을 통해 새로운 것들을 많이 발견했어요. 차근차근 배워가며 노트에 적어놓고 지도자 되면 이렇게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숙제를 가져가 풀어가면서 방송을 하다보니 한쪽으로 치우쳤던 시야가 넓어졌어요. 참 많이 배웠던 시기였습니다."
이충희 감독은 부임하면서 의외의 결정을 내렸다. 전임 강동희 감독을 보좌하던 김영만, 이세범 두 코치와 그대로 함께 가기로 했다. 통상 자신의 직속 후배 코치를 앉혀 사단을 꾸리는 기존 방식과 조금 다른 신선함. '소통'을 위한 노력이다. "저는 동부를 외부적으로는 알지만 내부적으로는 잘 모르잖아요. 코칭스태프가 선수와 오랫동안 같이 소통하면서 큰 무리 없이 이끌어온 이 체제로 가기로 했습니다. 저는 학연이나 지연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선수들과도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면담을 통해 선수 개개인과 그들의 고충 파악에 주력할 겁니다."
국내 프로무대 사령탑으로 복귀한 슛도사의 삼세번 도전. 전매특허였던 클린 슛이 터질까. 새 사령탑의 지향점은 확실하다. "동부는 늘 상위권에 있었던 팀입니다. 구단도 팬들도 목표는 우승이죠. 스포츠는 최후에 승리하는 자만이 웃을 수 있어요. 2013~2014시즌은 당연히 우승을 목표로 훈련 할 생각입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